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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양 방문 사흘째인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단은 17일 가족, 친척 등 혈육과 또 한 차례 개별 상봉하고 마지막 밤을 보낸다. 분단 반세기만에 이뤄진 이상가족들의 상봉 현장을 종합, 정리했다. - 편집자주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마지막 상봉에 눈물바다

- 김병수 기자 bingsoo@yonhapnews.co.kr

'벌써 마지막 상봉이라니...' '오늘 헤어지면 언제나 다시 만날 수 있을런지...'

서울 방문 3일째를 맞은 북측 이산가족상봉단은 17일 오전, 오후 두 팀으로 나눠 두 번째 가족단위 개별상봉을 하고 서울 나들이에 나서 창덕궁을 둘러봤으나 머리 속은 온통 두고 떠나야 할 남측 혈육에 관한 생각뿐이었다.

또 낮에는 남측 이산가족들과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를 하며 못다한 피붙이의 정을 나눴다.

이산가족들은 전날 못다한 가족 얘기, 지난 50년 간 살아온 얘기 등을 나누는 한편,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 친지들과는 전화통화를 통해 안부를 교환했으며 건강하게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산가족들은 이날 상봉이 마지막 만남이어서 다시 헤어져야 하고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 지 기약할 수 없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에 또 한차례 눈물바다를 이뤘다.

특히 일부 상봉자는 생일을 며칠 앞둔 가족의 생일잔치를 미리 열고 함께 축하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북측 상봉단 숙소인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는 북측 혈육을 잠깐이라도 만나려는, 상봉대상자에서 제외된 남측 이산가족들과 북측 상봉단 간에 북에 있는 가족, 친지의 생사확인 및 편지전달이라도 부탁하려는 실향민들이 아침 일찍부터 몰려들었다.

오는 28일(음력 7월29일)이 생일인 북한 평양음악무용대 교수 김옥배(62) 씨는 이날 객실에서 반세기만에 어머니 홍길순(88)씨 등 남한 가족들이 차려준 생일상과 반지, 목걸이, 시계 등 생일 선물을 받고 즐거워했다.

또 19일이 생일인 안순환(65세)씨도 위암 때문에 상봉이 무산될 뻔한 어머니 이덕순(87)씨 등 가족들과 감격스런 생일잔치를 했다.

세 아들과 만난 북측 상봉단 하경(74)씨는 "이 세상에 식구들이 몇 십년이 지나도록 못만나는 곳은 조선밖에 없다"면서 다시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슬픔을 한탄하다가 세 아들이 "아버님 건강하세요"라고 작별 인사를 하자 참았던 눈물을 끝내 터뜨리고 말았다.

형 리종필(69) 씨를 만난 종석(64.충남 아산) 씨는 전날 북에 있는 장조카 정렬(39) 씨가 작은 아버지인 자신과 노모 등 남한 가족들에게 안부편지를 보내온 데 대해 답장을 써서 형 이씨를 통해 전달했다.

김동진(74) 씨를 만난 동생 동만(68.서울 은평구) 씨는 "북에 있는 조카가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다고 하는데 삼촌으로서 경사를 챙겨주지 못해 조카 부부와 손주에게 줄 금반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북에서 온 사촌형 김용환(70) 씨를 만난 용승(68.경기 하남시) 씨는 "어제는 웃는 시간이 많았지만 오늘은 다시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 눈물이 흘러나왔다"고 기약 없는 이별을 안타까워했다.

남북 이산가족 오늘 마지막 상봉

- 이명조 기자 mingjoe@yonhapnews.co.kr

서울과 평양 방문 사흘째인 남북 이산가족 교환방문단은 17일 가족들과 개별적으로 또 한 차례 만나 못다 나눈 정을 주고받았다.

이 날 상봉은 전날과 달리 모두 비공개로 진행돼, 50여년 만에 만난 가족들은 가슴에 품은 채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류미영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측 방문단 100명은 50명씩 두 팀으로 나눠 이 날 오전 10시, 오후 4시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가족단위로 만나 다시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삭였다. 한 팀이 개별상봉을 하는 동안 다른 팀은 창덕궁을 둘러봤다.

방문단은 이 날 저녁 박재규 통일부 장관이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주최하는 환송만찬에 참석한 뒤 공연을 관람하고 서울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 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이끄는 남측 방문단 100명도 오전 10시 고려호텔에서 북측 혈육들과 비공개로 개별 상봉했다.

남측 방문단은 이날 낮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오후 4시 동평양 청년 중앙회관에서 북한의 대표적인 민족가극인 '춘향전'을 관람한 뒤 저녁에는 옥류관에서 평양시 인민위원회 주최 만찬에 참석한다.

한편, 류미영 북측단장은 16일 오후 5시40분부터 1시간 30분간 헤어진 지 23년 만에 서울의 둘째 아들 인국(53) 씨와 막내딸 순애(58) 씨, 손자 등 가족을 만나 회한을 달랜 것으로 확인됐다.

박기륜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정례 브리핑을 통해 류 단장 가족의 상봉 사진을 공개하며 "상봉장에는 남측 자녀와 며느리 이정숙(44)씨를 비롯해 손자 손녀들도 참석했다"며 상봉 사실을 확인했다.

류미영 북측단장 아들 등 가족상봉

- 장용훈기자 jyh@yonhapnews.co.kr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단장인 류미영 천도교 청우당 중앙위원장이 16일 헤어진 지 23년 만에 서울의 둘째 아들 인국(53)씨와 막내딸 순애(48)씨 등 가족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박기륜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17일 오전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류 단장 가족의 상봉 사진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히고 "류 단장의 가족 만남은 전날 오후 5시 40분부터 1시간 30분간에 걸쳐 숙소인 워커힐호텔 숙소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류 단장의 가족상봉은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인도적 입장에서 주선된 것"이라며 "북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언론공개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봉장에는 남측 자녀와 며느리 이정숙(44) 씨를 비롯해 손자 손녀들도 참석했다"며 "류단장의 상봉 자리에는 배석자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떠한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에 살고 있는 맏딸 근애(62) 씨는 류단장과의 상봉에 참가하지 않았다.

류 단장은 서독 대사와 외무장관 등을 지낸 남편인 최덕신 씨와 함께 77년 미국으로 망명한 뒤 86년 4월 월북했다.

한편 박 총장은 "남측 이산가족 대표단장인 장충식 한적 총재는 이산가족 100명을 인솔하고 있는 단장으로 방문단에 포함되지 않은 이산가족 등을 고려해 북측에 상봉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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