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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답곡리 산55 번지. 이곳은 이름하여 '적군묘지'다. 냉전시대에 붙여진 그 이름을 대신하여 이제 '북한군-중국군 묘지'라 부르자. 그곳에는 109구의 시신이 안장돼 있다.

낙동강 전투에서 숨진 25명의 목숨에서 남해안 반잠수정에서 건져올린 '무장공비' 6명의 시신에 이르기까지, 여기 '적군'들이 잠들어 있다.

이 공동묘역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96년 7월.
군당국이 '교전 중 사망한 적군 유해도 존중되고 묘지도 관리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정 추가의정서 제34조에 따라 조성한 것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북한이 이 묘역에 묻힌 시신에 대한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지만 남북정부간 유해인도 협상이 있을 것에 대비해 묘지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가하면 국방부는 6.25 전쟁 발발 50주년을 계기로 지난 4월부터 당시 전사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유해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다. 6.25전쟁 전사자의 유해발굴작업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4월에 시작해 2003년까지 약 3년 8개월여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국방부 산하 6·25 전쟁 50주년 기념사업단은 경북 칠곡 다부동과 경기 김포 개화산 등 주요전투지역 58개소를 선정해 유해 발굴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군 전사자의 유해는 유품 식별과 유전자 감식을 통해 유족에게 인도되거나 국립묘지에 합동안장되며, 북한군의 유해는 '적군묘'에 안장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6월 9일에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을 앞두고 이곳 북한군-중국군 묘지에서 최초로 '해원 천도제'가 열린다.

박삼중 스님을 비롯한 불교신자들이 모여, 적대적 관계에서 화해와 상생의 대로로 나아가는 시기에 불운한 역사 속에서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진혼시키고자, 9일 오후 3시 범패의식과 승무로 꾸며지는 천도제를 올릴 예정이다.

오늘은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맞이한 현충일. 여기 묻힌 동족들을 더이상 '적'이라 부르지 않아도될 평화의 한반도, 하나의 한반도가 정녕 새천년과 함께 다가오는 것일까?

남북으로 찢어진 1천만 이산가족과 함께 여기 묻힌 109구의 넋들도 반세기동안 보지 못한 식구들 곁으로 돌아갈 날은 과연 다가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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