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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질문 / 김병기 이란 기자
사진 / 이종호 기자

그는 올해들어 부쩍 바빠졌다. 언론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절이 왔기 때문이다.

성유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58).
"요즘 내가 좀 바빠지고 있는데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 말로 그는 <오마이뉴스> 편집국에서 가진 열린인터뷰를 시작했다. <오마이뉴스> 창간 1주년 기념 하루 전인 2월 21일 가진 49번째 열린 인터뷰에는 9001번째 뉴스게릴라인 이란(23) 씨가 함께했다. 대학생인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기 약 3시간30분 전에 오마이뉴스 기자회원으로 가입했다.

언제나 노타이차림. 성 이사장은 멋을 부리지 않는다. 외모에 신경쓰는 일이 거의 없는 그는 기자정신만은 철저히 '관리'해왔다.

1968년 동아일보 기자로 들어가 편집국 독립 등을 외치다가 1975년 '해직기자'라는 이름으로 거리에 내몰렸던 그. 1984년 해직기자들과 함께 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를 만들고 1985년 <말>지를 창간하는데 앞장서 초대 편집국장을 지냈던 그. 1988년에는 또 <한겨레> 창간에 동참하면서 편집국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그는 지금 현역 기자생활에서는 은퇴했지만 언론개혁운동의 최선두에 서 있다.

성 이사장은 "이제 언론개혁운동은 대중의 바다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편집국장이었다 하더라도 시사저널이 보도한 문건을 입수했으면 기사화했을 것"이라면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와 정간법 개정 등은 정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언론개혁이라는 정도를 위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마이뉴스는 지금 혁명을 하고 있다"면서 "기존 언론들이 권위주의에 젖어있을 때 시민기자들이 만드는 오마이뉴스는 대안언론의 전형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와 시민단체간에 언론개혁 교감 있었나

- 현재 국세청에서 하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가 정부와 시민단체의 사전 교감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라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우리 이야기를 들어줬다면 우리야 환영할 일이다. 우리 이야기를 들었든 독자적 판단이건 일단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일부언론은 지금 언론사 세무조사가 언론탄압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역으로 그동안 언론사를 세무조사에서 열외시킨 것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거나 신장하기 위한 것이었단 말인가?

단지 이번에 집권여당이 조사의 결과를 악용하거나 혹은 공개하지 않을 경우 야당이나 시민사회가 규탄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해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좋지만 세무조사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은 탈세하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 시민단체에서 정간법 개정, 세무조사 등을 요구하자마자 정부와 당국이 나선 것이 국민들에게는 마치 서로 짜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김대중 정부가 이 시점에서 하는 것은 정말 언론개혁의 마인드가 있었을 수 있고 언론이 이대로 가면 사회적,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동기를 굳이 캘 생각이 없고 우리는 기본적인 원칙을 생각하며 나아가면 된다. 어떤 정권이 우리 이야기를 받아들이면 환영하고 어떤 정권은 환영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특정정권과 관계없이 언론개혁은 필요한 것이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김대중 정권은 처음에 언론개혁에 대해 '자율론'을 이야기했는데.

"처음 집권해 특히 신문개혁 부분에서 정간법 개정약속 등 과거의 공약을 뒤집었다. 그래서 우리는 김대통령의 개혁의지에 대해서 회의도 하고 비판도 했다. 언론개혁을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하자는 것은 언론개혁을 안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의지의 실종으로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율적인 언론개혁이라는 말은 맞지 않다. 미국식 언론에는 맞다. 미국 언론관계 법은 수정헌법에서 언론자유에 대해 제한하는 법을 못만들게 했다. 그 대신 시민사회, 여론이 제대로 살아 있다.

그런데 우리경우에는 언론관계법이 실제로 존재한다. 이 법에 따라서 언론과 정부, 국민과의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이 법이 낡고 비민주적인데, 법을 무시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개혁하라는 것은 언론개혁을 안하자는 것이다. 정치권에 정간법을 개정하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가 편집국장이었더라도 시사저널처럼 보도했을 것"

- 시사저널에서 보도한, '여권 언론대책문건' 기사는 보았나?

