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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신: 6월 15일 오후 6시 30분--분단의 역사와 대결해 승리하고 돌아온 김대중

김대중, 그는 역시 통일 전문가였다. 이날, 이 연설을 위해 그는 70년대초부터 통일을 연구해온 듯했다.

"통일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평양도 가보니까 우리땅이었습니다."
"주변4강은 제국주의가 아니라 우리의 시장입니다."

평양에서 새역사를 쓰고 돌아온 김대중 대통령이 6월 15일 오후 5시 53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렸다. 환영인파의 박수를 받으면서 그는 분단의 역사와 대결해 승리한 승리자의 걸음으로 걸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서울시 연합소년소녀합창단의 염원담은 노래가 울러퍼진 가운데 김 대통령은 합창단 어린이들을 잠시 물끄러미 처다보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어 '대국민 보고'를 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역사적인 방북임무를 대과없이 마치고 지금 귀국했습니다.
그 임무 수행할 수 있도록 밤잠 주무시지 않고 성원해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에게도 이제 새날이 밝아온 것같습니다.
분단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 온 것입니다.
회담 과정에서는 때로는 절망적인 생각을 가질 때가 몇번 있었지만 서로 협력해서 그 정도 합의를 볼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방북성과 대국민 보고 전문
광화문 세종로 환영인파 현장스케치 - 배을선/박수원기자


환영인파는 이 대목에서 첫번째 박수를 보냈다.
김대통령의 보고는 어느새 연설이 되어 있었다. 박수는 연설중간중간에 이어졌다. 환영해준 1백만 평양시민을 위해, 언론을 위해, 보좌진을 위해...

약 10여분간 계속된 김대통령의 귀국인사는 '보고'로 시작해 '연설'로 바뀌고 중간부터는 '통일교육'으로 바뀌었다.

"통일도 할 수 있다는 확신 가지고 돌아왔다"

"우리 두 사람은 민족과 세계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성공못했을 때 가져올 비난과 성공했을 때의 파장을 이야기했습니다.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양도 가보니까 우리땅이었습니다. 그들도 마음속으로는 그리움과 사랑의 정이 깊이 배어 있다는 것을 조금 말해보면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반만년 우리 민족은 단일민족이었습니다. 그런 민족이 타의에 의한 50여년의 분단때문에 영원히 남남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통일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돌아왔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

김 대통령은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다 했다"고 소개했다.

"핵이야기도 했고 미사일이야기도 했습니다. 주한미군이야기도 나왔고 국가보안법도 나왔습니다. 그 대화는 유익했고 그 중에는 아주 좋은 전망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김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인내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여러분, 이렇게 말씀드리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가능성을 보고왔을 뿐입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성의가 필요합니다."

김 대통령은 연설 중반부부터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5가지에 대해 일일히 설명을 덧붙였다.

"어디까지나 이산가족 문제가 첫째입니다. 오늘도 공항에 나오면서 다시 김정일 위원장에게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산가족 문제 한번 통크게 해결하면 여러분이 주장한 자주성 문제도 내가 고민해서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김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에 얽힌 이야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이 대목을 포함 연설 중간중간에서 마치 대선유세처럼 힘차고 즉흥적인 연설을 했다. 농담까지 소개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 합의보는데 좀 힘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은 결심했습니다. 내가 이야기했습니다. 당신이 서울 와야 우리 민족이나 세계사람들이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을 믿을 것이다. 나만 오면 저거 일회성이다 생각할 것이다.
당신은 동방예의지국을 말하면서 나를 극진히 대접했는데 당신보다 10여살 위인 나도, 이 노인이 여기까지 왔는데 당신이 안오면 되겠느냐, 이런 농담까지도 했다."

"주변4강은 제국주의가 아닌 우리의 시장"

김대통령은 '세계적 시각에서 본 통일의 중요성'을 이 '통일교육'같은 귀국보고 중간중간에 강조했다. 그 대목들을 모아보면.

"왜 우리의 기차는 파리까지 갈 수 없습니까.
경의선 25킬로미터만 이으면 우리 기차가 유럽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일본은 해저로 열차를 만들어 우리나라를 통해 유럽까지 가려 할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실크로드를 열어 남북경제번영을 이뤄야합니다."

"지금 세계는 국경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인데 이럴 때 같은 민족끼리 내부에서 서로 탕진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제 더 이상 적화통일도 안되고 흡수통일도 안되고 이제 민족을 21세기 세계일류 국가를 한반도에서 만들자고 역설했고 그분들도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김 대통령이 강조한 '세계적 시각에서 본 통일의 중요성'을, 그의 말 속에서 요약하면 이렇다.

"더 이상 전쟁은 없다, 한민족이 한번 크게 세계 속에서 일류로 발전해보자, 주변 4대강국은 제국주의가 아니라 우리의 시장이다. 남과 북이 같이 헤쳐 나가자."

오마이뉴스는 정상회담이 시작된 6월 13일부터 매일 '오늘의 최고의 말'을 선정했다.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 도착 성명 가운데.

"사랑합니다, 평양시민 여러분"

6월 14일: 김대중 대통령의 만찬사 가운데.

"존경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저는 믿습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셋째날(6월 15일) 최고의 말로 "통일도 할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돌아왔다"를 선정한다.

김대중.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 가운데 드물게 통일문제에 대해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는 오늘 귀국연설에서 말했다.
"내가 터를 닦아만 놓으면 다음분이 이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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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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