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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서 온 삼촌의 엽서
 라오스에서 온 삼촌의 엽서
ⓒ 고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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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아, 삼촌한테서 엽서 왔더라."

지난해 7월 20일, 그날도 어김없이 방학을 만끽하며 빈둥거리고 누워 있었다. 그러다 '삼촌'이 보냈다는 엽서에 벌떡 일어났다. 교육대학에서 소위 '삼촌'이라고 통하는 그는 늦깍이 대학생이며 내 대학 동기다. 그는 '이모'라고 불리는 아내와 함께 라오스로 떠난 상태였다. 엽서에 찍힌 도장이며 우표를 보니, '삼촌이 제주를 떠나 라오스에 가긴 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 학기가 시작이 되고 다시 만난 삼촌은 그을리다 못해 익어버린 빛깔을 띠고 있었다. 그런 삼촌은 내게 겨울 방학에 라오스에 함께 가자고 했다. 나는 무서움 반, 설렘 반으로 초대에 응했다. 덕분에 나는 지난 1월, 삼촌에게 시달리며 라오스를 여행했다. 한 달 동안 계속 걸어 다녔지만, 내게 라오스의 인상은 깊게 자리 잡았다.

그런 삼촌은 지난 여름, 다시 한 번 라오스로 떠났다. 역시 '이모'와 함께였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라오스 여행을 책으로 엮었다.

라오스의 진짜 매력은 '기분 좋은 느림'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표지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표지
ⓒ 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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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나라였다."

'삼촌'과 '이모'는 여행광이다. 그들은 무려 967일간 배낭을 메고 세계를 일주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전 세계를 누빈 그들이 왜 다시 라오스로 향했을까. '삼촌'과 '이모'는 라오스의 매력으로 '아무것도 없음'을 꼽는다.

나는 처음에 이 말이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쪽 한 쪽 여행기를 읽어가노라면 비로소 그 매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아무것도 없는 빈칸을 라오스의 사람들의 향기, 그리고 느림이 채우기 때문이다. 그게 라오스의 진짜 매력이다.

이 책은 저자들이 라오스를 여행하며 만난 라오스 사람들, 라오스의 향기, 그리고 '느림'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고 나면 '라오스에 꼭 가야지!' '라오스 어떤 도시, 어떤 곳을 꼭 가봐야겠어'라는 생각보다 '라오스 사람을 만나고 싶어' '라오스에서 추억을 만들고 싶어' 같은 생각이 든다. 어느새 독자는 책에 담겨 있는 라오스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잊지 못한다, 시속 4킬로미터의 느림

"버스는 30분도 달리지 않아 다시 멈추어 섰다. (중략) 스님을 내려 두고 느릿느릿 다시 제 길을 갔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자동차를 타며, 기차를 탄다. 빠른 생활 속에서 더 빨라지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라오스의 풍경은 느리다. 어찌 보면 우리는 라오스의 '느림'을 두고 게으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저자가 담아낸 것은 라오스의 '기분 좋은 느림'이다.

저자들은 재미난 일이 생기면 계획을 뒤엎기도 하고, 재미난 모양이 있으면 지나치지 않고 발뒤꿈치를 들어 보이기도 한다. 또 가끔은 기약 없이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마냥 좋아하기도 하고, 저무는 태양이 비치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한다. 저자들은 시속 4킬로미터의 '느림'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속도는 시속 4킬로미터의 세상이다. 발뒤꿈치만 살짝 들어도 담장 너머에 널어 둔 빨래와 대바구니 안에 잠든 아기와 모이를 쫓아다니는 닭들의 세계가 다 들여다보이는 속도가 시속 4킬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가끔 예기치 않은 만남을 가져다주는 속도이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

책을 덮고 나니, 지난 1월 '삼촌'과 함께 걸었던 라오스의 느림이 떠오른다. 시속 4킬로미터로 만난 라오스, 그리고 그곳 사람들은 너무나 아름답고 정겨웠다. 아마도 내가 이 책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이유가 그 속도의 기억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몸과 마음이 정지해있는 사람들. 추운 겨울날, 난로 옆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만 할 게 아니라 라오스의 '느림'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라오스, 그곳의 사람들, 그리고 시속 4킬로미터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저자에게 받은 사인
 저자에게 받은 사인
ⓒ 고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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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 바쁜 마음도 쉬어 가는 라오스 여행기

김향미.양학용 지음, 좋은생각(2011)


태그:#라오스, #좋은생각, #양학용, #김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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