"문건 자체는 못봤고 기사는 읽었다."

- 누가 만든 것 같은가?

"그것이 집권 정부여당 전체의 뜻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문건은 현재의 집권여당 일각에서 만들었다고 본다. 일개인이 습작처럼 만든 것 같지는 않다. 그점은 민주당이 인정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한겨레 편집국장을 지냈는데 만약 지금 현직 편집국장이고 기자가 그 문건을 입수했다면 보도했겠는가?

"그건 분명히 뉴스다. 보도해야한다. 가치가 있다. 그 문건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해 확실한 확인과 믿음이 있으면 보도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 문건의 결론은 '정공법으로 치고나가자'는 것인데.

"세무조사나 공정위 조사가 정말 그런 마인드로 한다면 실패할 뿐만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도 굉장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것은 정권의 유불리를 떠나서 언론개혁의 마인드로 해야한다. 대결의식이나 정권에 유리한 방향 등의 생각으로 한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나는 경고하고 싶다."


"이번에도 세무조사 결과 공개안하면 재난올 것"

- 세무조사 결과를 공표하자는 주장에 대해 정부는 법적으로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세무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것이 국세청더러 신문사마다 조사를 해서 회계보고하듯이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일정한 비밀을 누출하면 안되지 않은가. 우리가 공개하라는 부분은 탈법과 탈세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권력과 해당 언론간의 친소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공개하라는 것이다. 탈법이 나오면 하나의 범죄인데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성유보 씨와 열린인터뷰를 진행하는 9001번째 뉴스게릴라 이란 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탈세를 덮어줬다'는 김영삼 전대통령의 도쿄발언은 사실로 보나.

"어느정도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94년에 김영삼 씨가 언론사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계 내에서 돌았다. 그 과정에서 메이저 언론사 사주들이 김영삼씨를 여러번 면담 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그후에 알다시피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아무 말도 없었다. 그때 당시에도 지금처럼 시민운동이 활성화 됐으면 문제가 됐을 것이다.

김염삼 씨의 이야기는 큰 테두리에서 사실이라고 본다. 결과는 흥정이었다. 권언유착이 군사독재시절에는 거의 상하관계였는데, 87년 이후엔 언론과 권력간의 관계가 과거와 같지 않으니까 뭔가 권언유착을 유지하려는 무기로 세무조사같은 것을 삼았다. 동기는 잘 몰라도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현정권은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된다. 그렇게 적당히 타협해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다가온다."


"동아투위 민주화운동 보상은 보람과 자신감 가져다줬다"

- 동아투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번에 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라 보상결정이 내려졌다. 소감은?

"일단 기쁘다. 우리가 해직되고 나서 받은 고난이나 핍박은 말할 수 없이 크지만 이번에 적어도 명예에 관한한 사회적으로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과거의 민주화운동이 국가사회에 기여했다는 것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것 아니겠는가.

또 하나는 어쨌든간에 올해가 26년째인데 그동안 당사자를 빼더라도 가족과 친척이 당한 고통이나 눈물에 약간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겠는가. 아빠는 해직돼서 실업자로 집에서 놀고 엄마가 돈을 버니까 아이들이 학교에서 아빠 직업을 쓰라고 하면 '우리 아빠는 직업이 없다, 논다'고 했다고 한다. 20여년간의 체증이 풀린 것 같다. 이번 결정은 현재 시민운동 하는 사람들에게도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보람과 자신감을 가져다주는 효과도 줄 것으로 본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처음에 대학 졸업하고 기자가 되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60년 4월혁명때 고3이었다. 3.15 부정선거를 보면서 고등학생 신분으로 얼떨결에 데모도 했다. 그 과정에서 이과에 지망하려했던 것을 문과로 바꿨다. 정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정치과에 입학했다. 그런데 곧 5.16쿠데타가 났다. 그 쿠데타는 내 개인적 신념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이 정권이 끝나지 않는 한 정치쪽에서 나의 신념을 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그래서 사회의 감시역이라는 언론쪽으로 가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아 동아일보 기자가 됐다. 그런데 결국 동아에서도 숨이 막혔다."

