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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안 미디어로서의 <오마이뉴스>

민주주의의 보루이자 여론의 대변자 역할을 담당해야 할 언론은 이제 스스로 엘리트가 되어 대중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그들은 과도한 상업주의에 젖어서 대중의 의식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스페이스에서부터 울려 퍼지기 시작한 대중들의 낮은 목소리는 이제 거센 함성이 되어 언론 권력의 높은 성벽 한 귀퉁이를 허물어뜨리기 시작했다. 대중은 작지만 소중한 자신의 목소리를 널리 알리고 싶어하며, 여과되지 않은 진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목소리들을 담아서 전달하는 대안 미디어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오마이뉴스>가 담당했던 대안 미디어로서의 역할과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해 보자.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대안(alternative) 미디어란 단순히 기존의 매체를 대체한다는 차원을 뛰어 넘어 자본주의적 영리추구와 권력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른 미디어의 운영을 거부하고 은폐된 구조적 모순에 대한 문제제기와 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주류 언론에 대한 비판과 극복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안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의 지배집단, 즉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편집권의 자유와 경제적 독립을 확보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다.

인터넷이라는 속성상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국가권력의 개입은 인쇄신문만큼 쉽지가 않다. 멕시코의 게릴라 짜바띠스타(Zapatista)처럼 인터넷을 통한 공개적 반정부 운동도 가능할 정도이다. 그리고 디지털 대안 미디어는 비록 언론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하더라도 법적·제도적 절차가 필요한 간행물이 아닌 단순한 웹사이트이기 때문에 국가의 인·허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나 <망치일보> 발행인이 총선 기간 동안 선거법 위반 혐의로 두 차례나 구속된 사례가 보여주듯, 웹사이트에 게제된 컨텐츠의 내용을 빌미삼아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항상 열려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물론 무료 MP3나 와레즈 정보를 제공하는 불법 사이트 같은 경우 하나의 웹사이트가 폐쇄 당하면 즉각 다른 곳에 사이트를 개설하는 신속한 기동전을 전개하면서 국가의 개입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와 같은 사이트는 기동전이 아닌 진지전 성격을 띨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제한된 조건 안에서 편집권의 자유를 지켜내야 할 것이다.
권력에 의한 규제보다 더 어려운 과제는 경제적 규제, 즉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문제이다.

이미 앞서 갔던 대안 미디어들이 중도 하차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재정적 어려움과 투자자들의 외압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제적 독립이야말로 <오마이뉴스>라는 대안 미디어 실험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관건이라 하겠다. 대안미디어들의 경제 기반은 과거 공익적 성격을 띤 시민단체나 민간단체의 후원금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수익사업을 통한 자립적 형태로 변화하는 추세이다.

현재 <오마이뉴스>의 주수입원은 다른 대부분의 인터넷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배너광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조만간 '오마이 프라자'를 개설해 전자상거래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그러나 언론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역시 컨텐츠이다. 더욱이 정보사회의 경제란 지식기반 경제이기에 결국 컨텐츠는 정보사회의 핵심이며 부가가치의 원천이다.

따라서 중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컨텐츠의 개발 및 가공을 통한 수익사업의 모색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유료 컨텐츠 제공이나 유료 DB의 개발과 같은 것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컨텐츠라는 <오마이뉴스>의 자산과 당장의 수익발생이 가능한 전자상거래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사업 아이템을 고려해 볼만하다. 이를테면 게제된 기사 중 상품과 관련된 기사를 해당 웹사이트나 쇼핑몰에 링크시켜 거래가 이루어지면 수수료를 받는 사업모델이 있을 수 있다.


민주적 의사소통과 공론의 형성
디지털 대안 미디어를 구성하는 3대 요소를 꼽으라면 뉴스, 기자와 독자, 토론을 들 수 있다. 기성 미디어와 달리 '토론'이 추가된 것이다. 사실 기성 미디어는 대중들에게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토론과 공론이 형성되는 공간을 제공하기보다는 오히려 여론을 조작하고 대중을 방관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기성언론은 단순히 사실에 대한 정보만을 제공했을 뿐, 구체적인 대중의 참여와 행동을 촉발시키는 장치는 최대한 금기시해 왔다.

그러나 쌍방향, 비동시적, 다수 대 다수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사이버스페이스 환경은 대중들의 민주적 의사소통과 이를 통해 공론이 형성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제공해 준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사이버스페이스의 네티즌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된 것은 이를 잘 반영하는 좋은 사례이다.

