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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미디어 제국 등장하다

미국의 인터넷트 회사인 AOL(어메리칸 온 라인)과 총체적인 미디어회사인 타임 워너사의 합병이후 이것이 갖는 의미에 대한 논란이 여러가지 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AOL측이 타임 워너사를 1천6백억달라를 주고 합병한 이후 인터넷트 사업분야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사가 바짝 긴장을 하고 있다. AOL은 가입자가 2천 2백만명 이상이고, 타임 워너사의 케이블 TV의 경우에는 1천 3백만명이나 된다. 서로 겹치는 부분도 있겠지만, 일단 시장의 장악력이라는 측면에서 합병의 이른바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되는 셈이다.

더욱이 이미 잘 알려지고 있는 바처럼, AOL은 인터넷트 유통망을 가지고 있고 여기에 요사이들 콘텐츠라는 말로 쓰이고 있는 내용물을 타임 워너사가 제공해주게 되니 합병의 구조적 의미는 21세기적 미디어 사업의 완벽한 체제를 독자적으로 갖추게 된다는 측면에서 그 영향력은 강력해지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AOL측은 가입자에게 케이블 TV 시스템에 대한 무료공개 접속을 약속하고 있어서 AOL의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전망이 일고 있다. 타임 워너사의 사업분야는 뉴스 전문 케이블인 CNN등을 비롯, TV, 영화, 출판, 잡지, 케이블 TV, 음악등 미디어 산업분야는 모조리 망라하고 있습니다. AOL과의 결합으로 거대한 미디어 제국이 등장한 것이다.

문화산업의 독점구조 우려 깊어져

AOL은 이렇게 미디어 산업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흔히들 이러한 방식을 가르켜 전통적인 미디어 매체와 첨단 미디어 유통방식의 결합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달리 말하자면, 이제 인터넷트를 통한 정보의 공급과 판매가 하나의 세계적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이 생존하는 방식에 엄청난 변화가 온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식으로 가면, 가령 극단적으로 말해서 미래에는 영화관조차 그 존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 손에 든 마우스를 클릭하면 그대로 영상정보가 개인에게 전달되는 판국에 영화관까지 갈 필요가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요즈음은 디지탈 영상기술도 발달해서 컴퓨터에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화질등에 대한 고민은 없는 셈입니다. 문화산업과 관련한 전략자체의 기본적인 수정이 요구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고 하겠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인터넷트 회로로 고스란히 제공받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합병전략이라고 할 수 있지만, AOL가 사람들의 문화소비상품에 대한 절대적인 결정권을 쥐는 독점사태가 벌어짐으로써 문화적 다양성과 깊이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한쪽에서 제기되는 중이다. 이번 합병의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AOL이 쥐고 있는데, 문화적 사고가 약한 AOL이 문화산업을 좌우하게 되면 그동안 타임 워너사가 그런대로 발전시켜온 가치있는 문화적 역량을 손상시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문화독점구조로 인해 상품성이 강한 문화 외에는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점들을 지적하고 나서고 있다. 통로를 갖지 못한 문화의 쇠퇴와 이 통로를 독점한 측의 문화재편이 이루어질 가능성에 대한 가공할 두려움이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나스닥 시장의 주가 불안정한 형세

이들 두 회사의 합병으로 가장 득을 본 사람들은 역시 이들 합병주체들이고 할 수 있는데, 주가가 엄청나게 올랐다가 다시 좀 하락하여 냉각현상을 보이고 있다. 첨단기술, 또는 인터넷트 주의 주가상승이 미국의 주식시장 전반에 중요한 견인차의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고, 그래서 이번 합병도 그러한 경향을 강화했다고 하겠다. 그러나 합병직후의 기대와는 달리, 아직 이 합병이 경제적으로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한 전망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주가상승에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이다. 미국의 제2주식시장인 나스닥의 경우, 합병의 파장이 주가상승으로 계속 이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투자가들이 일단 관망세로 돌아선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경향은 인터넷트 산업 관련 주식의 주가가 실질적인 가격보다 너무 고평가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돌면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자칫 거품현상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는 투자가들의 작전상 후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스닥 시장의 확대는 지난 수년간 가히 폭발적이다. 최근 폭발장세를 경험한 바 있는 한국의 코스닥도 거의 나스닥의 모습을 복사하는 듯한 느낌이다. 건실한 노동과 산업발전으로 경제적 잉여를 확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돈놓고 돈먹기하는 카지노 자본주의의 현실이라고 하겠는데, 문제는 나스닥 상장주식의 가격이 이들 상장회사의 실질적인 수익증가율을 반영하기보다는 나스닥 시장 내에서의 도박판과도 같은 가격결정으로 인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인식이 최근 생기기 시작하면서 나스닥 확장의 정도가 다소 주춤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가치와 주식시장에서의 거래가치사이의 격차가 커지면 거품이 터지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주식가격의 허구가 깨지는 것이 이 거품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카지노 자본주의,투기경제의 일확천금 환상 깨져야

한국의 최근 주식열풍은 첫째는 IMF의 관리체제이후 투기적 금융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아진 구조적 요인과,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터넷트 산업발전의 흐름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것은 한국사회 내면에 새로운 방식의 골드 러쉬를 형성해서 너도나도 첨단산업분야에 투기적 성격의 주식참여로 일확천금을 꿈꾸게 만드는 별로 건강하지 못한 풍조를 만들고 있다고 하겠다. 돈의 흐름이 이런 식으로 편향되어버리면 정작 이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한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분야는 소홀하게 되고 그것은 결국에는 한국의 경제적 근본을 허약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실로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하겠다. 건실한 투자보다는 투기로 한몫 보겠다는 것인데, 이런 흐름이 대세가 될 경우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계층도 상당히 늘어날 것이다. 투기적인 경제체제에서 낙오하는 잉여인간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이러한 투기경제가 낳게 되는 빈부격차의 심화는 한국사회의 미래에 불안정한 환경을 만들어가게 된다. 한편에서는 첨단의 기술과 생활이 이루어지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인터넷트 산업발전이 매우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열기에만 빠져 너무 흥분하고 그것만이 미래의 대세이자 대안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이러한 흐름에서 소외되고 혜택의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정책적 대책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첨단기술의 확장과 발전의 그늘에 가려져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지 못하는 비정한 사회가 되어갈 것이며, 새로운 투기방식으로 골병이 드는 사회로 전락하게 된다.

인터넷트는 실로 인류문명사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 진행되고 있는 또 하나의 현실, 거대한 투기와 문화산업의 독점, 그리고 새로운 유형의 빈부격차의 심화에 대한 관심도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술주의에 빠진 사회의 비극은 한마디로 인간의 상실이라고 하겠다. 모든 것이 결국 아름답고 행복하며 정의롭게 풍요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에 있느니 만치 그런 각도에서 미래를 깊이 있게 만드는 노력이 요구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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