-그때 기자의 사회적 위상은?

"하층이었다. 그래서 시골 아버지는 내가 기자되는 것에 굉장히 실망했다. 서울대 법대를 가라고 했는데 정치과를 가더니 한술 더 떠서 정치도 안하고 기자를 한다고 하자 크게 낙담했다. 그때 동아일보를 제일 알아줬는데도 그랬다. 첫 말씀이 '우리 동네에서는 기자면 장가도 못간다'였다. 기자하면 공갈치고 행패부린다는 생각을 딱 가지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내가 그 기자노릇도 좀 하다가 쫓겨나더니 감옥도 들락날락하니까 정말 부친이 포기해버렸다. 돌아가실 때까지 실망하셨다."


"오마이뉴스는 지금 혁명을 하고 있다"

- 인터넷 매체의 출현이 언론개혁운동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는가.

"기존의 거대언론을 개혁하는 것만이 언론 민주화가 아니라는 것을 인터넷신문이나 지역신문 등을 보면서 깨닫고 있다. 이것이 대안이다. 카르텔을 깨고 있다. 지금 오마이뉴스는 새로운 대안언론을 만든다는 점에서 하나의 혁명적인 일을 해오고 있다고 본다.

이 자리에도 지금 9001번째 뉴스게릴라 인터뷰를 함께 하고 하는데 그야말로 누구나 기사도 쓰고 독자도 된다는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오마이뉴스의 급성장은 대안언론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간을 엄청 단축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오마이뉴스는 너무 급성장을 했기 때문에 지금쯤은 한번쯤 내실을 점검하고 가야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 시민기자 등장을 언론사적인 입장에서 짚어본다면.

"현대 언론의 생성이나 발전은 사회적 분업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개개인이 모든 뉴스와 정보를 찾을 수 없고 들을 수 없으니 분업체계로 직업기자라는 것이 생긴 거다. 그런데 우리언론들은 그간 '국민들과의 분업정신'에 투철하지 않고 국민 위에서 군림해왔다. 그러니까 완전히 닫힌 언론이 됐다.

메이저 언론은 훈계와 설교가 난무하고 있다. 자기가 잘못한 것은 한번도 되돌아보지 않고.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정신은 같아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보수적인 오프라인이 잘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오마이뉴스가 더 신선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아, 이런 언론도 있을 수 있구나'하는 굉장한 충격을 권위주의적인 언론에게 주고 있는 것이 오마이뉴스다."


언론운동은 이제 '대중의 바다'로 간다

- 앞으로 언론운동의 방향은?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랜 군사독재 시대에서 우리 국민들의 타깃은 군사독재의 종식이었다. 그렇게 근 30년 가까이 살아왔다. 그래서 직선제도 되고 민간정부도 나왔다. 그런데 언론부분만 달라진 것이 없다. 언론이 권력화 되고 자기의 이익만 챙기니까 그렇다. 그래서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이 생기고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생긴 것이다. 다음 단계는 대중운동이다. 금년도의 언론개혁운동 핵심은 '대중의 바다로 가자'는 것이다. 이것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이제까지가 언론운동의 모색기였다면 본격적인 시작은 지금부터다."

- 어떤 방법으로 언론개혁운동을 대중화할 것인가.

"언론의 자유가 언론사의 자유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자유라는 것을 대중화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언론개혁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것을 홍보, 선전, 강연 등을 통해서 감이 오도록 해야 한다. 지금 정치권의 여야는 한심하다. 비판을 하자면 여야를 불문하고 끝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차라리 대중들에게서 힘을 얻는 것이 낫다."

덧붙이는 글 | 성유보(成裕普)

<학력> 
- 1961 경북고 졸업 
- 1965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 졸업 
            
<경력>
1968   동아일보사 수습기자로 입사 
1969 - 1975  동아일보사 편집국 편집부 근무 
1975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 
1984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사무국장 
1985   말지 창간 
1986 - 1987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 사무처장 
1987   민주쟁취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실장 
1988   한겨레신문사 편집국장 논설위원 
1991   한겨레신문사 이사  
1998.01 - 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1998.08 - 현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2000.02   2000년 총선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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