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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 물메기탕, 맛은?
 거제도 물메기탕, 맛은?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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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속풀이 괜찮지?"

눈치 하나는 끝내줍니다. 전날 들이킨 술 때문에 머리가 아픕니다. 집 떠나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차수를 바꿔 섞어 마신 탓입니다. '속풀이'란 소리에 고개만 끄덕. 무얼 먹을 것인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술꾼들의 이심전심이지요.

거제도 맛집 '성내회센타'를 찾았습니다. 참, 야속타! 손님이 꽉 차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한 테이블이 곧 끝나가니 밖에서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렇잖아도 쓰린 속에, 가슴까지 태우더군요. 헐~,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했지요. 막간을 이용해 옆에 있는 거제현 관아 기성관(경상남도 거제시 거제면 동상리)을 둘러보았습니다.

기성관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484호더군요. 이곳은 규모로 볼 때 통영 '세병관',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와 더불어 경상남도의 4대 누각입니다. 하필 가는 날이 장날. 문이 굳게 닫혔더군요. 식당에 이어 또 퇴짜(?)를 맞았지요.

특이한 주문 "수족관에 있는 물메기 두 마리 우리 거"

거제현 관아 '기성관'은 경상남도 4대 누각 중 하나입니다.
 거제현 관아 '기성관'은 경상남도 4대 누각 중 하나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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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과 물메기탕입니다.
 밑반찬과 물메기탕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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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기성관을 대충 둘러보고 식당으로 갔더니 자리가 났대요. 어렵사리 잡은 자리, 맛까지 없다면 '재수 옴 붙은' 거죠. 잔뜩 별렀습니다.

"시원한 물메기탕 오케이?"

일행 침묵. 이럴 때의 침묵은 암묵적 동의지요. "수족관에 있는 물메기 두 마리 우리 거"란 소리로 주문을 끝내더군요. 운치 있는 주문, 마음에 들었습니다.

밑반찬이 나왔습니다. 무김치, 배추김치, 연근, 고추멸치볶음, 톳과 콩나물, 굴과 무채김치, 시금치 도라지나물 등이었습니다. 이걸 보고 놀랐습니다. 밑반찬에서부터 거제도의 바다향이 물씬 묻어났기 때문입니다.

함께 자리한 지인 세 분은 대학 동기로 40년 지기. 한 분은 1년 터울이나 거의 친구나 매한가지.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들의 이야기 속 추억에는 다시 오지 않을 '행복'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추억만 있으면 음식 맛은 별 중요치 않지요. 동기동창 두 분의 후배 평입니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1년 후배가 말 놓을 법도 한데,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고 예의를 갖춰 고맙다."

'물메기탕' 쓰린 속풀이 해장국으로 제격, 맛은?

물메기탕, 뜨거운 거 먹으면서 내뱉는 "어 시원타" 말 속에는...
 물메기탕, 뜨거운 거 먹으면서 내뱉는 "어 시원타" 말 속에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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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모락모락 물메기탕
 김이 모락모락 물메기탕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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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제철인 물메기탕이 나왔습니다. 멀건 지리 국물 위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습니다. 뜨거운 물메기탕 국물을 한 모금 입에 넣은 지인이 말을 내뱉었습니다. 그리고 연달아 터지는 똑같은 소리.

"어~, 시원타!"

어째,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소리였습니다. 그건 바로 목욕탕의 뜨거운 탕 속에 들어가 앉으면서 어른들이 내뱉는 "어~, 시원타!"란 느낌과 흡사했습니다. 그러니까, 뜨거울 때 느끼는 시원함은 삶의 내공이 없으면 전혀 모르는 삶 자체지요.

잔소리 말고 맛 품평이라 해라? 퍼뜩 하지요. 맛은 두 번의 퇴짜가 억울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60을 바라보는 지인들의 추억과 함께 먹는 맛이었으니 뭔들 맛있지 않겠습니까! 거제 물메기탕 속에는 행복이 담겨 있었습니다.

40년 지기, 보기엔 썰렁하지만 마음은 행복하답니다.
 40년 지기, 보기엔 썰렁하지만 마음은 행복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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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물메기탕, #거제도, #거제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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