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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남북정상회담 때의 일이다. 잠시 보인 것이지만 이희호 여사가 한복을 입었던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어떤 서양옷보다도 아름답고, 품위있어 보였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그리고 북한 여성들의 대부분이 한복을 입고 환영하던 장면도 눈에 선하다. 정말 가슴 뭉클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한복을 입지 않았던 점이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역사적인 사건에 두 사람이 두루마기를 입고 서명을 하는 장면이 화면에 비춰졌더라면 더 없이 좋은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만일 외국인들에게 한복을 입은 대통령과 양복을 입은 대통령을 비교하라면 어떤 말이 나올까? 아마도 한복에서 더 한국의 대통령다운 이미지를 보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한복이 보여주는 강한 한국적인 인상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이 있다. 과연 한복에는 이미지 이상의 의미는 없을까? 정말 서양옷과 비교해서 더 좋은 점은 없을까? 한복을 입으라고 하는 것이 국수주의라는 비난을 면할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가 언제부터 서양옷을 입었는가? 어떻게 입게 되었는가? 대중적으로 입기 시작한 건 아마 해방 후의 일일 것이다. 그러면서 처음엔 서양옷에 대한 좋은 점을 보고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저 남이 입으니까 입고, 괜히 멋져 보여서 입고, 나만 뒤떨어지는 것 같아서 입었을 것이다. 의생활도 문화라면 문화는 습관인 것이다.

청바지가 편하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점에서 편하다고 생각하는가를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실 천이 질기고, 아무 데나 앉을 수 있다는 것이지 실제 편한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오히려 몸을 조임으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안 좋은 면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의사들은 한복이 지극히 과학적이라고 말한다. 어째서일까? 한의학적인 눈으로 보면 가슴 위(심장)는 차게 하고, 배꼽 밑(신장)은 따뜻하게 하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라 한다. 그런데 양복의 경우 넥타이를 매어 바람을 막음으로써 오히려 가슴을 따뜻하게 하며, 바지는 거꾸로 바람을 통하게 만들었다. 이에 비해 한복은 목부분을 열어놓아 시원하게 하며, 바지는 허리끈과 대님으로 바람을 막아 따뜻하게 한 것이다.

더욱이 요즈음 현대인들은 더럽혀진 공기, 오염된 먹거리와 함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는 데다가 몸에 딱 맞는 서양옷으로 육체적인 스트레스까지 가중시켜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라서 나는 여유로운 한복으로 몸에 자유를 준다면 건강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복이 품이 커서 불편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젊은이들이 통이 넓고 엉거주춤한 힙합바지는 왜 입는가? 차라리 한복을 잘 입는 사람들은 한복의 품이 크기 때문에 외출할 때는 외출복, 운동할 때는 운동복, 잠잘 때는 잠옷으로서의 기능도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편하다는 의미가 강한 것이 아닐까? 더구나 운전할 때는 하체부분을 조이지 않음으로 더욱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동정의 경우를 보자.
동정은 직선의 사선으로 한복을 상징적으로 표현해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깃과 함께 목을 아름답게 감싸주고 있다 하겠다.

섶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먼저 섶은 아랫섶이 윗섶보다 더 넓다. 이렇게 안섶이 겉섶과 함께 밑으로 가면서 넓어지는 것은 저고리의 아래를 넓혀줌으로 해서 전체적으로 옷이 편안하고 안정감이 있도록 한다. 동시에 천연섬유를 썼을 때 여러 번 세탁하면 조금씩 줄어드는데 이때 안이 들여다보이는 위험을 겹쳐 있는 섶이 막아주고 있다. 그리고 맨 아랫부분의 버선코를 닮은 섶코의 아름다움은 또 하나의 장점이라 하겠다.

저고리 앞쪽 아랫부분을 도련이라 하는데 이 부분과 배래(팔 아랫부분)의 곡선은 우리 한옥의 추녀를 연상케 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특히 배래선은 여인네들이 머리를 만질 때나 춤을 출 때 아름다움의 극치가 있다고 얘기해 왔다.

한복에 부정적인 사람 중에는 허리가 너무 커서 안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또 하나의 장점 "내 옷 네가 입고, 네 옷 내가 입는 더불어 사는 옷"이라는 훌륭한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또한 본인도 살이 찌거나 마르거나 상관없이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님의 경우를 보자.
대님이 묶기가 불편하고, 묶는데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대님을 분실할 염려가 많다는 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대님이 바람을 막아준다는 것과 대님을 사용했을 때가 훨씬 아름답다는 점이다. 또한 대님을 묶고 풀 때 하루를 생각할 수 있다는 철학적인 면을 무시할 수 있을까? 그런 일부의 불편은 요즘 생활한복에선 상당히 개선되어 있다.

지금 우리는 몇 가지 한복의 특징 또는 장점을 살펴보았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한복이 일부 불편한 점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서양옷이 정말 그렇게 편하기만 한 옷일까? 그렇다고 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어느 것이든 정도의 차이만 있지 분명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라면 우리도 우리의 자존심을 살필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 모두가 입어 차별성이 없는 그런 옷을 입을 것이 아니라, 약간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우리 나름의 확실한 이미지가 살아있는 옷이 모두에게 칭찬받는 옷차림이 아닐까? 더구나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한복을 별로 입어보지 않고 선입관으로 얘기하는 것은 아닌지? 사용해보면서 불편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자세야말로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한복에 애정을 갖고, 실제 한번 입어보는 노력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특히 개성이 강한 젊은이들이 한번 실천해주길 간곡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 참고 

김영숙이 펴낸 "한국복식문화사전"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복식2천년"
조효순 지은 "생활한복"
한국문화재보호협회의 "한국의 복식"
손경자 지은 "전통한복양식"
금기숙이 지은 "조선복식미술"
권오창이 지은 "조선시대 우리옷"
한복문화학회의 "한복문화"
김상복 한복 홈페이지 (kimshanbok.wedcon.co.kr)
김병길 한복 홈페이지 (school.hongik.ac.kr/contest/hi165/contest)
주단명가 홈페이지 (www08.inticity.com/joodan/wear.htm)
김수정 우리옷사랑 홈페이지 (my.netian.com/~ksj0141/frame1.htm)
이태옥 한복 홈페이지 (www.hanbok21.com/frame5-1.htm)
한복의 사계 홈페이지 (myhome.netsgo.co.kr/gwonhwa/default2.htm)
최선미 한복 홈페이지 (my.netian.com/~angang22/frame_1.htm)
지혜의 한복 홈페이지 (members.tripod.lycos.co.kr/~anjihye/html/index-f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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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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