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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군 비인면에 있는 박상덕의 도자공방 마당에 자리한 조형물
▲ 조형물 서천군 비인면에 있는 박상덕의 도자공방 마당에 자리한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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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다 보면(연세가 많으신 분들께는 참으로 죄스럽지만) 옛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어릴 적에 함께 놀던 친구들이나, 같이 하던 놀이가 생각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늘 먼 산을 바라보다가 눈시울을 적신다. 아주 친한 친구 녀석이 하나 있었다. 국민학교(우리 때는 초등학교를 이렇게 불렀다)를 다니는 내내, 녀석과 나는 우리 집, 너희 집 구분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모든 가족들이 한 식구처럼 지내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그 녀석이 이사를 가고 난 후, 연락이 끊기더니 벌써 5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몇 년 전인가 그 녀석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날 참으로 속이 미어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서천에 있는 도자기 공방에 들렀을 때 그 녀석이 다시 생각났다.

토우로 만든 씨름하는 아이들. 표정들이 재미있다
▲ 씨름 토우로 만든 씨름하는 아이들. 표정들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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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으로 만든 기구를 이용해 소리를 내면서 새 떼를 쫒는 옛 풍습
▲ 탈구 짚으로 만든 기구를 이용해 소리를 내면서 새 떼를 쫒는 옛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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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에 들어가 친구녀석과 물고기를 잡는다고 하다가 죽을 뻔도 했다
▲ 물고기 개울에 들어가 친구녀석과 물고기를 잡는다고 하다가 죽을 뻔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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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보던 풍경이 그대로  

그곳 마당 한 편에는 조형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그 가운데 옛날에 놀던 친구 녀석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 놓여 있었다. 썰매타기며 윷놀이, 말타기 등등. 그 모습을 보다가 그만 왈칵 서러움이 복받쳐 온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친구 녀석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과 늘 함께 하던 모습이다.

녀석과 함께 냇가에 가서 물장구를 쳐가며 물고기를 잡는다고 하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도 했다. 한 겨울에 썰매를 지치다가 넘어져 '메기'를 잡기도 했다. 마을에 사는 형이(사실은 아저씨뻘이었지만) 장가를 간다고 하는데, 그 뒤를 따라가면서 괜히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어린 나이에도 색시가 너무 예뻐 보여 괜한 심통을 냈는가 보다.

멍석을 펴고 윷놀이를 하는 모습을 그려 낸 토우
▲ 윷놀이 멍석을 펴고 윷놀이를 하는 모습을 그려 낸 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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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를 타다가 넘어져 엉덩이가 젖으면 '메기를 잡는다'며 놀리고는 했다.
▲ 썰매타기 썰매를 타다가 넘어져 엉덩이가 젖으면 '메기를 잡는다'며 놀리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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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모습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는, 그런 흙으로 만든 토우가 즐비하다. 그 주변을 돌면서 녀석과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다 보니, 괜히 코끝이 찡해온다. 소식이라도 주고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녀석의 누나를 통해 들은 소식은 많이 아팠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기에 더욱 더 그리운 녀석이다.

어릴 적에 참으로 많이 한 놀이 중 하나였다
▲ 말타기 어릴 적에 참으로 많이 한 놀이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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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판에 광주리를 놓고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그린 토우
▲ 장사 좌판에 광주리를 놓고 장사를 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을 그린 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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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타고 장가가는 형을 보고 괜히 뒤에서 소리를 지른다.
▲ 장가가는 날 말을 타고 장가가는 형을 보고 괜히 뒤에서 소리를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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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만 생각을 하자고 마음을 달랬는데, 아직도 녀석이 마음속에 웅크리고 있었는가 보다. 토우를 보는 순간 그만 또 한 번 울컥하고 말았다. 사진을 하나하나 담아내면서도, 녀석이 못내 그립다. 아마도 옛날 그 모습들이, 그래도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인가 보다. 그런 기억을 하나하나 다시 새겨보면서, 녀석과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은 것인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친구, #토우, #서천, #풍물, #박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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