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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외판은 0.7t(두께가 0.7mm라는 이야기) 혹은 0.8t가 주축을 이룬다. 노면으로 부터 충격을 직접 받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쇼바가 차체에 장착되는 부분에는 2.3t 정도를 쓴다. 그리고 철판의 강도를 보완하기 위한 reinforce 철판은 1.2t에서 1.6t 정도의 강판을 쓴다.

즉, 자동차의 차체는 0.7t 혹은 0.8t의 큰 철판과 1.2t에서 1.6t에 이르는 작은 철판 조각이 두 겹 혹은 세 겹씩 겹쳐 용접으로 결합되어 구성 된다.

자동차 철판의 두께를 마냥 두껍게 할 수 없는 이유

철판의 두께를 마냥 강하게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가 철판의 성형성 때문이다.

자동차의 차체 형상을 디자인대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철판을 금형으로 찍어내야 한다. 금형에 철판을 찍어내는 프레스 작업은 철판의 전성(늘어가는 성질)과 연성(꺾이지 않고 변형되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철판이 일정 두께 이상 두꺼워지면 프레스 작업이 불가능해진다.

위에 이야기한 0.7t에서 1.6t 사이의 철판으로 두세겹 겹쳐 용접으로 붙여 철판을 만든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그 무거운 차체의 형상을 유지하고 주행시에 노면으로 받는 충격에 견디면서 진동과 소음의 확산을 방지하는 튜닝 작업을 쉽게 할만한 충분한 강성을 만들어내기에는 불충분하다.

그래서 금형 작업시 추가하는 중요한 작업이 forming 작업이다. 이것은 평편한 철판에 길게 볼록한 형상을 주어 얇은 철판 자체의 강성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그리고 큰 철판의 spring back 현상을 막아주기 위해서도 forming은 필요하다.

spring back이란 철판을 금형으로 찍어 어떤 형상을 만들어 냈을 때 원래의 형상으로 복귀하려는, 즉 펴지려는 특성이다. NVH(소음과 진동 그리고 harshness) 방지 기술로는 그외에 여러가지 기술이 있지만 철판 두께와 forming에 의한 강성을 기본적으로 충분히 확보하면 이후의 튜닝 작업이 그만큼 쉬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두 번째 이유는 용접성 때문이다.

자동차에 쓰이는 용접은 용접의 편의성과 신속성 때문에 spot 용접을 주로 이용한다. 로보트 팔을 이용한 용접도 spot 용접이 아니면 곤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차체 조립을 위한 용접 작업 후에 깨끗한 도장 표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용접똥에 의해 표면이 울퉁불퉁 한 모습으로 변하지 않는 spot용접 방법이 자동차 차체 조립을 위한 용접 작업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용접 방법이다.

이 spot 용접의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용접되는 재료의 용접성이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하지만 전류와 용접 철판의 두께가 용접의 품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때문에 철판의 두께가 일정 두께 이상이 되거나 겹치는 철판이 많아지면 용접을 할 때 철판끼리 충분히 녹아 들지 않아 용접 불량이 될 수 있다. 이런 spot 용접의 특성 때문에 철판의 두께를 어느 선 이상 두껍게 할 수 없다.

세 번째 이유는 중량의 증가 때문이다.

철판을 두껍게 쓰거나 많이 쓰면 당연히 차가 단단해지기는 하나 차의 중량이 무거워진다.

중량이 무거워지면 많은 문제가 연쇄적으로 돌출된다. 같은 엔진이라면 차체가 가벼운 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은 삼척동자도 판단할 수 있는 일이다. 차의 무게가 무거워지면 동력성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힘이 모자란 엔진의 동력성능을 높이려면 당장 배기가스 문제와 연비 문제와 상충이 된다.

중량을 증가시키면 동력성능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든 성능에 대해 플러스 요인이 되고 중량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면 엔지니어들이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 정말 누워 떡 먹기겠지만 경쟁이 치열하고 높은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세계 시장의 동향을 감안할 때 중량은 필연적으로 낮추지 않으면 안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서로 상충이 되는 비용과 중량과 안전과 성능이라는 4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매일 매일 코가 빠지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 이유는 충돌 안정성 문제도 고려를 해야 한다.

쇠덩어리 위에 엄청난 부피와 무게의 유압 장치를 쓰는 전투용 탱크가 아닌 이상 승용차는 충돌 사고 시의 승객의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차를 설계하면 충돌 시험을 하면서 차체의 강성과 승객의 안전성을 절충하는 시험을 하게 된다. 충돌시 차체가 안전하게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여 승객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 시키는 개발 시험을 하는 것이다.

영국 찰스 황태자의 다이애너 비가 차를 타고 가다 파리에서 충돌 사고로 죽은 사진을 보면 타고 있던 벤츠도 형편없이 찌그러진 것을 볼 수 있다. 제약된 조건에서 자동차 설계를 하다보니 어떤 자동차 메이커든 충돌 시에는 찌그러지는 차를 만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참으로 역설적인 이야기다. 무조건 안 찌그러지고 단단해야 승객이 안전할 것 같은데 말이다.

외국 자동차의 철판 두께는 어떨까?

앞서 설명한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 자동차의 철판 두께 자체가 그리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라도 이해를 했을 것이다.

그래도 외국 유명 메이커의 철판 두께는 어느 정도인지, 우리나라 자동차의 철판 두께가 정말 외국차 수준은 되는 것인지? 우리나라 차라도 내수용 차와 수출용 차는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기아차가 국내에서 단단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정말 그런 것인지? 혹자들은 속시원히 궁금증을 풀고 싶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일본차나 한국차나 현대차나 기아차나 대우차나 철판 두께는 대동소이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독일차 중에서 아우디 차량이 외판을 좀 두꺼운 것을 사용하고 안전을 모토로 삼는 스웨덴의 볼보가 외판을 좀 두꺼운 것을 쓰는 정도다. 즉, 해외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이 내놓는 차량을 grade 별로 보면 거의 같은 수준이고 특히 어느 회사가 철판을 두껍게 쓴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제조업체의 차체 조립라인은 한 차종에 하나다. 내수용 차량과 수출용 차량의 차체 조립을 별도로 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니 내수용 차와 수출용 차의 철판 두께가 다를 이유가 전혀 없다. 차체 조립 라인 하나를 더 깔려면 수십 억의 추가 투자비와 수천평 넓이의 공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도 철판이 다르다고 우기는 사람은 좀 이상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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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자동차 연구소에서 새 차 만드는 일을 하다가 캐나다 밴쿠버에 와서는 혼다, 토요타 딜러를 거쳐 지금은 지엠딜러에서 자동차 고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콩글리쉬로 잉글리쉬하며 어리버리 사는 이야기, G+도 모르면서 아는체 하는 자동차 이야기, 정신줄 놓고 노는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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