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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간에 출간된 <비평과 전망> 3호는 이문열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이문열에 대한 당신들의 견해는?
(이)"80년대 중반까지는 좋은 작가였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나날이 나르시시즘에 매몰되고 있다. 최근의 작품을 보면 자기갱신력 부족이 한눈에 보인다. 자기관리를 하지 않으면 소설가로서의 위치도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폐쇄적인 세계관도 문제가 있어 보이고, 언론과 독자들에게 조명받는 만큼의 깊은 사유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문학의 얇은 두께가 경박한 그를 대가로 만들었다. 분단이 주는 피해의식과 태생적 한계가 그의 작품세계를 축소시켰고, 시대착오적인 관점을 재생산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작가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최근작 <아가>는 지하철에서 읽고 버리는 삼류저널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 홍기돈은 <인물과 사상사>에서 나온 <시사인물사전>에 필자로 참여했었고, 강준만 역시 <비평과 전망> 3호에 '이문열의 성공 이데올로기'라는 장문의 글을 싣고 있다. 강준만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홍)"그(강준만)는 글을 쓴 후의 파장을 이미 예상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비판 당사자에 대한 배려 없이 더 공격적 글쓰기로 일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악역을 자처한 사람이다. 그의 작업은 한국사회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의 사회과학적 글쓰기와 내 글쓰기는 차이가 있다. 내 글쓰기는 인문학적 관점에 가깝다."

▲<비평과 전망>의 고명철 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당신들 역시 강준만처럼 '극단적 자기 확신'의 무덤에 빠져 있다는 세간의 평이 있는데.
(고)"일리 있는 평가다. 하지만 우리의 자기확신은 문학이 문학 고유의 역할을 못하는 것에 대해 눈감을 수 없다는 알몸의 확신일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자기확신이 자족의 세계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생산적 대화가 내재된 자기확신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지킬 것이다."

(이)"약자와 강자의 자기확신은 틀리다. 범주가 구분되어야 한다."

- 고명철과 이명원은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이다. <비평과 전망> 혹은, 일간지(한겨레신문) 기고 등을 통해 단체와 이사장(소설가 이문구)을 비판한 바 있는데.
(이)"작가회의 이사장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이사장은 사퇴하고 임원은 교체돼야 한다."

(고)"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는 전술과 아이템이 없고 관료화의 기미도 보인다."

(홍)"내가 작가회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사장의 동인문학상 수상과 서정주에 대한 태도 변화에도 왜 회원들의 반발이 없는지 의문이다."

- 한국의 대표적 문학잡지인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문학동네>에 비판의 메스를 들이댔다. 위에서 언급된 잡지가 내재한 문제점을 무엇으로 파악했는지.
(홍)"<창작과비평>은 진보적 잡지다. 하지만 90년대 이후엔 그 이미지에 걸맞는 내용성이 보이지 않는다. 백낙청의 경우도 80년대 문학이론의 한계를 확인사살하고 있는데 그럴 필요까지 있는가. 젊은 비평가의 목소리를 무시한 백낙청의 2001년 신년사도 실망스럽다."

(고)"<문학동네>는 90년대 중반부터 독자와 언론의 총애를 받는 문예지다. 다원화된 문학풍토를 반영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편집위원들 대부분이 1급의 평론가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출판사 작가들에게는 냉철한 비평의 잣대를 들이밀지 못한다. 이는 지식인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 심히 걱정스럽다."

(이)"자폐적 엘리티즘으로 무장된 학식 있는 무식꾼들이 담론 상업주의를 만들어내는 곳이 <문학과사회>다."

- 문학상 제도에 대해 비판적 언급이 <비평과 전망> 2호에 실려있다. 한국의 문학상 제도가 안고 있는 맹점은 무엇인가?
(이)"지나치게 지명도 중심이다. 이는 상업성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최근 이상문학상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내용증명까지 받았다. 이제 문학계의 문제를 문학계가 해결할 수도 없을만큼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고)"평론가 고영직의 '고유의 색깔이 탈색된 문학상이 과연 필요한가'라는 말에 동의한다. 수상자와 심사위원이 지나치게 중복되어 있다. 이는 상의 정체성을 흐리게 한다."

▲<비평과 전망>의 홍기돈 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비단 문학만이 아니라, 환경, 영화, 의료 제도에 대한 비판과 문제 제기도 <비평과 전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촉수를 지나치게 넓히는 것이 아닌가?
(홍)"문학과 삶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삶의 지향을 밝히는 차원에서 문학외적인 환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는 문학을 포함한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글을 쓸 수 있는 장을 제공하기도 할 것이다. 앞으로는 이 부분을 더 강화할 예정이다."

- <비평과 전망>의 발행 부수와 정기 구독자 숫자는? 경제적 문제를 포함해 잡지 경영에 문제점은 없는지.
(고)"창간호는 자비로 1500부를 찍었다. 3호는 3000부를 찍은 것으로 안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자본의 조달이다. 정기구독자가 1000명만 되면 안정화될 수도 있을텐데."

