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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인 피고인이 형사재판을 받을 때 효과적인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본인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1심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주는 제도가 시행에 들어갔다.

대법원은 지난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선변호에 관한 예규' 개정안을 마련,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번 개정안은 작년 4월29일 시각장애인을 형사소송법상 국선변호인 의무선정 대상으로 본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1년 2개월 만이다.

기존 국선변호 예규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에 해당하는 경우, 1심 법원은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때를 제외하고 지체 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다'고 돼 있었다.

형사소송법 제33조 3항은 '법원은 피고인의 연령ㆍ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해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시각장애인은 반드시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었다. 대법원은 이번 개정안에서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에 해당하는 경우 또는 피고인이 시각장애인인 경우'까지 확대해, 국선변호인 의무선정 대상에 시각장애인을 포함시킨 것이다.

물론 형사소송법 제33조는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때 ▲70세 이상인 때 ▲농아자인 때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때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구속된 됐는데 빈곤 기타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때(단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경우)에도 법원은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선고(2010도881)된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피고인이 시각장애인인 경우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시각장애인인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실히 보장할 필요가 있어 개정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지난해 4월29일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면서 방문취업자로서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기소된 시각장애인 J(46)씨에 대항 상고심에서 국선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하며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방어권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며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먼저 "형사소송법상 권리의 행사가 자력으로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시각장애인 피고인의 경우에는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나 공판조서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공판심리에 임하게 됨으로써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면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형사소송법상 국선변호인 제도의 취지와 점자자료로 작성된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 등의 제공되지 않는 현행 형사소송실무 등에 비추어, 법원은 피고인의 연령ㆍ지능ㆍ교육 정도를 비롯한 시각장애 정도 등을 확인한 다음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시각장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방어권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은 채 공판심리를 진행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33조 제3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선변호인 선정이 필요한 경우인지 여부에 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국선변호인, #시각장애인, #피고인, #방어권, #형사소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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