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예순을 앞둔 나이에 벤처기업 사장으로 발탁된 미디어텍닷컴 안영호(58) 사장. 그는 81년 교육용 비디오 제작업체인 벧엘프로그램을 설립, 영상업계에 발을 디딘 후 한국영상음반협회 부회장, 애니메이션 예술인협회 회장 등 업계 리더 역할을 해 온 우리나라 영상산업의 산증인이다.

20여 년간 줄곧 영상음반사업을 해오면서 방송국을 만드는 게 꿈이었던 그가 이제 오프라인에서 못 이룬 꿈을 인터넷방송으로 실현시키고 있는 셈인데... 나이도 잊고 20,30대 젊은 직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인터넷방송 유료화의 기치를 내건 그만의 비결이 궁금했다.

종합 인터넷방송 오케이캐스트(www.OKCAST.com)를 운영하고 있는 미디어텍닷컴은 지난 연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쳤다. 엔지니어 출신인 김문규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70명이던 직원을 절반이나 줄여 35명으로 감원한 것이다. 이후 새 CEO로 공인회계사 출신인 송달 박사를 영입해 경영과 재무를 강화한 미디어텍닷컴은 해외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안영호 사장에게 관리와 사업 분야를 맡겼다. 결국 대규모 인원감축 이후 침체된 회사 분위기를 북돋워야 할 책임은 고스란히 안영호 사장의 몫이었던 셈이다.

나이보다 능력 인정하는 경영관

"벤처기업 경영자들은 대부분 '기술 사장'이라 경영 경험이 미숙해 어려움을 많이 겪어요. 제가 들어온 것도 부족한 경영력을 보강하는 차원이죠. 지난 연말 사장에 취임해 인원감축을 진행하면서 직원들의 희망을 꼭 달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강하게 느꼈어요. 그래서 우리사주를 나눠줘 주인의식도 갖게 하고 한 일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실하게 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했죠."

44년생인 안영호(58) 사장은 예순을 앞둔 나이에도 직원들 사이에 개방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머리 염색이나 자유스런 옷차림에도 아무런 거리낌없는 그는 능력 위주의 직원관리에 한 일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를 강조한다. 한 차례 회사를 떠났던 20대의 신수진(28) 팀장을 지난 1월 과장급 팀장으로 전격 재발탁한 것에서도 그의 개방적 인사관행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케이캐스트 시나리오작가로 입사했지만 탁월한 기획력을 인정받았던 신수진 팀장은 전임사장과의 불화로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그때 안사장님이 이 다음에 꼭 다시 부르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정말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절 부르더군요."

신수진 팀장은 재입사 후 안사장에게 깜짝 놀랄 제안을 한다. 애니메이션과 출판사업 등과 연계한 태권도 캐릭터 사업 계획을 내고 그 대가로 회사 주식 5000주를 요구한 것. 하지만 이번에도 안사장의 대답은 '오케이'였다.

20년 영상사업 경험 인터넷방송에

"전 미국생활에 익숙해 고령자들이 갖고 있던 고정관념이 없어요. 대신 젊은이들의 사고를 익히려고 저 자신이 노력하고 있죠. 회사를 재건하는 입장에서 젊은층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신팀장 같은 유능한 인재를 보강해 사업개발팀을 맡기게 된 거죠."
그의 나이에 관대하고 능력을 높이 사는 건 그 자신도 그런 기준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50대만 돼도 일선에서 물러나는 문화가 있어요. 하지만 외국에선 나이보다 능력을 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죠. 전문인력을 너무 쉽게 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50대가 되면 그 동안 쌓은 많은 대외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젊은 사고를 100% 반영하면서 제가 가진 경험을 플러스 알파로 만들 수 있죠."

17년간 공직생활을 마치고 81년부터 교육용, 선교용 비디오제작업체인 벧엘프로그램 설립하면서 영상사업에 뛰어든 안영호 사장은 당시 자연과학관련 시청각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으나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해 영화배급 사업을 하기도 했다.

92년에는 (주)아이윌을 설립해 오성식 팝스잉글리쉬, 곽영일 스크린영어 등 제작하기도 했고 방송사에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 보급을 처음 시작한 것도 그였다. 한때 영상관련회사만 5개 법인을 거느리기도 했던 그는 (주)스타비전 회장을 맡아 삼성물산과 함께 영화전문 케이블TV 방송사를 준비하기도 했으나 관련 법령이 바뀌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인터넷방송 오케이캐스트는 20여 년간 영상분야에서만 일하면서도 못 이룬 오프라인의 꿈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성인용 배제한 유료화 정착 목표

오케이캐스트는 성인용을 배제한 종합방송국으로 각종 순위사이트에서 종합 인터넷방송 부문 10위권에 랭크돼 있다. 지난해 6월 오픈한 뒤 비회원제로 운영되다 지난 1월부터 회원제로 바꾼 탓에 회원수는 6만명에 불과하지만 일일 조회수는 40만회에 이른다고 한다.

5월 유료화를 목표로 가족 DB, 홈페이지 등으로 이뤄진 가족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한편 세대별, 성별로 나눠진 10개 채널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3월말부터 중고등학생과 학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회원수를 25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독실한 크리스챤인 안영호 사장의 1차 목표는 "돈되는 인터넷방송은 성인용뿐"이라는 인식을 깨는 일이다.

"돈 안되는 일을 왜 합니까? 적은 돈이라도 받아 인터넷 사용자들의 인식을 바꿔야합니다. 대신 알차고 유익한 컨텐츠를 제공해야죠. 성인용을 배제하고 유료화가 가능한 교육, 게임, 영화 등으로 컨텐츠를 다양화하는 한편 국내 컨텐츠에 머물지 않고 일본, 프랑스, 미국 현지 업체와 제휴해 국가별 전문사이트를 만들어 컨텐츠 허브를 구성할 생각입니다."

유료화의 핵심은 해외 컨텐츠 확보

미디어넷닷컴은 1월 말 일본 KDDI사의 컨텐츠를 국내에 제공하는 아시아어뮤즈와 제휴해 오케이캐스트 내에 일본전문사이트를 우선 개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0여개 컨텐츠업체가 속해 있는 KDDI를 통해 국내에 일본 컨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이들 사이트에도 한국 컨텐츠를 제공해 상호 교류할 계획이다.

또한 오케이캐스트는 이미 영화, 방화 780여 편에 대한 라이센스 보유하고 있다. 특히 미래소년 코난 등 추억의 애니메이션을 보유한 것이 강점. 특히 인터넷방송에서는 유일하게 생중계가 가능한 중계차를 확보하고 있고 초고속망업체인 수퍼넷을 통해 CDN(컨텐츠 딜리버리 네트워크) 서비스로 동영상 병목 현상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인터넷방송은 공중파와 케이블TV의 틈새를 공략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신속하고 빠른 정보를 양방향으로 제공하면서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강점을 살려나갈 계획입니다."


안영호 사장 프로필

1944년 1월 4일생
1963년 한양대 비철금속학과 졸업
1981년 (주)벧엘프로그램 대표이사
1985년 한국영상음반협회 부회장
1992년 (주)아이윌 회장
1995년 (주)스타비전 회장
1997년 (주)한국영상음반제작업협동조합 이사장
2000년 (주)미디어텍닷컴 사장(현)
2000년 한국애니메이션예술인협회 회장(현)

수상경력
1995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화관문화훈장 서훈
1996년 대한민국 영상음반대상 특별상 수상

덧붙이는 글 | 코스닥신문 69호(2001.2.26)에 실린 기사를 오마이뉴스를 위해 수정,보완해 재작성했습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