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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관리하는 지하도상가 점포 임대차계약과 관련,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기업들과 유착관계로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 수의계약에서 일반경쟁입찰로 변경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정인대 이사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는 전국 지하도상가 90개, 2만여 점포 상인들의 권리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2008년 4월 서울시가 계약기간이 끝나는 지하도상가 점포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기존 수의계약에서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해 시행하려는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서울시 사이에 마찰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정 이사장 등 상인들은 서울시의 정책변경에 대해 반대하는 집회를 16회에 걸쳐 갖고, 마치 오세훈 시장이 대기업들과 유착관계로 인해 임대차계약방식을 변경하려고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또 2008년 5월~2009년 3월 사이에 5회에 걸쳐 일간신문에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를 비판하는 신문광고를 실었다. 내용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지하도상가의 일반경쟁입찰은 상인들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박탈하는 대기업과 재벌의 배를 채우기 위한 특혜성 사업임이 밝혀졌다. 대형유통업체와 재벌 백화점에 지하도상가를 넘겨주려는 공개경쟁입찰을 즉각 중단하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서울시는 지하도상가 상인들에게 제소 전 화해조서의 수용을 강요하고 있다. 화해조서는 민간인도 취급하지 않는 가장 악질적인 법적 조치로서 서울시라는 지방정부의 정당한 행위가 아니다. 법률가 출신인 오세훈 시장이 이러한 악랄한 조치를 지시했는지 규명하라"고 촉구했다.

 

1심, 오세훈 시장 명예훼손 유죄...서울시 명예훼손 무죄

 

이로 인해 정 이사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숙연 판사는 지난해 9월 오세훈 시장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만 유죄로 인정해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정인대 이사장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공직자에게 있어 직무수행의 청렴성과 공정성은 공직생활의 생명과도 같은데, 피고인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로 판단해 보지도 않은 채 피해자의 청렴성과 공정성에 대한 평가를 손상시킬 내용을 여러 차례에 걸쳐 적시함으로써 그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서울시의 주민으로서 자신 및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권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서울시의 정책을 비판한 것"이라며 "각 증거들을 종합하더라도 피고인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데에서 더 나아가, 집회 발언이나 신문 광고내용이 악의적인 허위주장이거나 심히 경솔한 것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악의적이고 음해하는 내용 아니면 공개적인 비판은 허용돼야" 무죄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김정호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정인대 이사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오세훈은 직책이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의 모든 시정활동의 최종책임자인 점, 일반 국민들의 관점에서 보면 서울시의 활동은 서울시장의 활동과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평가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직자인 서울시장에 대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의 행위가 감시·비판·견제라는 정당한 활동의 범위를 벗어나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는 2008년 4월 하도상가 전부를 일반경쟁입찰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발표해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점, 신세계백화점 직원이 시설관리공단의 대외비 문서를 가지고 지하상가를 조사하다가 상인들에 의해 발각된 점, 언론에서 서울시 지하도상가와 관련해 대기업에 특혜의혹이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피고인의 오세훈에 대한 발언이 전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행해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그것이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피고인의 발언은 집회 과정에서 상가협의회 상인들을 상대로 한 점, 피고인이 적시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하도상가 정책에 관한 업무집행이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내용은 상인들 공공의 관심 사안으로서 명백하게 악의적이고 근거 없이 음해하는 내용이 아닌 한 그에 대한 공개적인 문제제기나 비판은 원칙적으로 허용돼야 하고, 게다가 표현방법도 의문을 제기하는 형식을 사용했을 뿐 오세훈의 인격을 직접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발언은 상인들 입장에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공소사실 중 오세훈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을 유죄로 인정했으니,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모두 무죄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정인대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살펴보면, 서울시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에 관하여는 피고인이 서울시를 상대로 한 발언의 내용이 악의적이고 경솔한 것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명예훼손의 점에 관하여는 피고인의 발언이 상당부분 사실에 근거해 이루어졌고, 일부 허위부분이 포함돼 있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그것이 진실하다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그 적시된 사실 또는 의견은 모두 오세훈 시장의 직무수행이 정당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취지로서 객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명예훼손죄 또는 공공의 이익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오세훈, #서울시장, #명예훼손, #상인연합회, #정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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