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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용산기지 문제, 해법은 있나?(2)

<오마이뉴스>는 2002년 한해동안 '용산'을 집중 보도합니다. 1월 9일 <"지하에 뭐가 있는지 알고 그러냐" 동작대교 북단대로 미군 반대로 무산>을 시작으로 용산기지와 관련된 문제들을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1월 22일 김용한 우리땅미군기지되찾기운동본부 위원장을 인터뷰한 데 이어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의 글을 싣습니다. 이후 몇 차례에 걸쳐 각계 인사들에게 용산기지 이전 논란에 대한 해법을 다각도로 들어보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편집자 주)

용산 미군기지 문제가 수도권 내로 '이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법은 오히려 문제를 더욱 꼬이게 할 가능성이 높다. 용산 주민들을 비롯한 서울 시민들의 오랜 숙원을 푸는 과정이 엉뚱하게도 이전 후보지역 주민들에게 부담을 전가시킬 것이며, 막대한 이전 비용 역시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자체 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용산기지 문제가 여야간의 정쟁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혼선은 이미 예정된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이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기지 이전이 1989년에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12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막대한 이전 비용과 대체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이전 불가'쪽으로 가닥을 잡았었다.

또한 최근 용산기지 안 아파트 신축추진으로 말썽이 일었을 때도, 용산기지 아파트의 당위성을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었을 뿐, 기지 '이전'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

용산미군기지 아파트 건설 예정지 입구인 52번 게이트를 지키는 미군들. ⓒ마이너

국방부가 오래 전에 합의한 기지 '이전'으로 다시 급선회한 결정적인 이유는 미군 측의 입장 변화 때문이다. 미군측은 용산에 미군 기지를 계속 둘 경우 한국인의 반미감정을 해소하기가 어렵고, 기지 이전을 통해 전반적인 주한미군 전력 구조의 재편을 앞당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한미군 측이 '조건만 맞으면' 이전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자, 국방부는 서둘러 '이전'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미군측이 제시한 조건이다. 미군측은 1990년에 합의한 것에 따라 이전 비용을 한국측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이전 비용은 17억 달러로 추산되었으나, 현재는 100억 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보여 한국으로서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피할 수 없다. 100억 달러는 전체 예산의 10%가 넘고, 국방비의 80%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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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에 뭐가 있는지 알고 그러느냐" 동작대교 북단도로 미군 반대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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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느 나라 국방부냐?"
또한 미군측은 '확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현 용산기지가 약 80만평인 반면, 미군은 새로 옮기게 되는 기지 부지로 100만평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가 유력한 이전 후보지역으로 고려하고 있는 송파구의 특전사령부는 60만평 규모로 미군측이 요구한 것에 40만평이 부족한 상황이다.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10년 이상으로 추산되는 기지 이전 기간도 문제다. 이에 따라 용산기지 내 아파트 신축계획은 예정대로 추진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지를 '이전'한다면서 기지 내에 새로운 건축물을 세우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것은 조건이 맞지 않으면 용산기지 이전이 백지화될 가능성을 높일 뿐더러, 용산기지를 '이전'하더라도 '이중'의 비용을 치르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왜 수도권을 고집하나?

한미 당국이 미군사령부의 군사전략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기지 이전 지역을 수도권 '내'로 고집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다. 한미당국은 미군사령부가 북한의 야포 사정거리 내에 있을 때,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 있다는 엉뚱한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유사시 미군사령부가 북한의 야포 사정거리 안에 있을 때, 북한은 이 기지를 최우선적인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고 이에 따라 수도권 내에 있는 미군 기지는 물론 주변 민간 시설과 민간인들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미당국에서 북한위협론의 단골메뉴처럼 말하는 '비오듯 쏟아지는 포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 당국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미군사령부의 군사전략상의 가치가 그토록 중요하다면, 오히려 북한의 야포 사정거리 '밖'으로 기지를 옮기는 것이 군사전략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전시 작전권을 보유한 미군사령부가 북한의 야포 공격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경우, 지휘계통의 혼란을 비롯한 막대한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0년 전의 주한미군 감축 계획

ⓒ마이너

실타래처럼 얽힌 용산기지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사고의 혁신'부터 필요하다. 즉, 용산기지문제를 주한미군 '감축'의 관점에서 구조조정으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 계획은 이미 10여 년 전에 세워진 바 있다.

