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외교기관 인근에서 옥외집회나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아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독도 관련 시민단체 대표인 K씨는 2009년 12월 주한 일본대사관의 한국어 홈페이지 '일한관계' 항목 중 '다케시마 문제'라는 목차에서 '다케시마는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에 의한 다케시마 점거는 불법점거'라는 취지로 기재된 내용을 보게 됐다.

 

이에 K씨는 이 내용의 삭제를 요구하기 위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집시법' 제11조 제4호 가목에 의해 외교기관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가 금지되며, 나아가 해당 외교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집회는 예외적 허용범위에도 포함되지 않아 집회를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

 

예외적 허용의 경우는 해당 외교기관 또는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되는 경우다.

 

그러자 K씨가 "이 집시법 조항은 집회의 자유와 영토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지난 2월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최근 재판관 8(합헌) 대 1(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옥외집회나 시위는 당사자들 사이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거나, 물리적 충돌로 발전할 개연성이 높고, 고도의 법익충돌 상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교기관 인근을 집회금지 구역으로 설정한 것 자체는 외교기관의 기능과 안전을 보호하려는 집시법 조항의 입법목적을 보다 충실히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아가 이 법률조항은 외교기관의 경계지점으로부터 반경 100미터 이내 지점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그 가운데에서도 외교기관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세 가지의 예외적인 경우에는 집회 및 시위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는 입법기술상 가능한 최대한의 예외적 허용 규정이며, 그 예외적 허용 범위는 적절하다고 보이므로 이보다 더 넓은 범위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두고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리고 이 법률조항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외교기관의 기능과 안전의 보호라는 국가적 이익이며, 법익충돌의 위험성이 없는 경우에는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집회나 시위도 허용함으로써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상충하는 법익 간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만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대의견을 낸 송두환 재판관은 "외교기관 인근에서의 집회나 시위가 그 자체로 외교기관과 외교관들에게 물리적인 압력이나 위해를 가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만 가능하도록 한 것은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정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집시법의 일반적인 규제 및 형법상 국교에 관한 죄 규정에 의하여도 외교기관의 기능이 보호될 수 있음에도 집회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고려를 다하지 않은 채 몇 가지 예외적 허용사유만을 규정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송 재판관은 "나아가 집회가 평화적으로 이루어지고, 형법이 금지하는 행위와 같이 공공의 안녕질서를 침해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때에도 금지를 원칙으로 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기본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위헌의견을 제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외교기관, #집시법 , #송두환, #옥외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