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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명의 남한 언론사 사장단이 오늘 오후 5시에 평양에 도착했다는 평양발 <조선중앙텔리비전> 보도가 <연합뉴스>를 타고 급박하게 남한에 전해졌다.

비정치적 교류가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에 특별히 남북 당국의 화해 정국에 있어서 다른 어떤 기관이나 분야보다도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남북의 언론인들이 만난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지난 7월 30일에 폐막된 남북장관급 회담의 공동보도문에서 언급되었듯, "불신과 논쟁으로 일관하던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 신의와 협력으로 쉬운 문제부터 해결하는 대화가 되도록 한다"는 면에서 보더라도, 이번 언론사 사장단의 방북이 갖는 의미는 크다.

분단 50년 역사에서 남과 북은 그 동안 불신과 논쟁으로 주도권 쟁탈에 거의 모든 정력을 쏟아버렸다.

이데올로기 논쟁, 체제 논쟁, 외세 논쟁, 주한 미군 철수 논쟁, 전쟁 연습 논쟁 등을 치열하게 펼치면서 초보 서커스 단원이 외줄을 타듯 아슬아슬하게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그런 논쟁들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가장 중요한 본질은 정치 문제였다.

남과 북의 정치 상황이 썩 개방적이지 못한 정치 체제와 정치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남북 장관급 회담의 "쉬운 문제부터 해결하는 대화가 되도록 한다"는 공동보도문 내용은 만시지탄의 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8.15 해방절, 이산 가족이 다시 만나게 될 그 날을 벅찬 감격 속에서 우리 민족과 북과 남의 동포들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남과 북이 재일본 총련 동포들이 방문단을 구성하여 고향 방문을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다는 보도 또한 눈물겨운 기다림으로 우리 앞에 있다. 경의선 철도를 잇는다는 소식은 정치적 선언 이상의 의미로 우리 동포들에게 다가온다.

남과 북은 지금, 비정치 분야의 교류와 비정치적인 언어를 통한 민족 통일의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아가야 할 때이다. 물론 북과 남의 일각에서는 격한 정치적 언어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미국과 일본의 언론들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끝없는 정치적 발언들이 연일 우리 민족의 대사(大事)에 찬물을 끼얹을 것 같은 위세로 비쳐지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보더라도 남북 언론인들의 역할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할 것이다.

서울에서 차분하게 진행된 남북 장관급 회담은 의연하게 비정치적인 교류 확대와 이산가족의 절박한 아픔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한 인상을 보여줌으로써, 남북 화해 정국의 앞길을 더욱 환하게 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남북 언론인의 만남은 이런 화해 정국을 더욱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언론인 방북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어 이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을 내내 아프게 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번 북한 방문 언론인 사장단 명단에서 빠져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들은 사실 이번 언론사 사장단 방북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참여해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앞당기는 데 일조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더욱이 이번 남한 언론사 사장단의 방북을 초청한 사람이 <조선일보>와 간접적인 입씨름을 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는 점에서 그 기대는 더했다.

그간 <조선일보>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있었던 갈등 관계는 <조선일보>의 정치적 발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에 비정치적 교류가 확대되는 이 시점에서 <조선일보>와 김정일 위원장 간에도 비정치적인 만남을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조선일보>가 방북 길을 포기함으로써 어렵게 되어버렸다.

남한과 북한 간의 상호 내정 불간섭의 원리 같은 것을 굳이 주장하지 않더라도, 남한 언론인들과 북한 언론인들의 만남, 북한의 최고위 인사와 남한 언론인들의 만남은 남북 화해 분위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간의 앙금을 털어버리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은 당사자들을 위해서나 민족과 동포들의 화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이산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민족 통일을 위한 길에 나선 상황에서, 과거의 정치적 불신과 반목을 다시 상기하거나, 그런 정치적 발언들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성숙한 어른들의 모습이 아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그리고 정부 당국은 북한 언론인들을 남한에 초청하는 형식의 교류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의 남한 방문이 우리 국민들이 기대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위하여 서로 애써 자제하는 모습을 북과 남의 동포들은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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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 사물을 올바로 담아낼 때까지, 사물들을 올바로 이끌어 낼 때까지 말과 처절하게 대면하려 한다. 말과 싸워서, 세상과 싸워서, 자신과 싸워서 지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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