- 당신들의 글쓰기 방식에 영향을 준 사람이 있나? 있다면 누구이고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이)"최초의 인물은 채광석이다. 이후 김현의 섬세함과 김윤식의 성실성과 열정, 이동하의 기존 문법 전복에 매료되기도 했다."

(고)"김현의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백낙청이 주는 문제제기의 명료성, 임규찬의 우직한 글쓰기 방식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홍)"대학시절엔 김현이 가진 자유주의자적 면모를 비판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세미나까지 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비판하려고 그의 저서를 보며 끌려 들어갔다. 남진우의 비평도 내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내 경우 김영민, 최종영 등의 철학자가 준 영향이 더 크다."

- <비평과 전망> 4호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으며,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 것인지.
(이)"올해가 91년 5월 분신정국이 있은 지 10주년이다. 이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하고 평가하고 있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작가들에게서 죽음의 이미지가 읽히는 것은 91년 5월과 무관하지 않다. 91년 5월은 그 세대작가들의 정체성과도 맞물리는 문제다. 이런 연구성과들이 매체에 반영될 것이다."

(고)"식민성의 잔재, 경험화의 어긋난 논리와 결부해서 91년 5월을 모색중이다. 이 작업이 <비평과 전망> 4호에 나타날 것이다."

▲<비평과 전망> 이명원 씨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과거 문학의 사회적 역할과 현 단계의 문학의 사회적 역할 중 변한 것이 있다면.
(이)"공적가치 중시에서 사적가치 중시로 가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지나치게 급격하다. 사적가치 내부에서 공적가치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하나, 문학이 특권성만을 강조한다면 이미 타락한 것이다."

(홍)"문학의 본질은 구원에 대한 물음이다. 80년대까지 문학에서의 구원은 '우리의 구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의 구원'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런 것이 문학을 절망으로 치우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김대중 정부의 문화정책에 관해 얘기해 본다면.
(이)"전 정권과 별다를 바 없다. 한가지만 지적하자면 무조건적인 불간섭주의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스크린 쿼터' 등의 문제에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도 필요하다고 본다."

- 문화권력의 지도를 그려볼 수 있겠는가? 그 지도에서 당신들의 위치는.
(이)"문학권력은 매체의 인지도와 매체 소유자의 명망에서 나온다. 그러니 최상위에는 그 인지도와 명망을 소유한 '집단'이 있다. 이는 출판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얼마 전 한 시인을 만났다. 왜 꼭 <창작과비평>이나 <문학과사회>에서 시집을 내려고 하냐고 물으니, "다른 곳에서 내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라 답하더라. 최영미의 경우도 <창작과비평>의 출판상업주의가 낳은 희생양 아닌가."

(고)"누구도 이미 확보된 권력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니 문화권력 지도에 우리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구성된 영토를 해체해 새로운 영토를 만들려 한다. 문학권력이 중세영주의 절대적 권력과 같아서는 안 된다."

(홍)"수직이 아닌 평면으로 설명해야 한다. 권력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 권력이 어떻게 쓰여지는지가 문제다. 이제 권력의 사회적 역할을 물어야 할 때다. 우리의 위치? 제도권 권력의 측면에서 보자면 최하층이다. 그러나 상징권력의 측면에서 보자면 무시 못할 위치라고 생각한다."

- 2001년 현재 한국문학의 흐름을 평가한다면?
(이)"지성의 빈곤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문인과 지식인의 개념이 자꾸만 분리되고 독립되고 있다. 나는 이런 분리와 독립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고)"2000년대 문학은 90년대 문학의 연장선상에 있다. 2000년대 이전엔 10년 단위로 분기점이 설정되고 과거의 문학은 부정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 단계의 문학은 90년대 문학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반성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이는 다행스런 일이다."

- 모두가 활발히 활동할 나이다. 어떤 일들을 준비중인지 궁금하다. 각자의 올해 계획을 말해본다면.
(이)"7월에 평론집을 낸다. 그것과는 별개로 <한계 체험>이란 책도 준비중이다. 김윤식 교수에 관련된 책도 구상단계에 있다."

(고)"나도 올해에 평론집을 낼 예정이다. 그 외엔 70년대에 제기된 '제3세계 문학론' '농민문학론' '리얼리즘 문학론' 등 논쟁사에 대한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홍)"4월에 평론집이 나온다. 제목은 <위버멘슈(초인)의 초상>(가제)이다. 박사학위 논문도 써야 한다.

▲대담을 진행 정리한 홍성식 기자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문학에 관심 있는 네티즌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있을텐데.
(이)"이론적 공부에 우선해 작품을 많이 읽어라. 현재의 문학비평은 안 읽는 게 좋다. 의무감이 아닌 즐기는 독서가 필요하다."

(고)"적극적 관심의 표현으로서 문예지의 홈페이지에 개입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문학에 대한 애정을 잃지 말고, 진솔해야 한다. 딴지를 걸기 위한 딴지는 생산적이지 못하다."

(홍)"인터넷은 정보와 속도다. 그러나 그 속성이 인간중심을 벗어날 땐 인간조차도 도구화된다. 지나친 물적 대상화를 경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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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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