특히 뉴스가 하나의 지점(즉 웹 페이퍼)안에서 생산·공급·소비되는 완결구조를 갖춘 디지털 미디어야말로 공론이 형성되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기 때문에, 사이버스페이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대안 미디어들은 기성 미디어에서 실종된 공론의 선도자 역할을 담당할 최적임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 보고된 온라인 토론장에 대한 몇몇 연구들은 사이버스페이스의 게시판이나 토론방은 합의된 여론이 도출되기보다는 의견들간의 차이만이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토론은 합의 지향적이 아니라 분열 지향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가장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던 '5.18 연세대 아카라카제', '민주당 386의원 광주 5.17 술자리', '총선연대 대변인 장원교수 성추행 사건' 등 세 가지 기사와 관련한 게시판을 살펴보아도 열띤 자기 주장은 있지만 토론자들간의 상이한 견해를 상호 조정하고 합의를 도출하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첫째로 애초에 면대면 토론 문화가 빈약한 데에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둘째 토론의 공간이 대화방과 같은 실시간 토론이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 순차적인 의견 개진만 가능한 게시판 구조로 되어 있고, 셋째로 적극적으로 토론에 개입하여 이견을 조율하고 합의 도출을 유도하는 중재자가 없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특히 세 번째 원인과 관련하여 <오마이뉴스>의 기사 게시판에서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이후의 토론과정에 개입하여 독자와 의견을 교류하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직까지 <오마이뉴스>는 공론의 형성보다는 정보제공의 기능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마이뉴스>가 대안 미디어로서 사회적 공론 형성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주요 현안에 대한 기자 혹은 편집진과 독자들간의 실시간 대화나 기사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에 보다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디어 권력의 이동
대안 미디어의 가장 완성된 형태라면 미디어의 주체가 지배층으로부터 일반 대중으로 이전되는 것, 즉 미디어 권력의 이동이다. 기성 언론의 의제설정 과정에는 항상 정치적·상업적 고려가 반영된다.

정치적으로는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지배층의 이해관계에 따른 메시지와 지배 이데올로기를 대중들에게 광범위하게 유포시키는 한편, 상업적 측면에서는 대중들의 생활과 직결된 부분이라기보다는 독자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시키기 위해 지엽적인 문제를 갈등구조로 서술하는 것이 전형적인 제도권 언론의 보도 행태이다.

이를테면 '시민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어떤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뉴스보다는 '정치인 아무개가 무슨무슨 발언을 하여 상대 정당의 총재를 화나게 했다'는 뉴스가 훨씬 더 비중있게 다루어지는 식이다. 일반 대중은 언론사가 정해놓은 제한된 지면에 담겨진 제한된 정보만을 소비하는 주변적 존재일 뿐, 뉴스의 주인공은 언제나 파워 엘리트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우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는 어떠한 정보를 대중들에게 전달해 줄 것인가를 최종 판단하는 게이트 키퍼(gate keeper)로서의 언론의 역할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네티즌들은 사이버스페이스 안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 자신이 관심있는 정보를 언제든지 풍성하고 깊이 있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의 소비가 단순한 '읽기' 방식에서 보다 적극적인 '검색' 방식으로 바뀜에 따라, 언론이 지배층의 입장에서 고려하던 의제설정을 일반 대중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설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제 헤어졌습니다. 난 오늘 남자답지 못합니다",
"오늘 우리 새가 죽었습니다",
"오늘 그이와 첫 외식 갑니다"........

라디오 여성시대의 독자 사연으로나 어울릴 것 같은 잔잔한 개인의 일상사들. 그러나 이것들은 모두 <오마이뉴스> 탑기사에 올라왔던 뉴스들이다. 솔직히 '남북회담 결렬'보다는 '그녀와의 이별'이, '오부치 일본 총리 죽음'보다는 '집에서 기르던 새의 죽음'이, 그리고 '대통령 평양방문'보다는 '그이와의 외식 나들이'가 더 의미있는 것이 우리들 개개인의 삶이다.

대중들은 이제 뉴스의 주변인이기를 거부하고 스스로가 작지만 소중한 자기 뉴스의 주인공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뉴스의 고정관념 파괴 나아가 미디어의 권력 이동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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