1990년 4월 아버지 부시 행정부때 작성되어 미의회에 제출된 넌-워너 보고서(동아시아전략평가보고서)에 기초해 마련된 주한미군 감축 계획은, 1단계(91∼93년)로 공군병력 2천명과 지상군중 비전투요원 5천명 등 총 7천명을 감축하고, 2단계(94∼95년)에서는 구체적인 감축 규모를 밝히지 않았으나 전체 병력수를 3만명 수준으로 유지하며, 3단계(96년∼2000년)에서는 1,2단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한국군이 한미연합전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어 대폭적인 미군 감축을 암시한 바 있다.

따라서 계획대로 감축이 추진되었을 경우, 현재의 주한미군은 최대 3만 명, 최소 2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게 됐을 것이다. 한미 당국은 감축 계획이 무산된 이유를 북한 핵문제로 들고 있으나, 북한 핵개발을 동결시킨 제네바 합의가 1994년 10월에 체결된 이후에도 감축은 추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한미 당국의 의지의 부족 및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변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당시 한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일부 감축을 받아들이되 대폭적인 감축에는 반대했으며, 미국 역시 1995년 동아시아 전략보고서에서 아시아 주둔 미군 규모를 10만 명선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움으로써 미군 감축 계획은 1단계에서 중단되고 만 것이다.

10년 전에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추진한 이유는 한국에 대한 안보공약의 철회나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계획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냉전의 해체로 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했을 뿐만 아니라, 북중, 북러 군사동맹이 사실상 붕괴되고, 한국의 군사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주한미군의 대북억지력의 상당 부분을 한국측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 시점에서 주한미군의 '감축'을 다시 고려해야 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한미당국이 감축 2단계를 중단시킨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 문제는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를 통해 일단락되었기 때문에, '감축'의 중요한 장애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미국측에서 북한의 과거 핵활동을 문제삼으며 조기 핵사찰을 촉구하고 있고, 북한은 경수로 완공의 지연으로 전력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북한 핵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 핵개발이 '중단'되었다는 점에서 2단계 감축을 추진할 '필요조건'이 충족된 것도 사실이다.

둘째, 남한의 군사력이 미군 감축을 추진한 10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점이다. 미군 감축을 추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남한의 독자적인 방위력이 향상되었고, 또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따라서 적어도 '재래식' 군사력에 있어서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을 앞서고 있기 때문에 미군 감축 추진의 또 하나의 근거를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미군 감축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물론 당분간 미군이 축소된 규모로 계속 '주둔'하는 것을 비롯해 군사동맹관계를 적어도 통일 전까지 계속 유지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러한 점에서 미군 감축을 '철수'나 '동맹 파기'와 동일시하는 일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넷째, 가장 중요하게는 미군 감축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평화정착에 획기적인 진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에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세웠을 때도, 이 점은 중요하게 고려된 부분이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까지 문제삼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미군 감축 '재개'는 상호간의 위협 감소를 비롯한 군축 실현의 중요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너

주한미군 1만명 줄이면 용산기지문제 해법 찾을 수 있어

현재 주한미군은 약 3만 7천명 수준이고, 용산기지에는 미군 4천명이 주둔하고 있다. 현재 검토 중인 기지 이전 계획에 따르면, 최소 60만평(한국측 고려안), 최대 100만평(미국측 요구안)의 부지가 필요하고, 약 100억달러의 비용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3만 7천명'의 주한미군을 고집할 경우 '기지의 이전'은 '고통의 이전'과 다름 아니다는 주장도 이러한 막대한 부지와 비용, 그리고 시간을 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비서울' 주민들의 피해의식을 불러와 국민통합에서 적지 않은 지장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의 계획으로는 이전을 실현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이전되더라고 용산이 있을 때 못지 않은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접근을 달리해 현재의 주한미군 병력수를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7천명에서 1만명 정도 줄인다고 가정해 보자. 이렇게 할 경우 두 가지 유력한 용산기지문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하나는 용산기지 주둔 미군을 우선적으로 감축함으로써 현재 80만평에 달하는 기지 규모를 대폭적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기지의 건설이 아니라 다른 미군 기지에 축소된 용산미군기지를 이전·통폐합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방안은 새로운 부대 기지를 요구하지도 않을 뿐더러, 막대한 이전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감축'의 관점에서 용산기지 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용산기지 이전문제를 풀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킨다는 한미 당국의 계획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한반도의 안보 환경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또한 이를 견인할 수 있는 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철수나 영구주둔을 요구하는 여론이 소수인 반면, 단계적인 감축을 요구하는 여론이 가장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들의 요구에도 가장 부합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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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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