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미국에서 격월로 발행되는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잡지가 23일 저녁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측근에 따르면, 이번 방북의 목적은 북한에 억류된 아이자론 마흘리 곰즈(Aijalon Mahli Gomes, 30)라는 보스톤 출신의 미국 남성을 구출하기 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는 그의 부인과 딸도 함께 할 것이라고 이 잡지는 전망했다.
 
곰즈는 지난 1월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입국한 후 북한 당국에 체포됐고, 4월에는 8년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 지난 7월, 북한의 관영 통신은 곰즈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보도했으며, 그의 가족들은 현재 곰즈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고 알렸다. 올 초 미 국무부는 4명으로 구성된 구출팀을 북한에 비밀리에 보냈으나, 곰즈를 석방하는데는 실패했다.
 
이번 방북의 성격은 작년 8월 '커런트 TV'(Current TV)의 로라 링과 유나 리를 구출하러 방북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그것과 유사한 것으로, 미국 행정부의 현직 관리 누구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수행하지 않는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포린 폴리시>에, "누군가 가게 된다면, 그것은 개인적 차원의 인도적인 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지난 20일 이 잡지는 미 국무부가 곰즈를 구하기 위해 유명한 고위급 '공인'을 북한에 파견할 것이라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현 입장 때문에 미국 정부를 대표할 만한 인사가 방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국무부 사정에 정통한 외부 인사의 말을 빌어 전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채 미국과 양자 또는 6자 회담에 참여하는 일을 반대해 온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곰즈를 석방하는 일로 그간 미국이 유지해온 대북 기조가 흐트러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6월,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인 태도가 계속된다면, 북한은 곰즈에게 '전시법(wartime law)'를 적용할 것"이라고 위협, 곰즈에게 사형을 구형할 수도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대해 <포린 폴리시>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 이후 경색되기만 했던 북-미 문제를 곰즈의 석방을 통해 풀어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곰즈의 석방을 위해 미 국무부가 애초에 고려했던 인물은 처음부터 그의 억류 문제를 적극적으로 챙겨왔던 상원외교위원회의 위원장인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과 방북 경험이 있는 빌 리차드슨 뉴 멕시코 주지사 등이었다고 한다.
 
미 국무부는 겉으로는 곰즈의 석방 문제에 나서길 꺼려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평양 주재의 스웨덴 대사관을 통해 체포 당시부터 그의 석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포린 폴리시>는 현재 북-미간 공식 외교채널이 없는 관계로 스웨덴 대사관이 미국의 입장을 대변해오고 있는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던 곰즈가 왜 방북을 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는 로버트 박이라는 기독교 선교사가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를 전파"하기 위해 북한으로 가는 것을 지지한 바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94년 북한을 방문해서 당시 전운이 감돌던 한반도의 위기를 극적으로 해결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번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일부 북-미 전문가는 이것이 "새로운 외교적 관계나 돌파구로 비춰져서는 안될 것"이라며 북한의 뜻대로 상황이 풀리는 것을 경계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카터 전 대통령이 1994년 한반도 위기를 해결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그의 방북 자체가 적지 않은 의미를 갖을 것이라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끌어내는데 참여했던 토마스 허바드 전 국무부 부차관보는, "(당시)부담없이 이뤄졌던 방북의 결과로 우리는 생산적인 협상을 했고, 머지않아 북한 사람들과 일찍이 가져보지 못했던 최고의 효과적인 합의문을 끌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바대로 카터 전 대통령이 일을 수행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에는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며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에 기대를 걸었다.
 
반면에 부시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했던 찰스 프리처드는,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을 보내는 것은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곰즈를 데리고 오는 것 이외의 다른 중요한 문제들을 카터 전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다"며 '카터 카드'를 비판했다.
 
역시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전보장회의 내 아시아 지역을 담당했던 빅터 차 교수는, "결국 곰즈를 석방하는 일이 최우선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만약 카터 전 대통령이 어떤 외교적 대화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가 그 맘대로 어떤 '패키지'를 갖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카터 전 대통령이 '임의로'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적극 나서는 것을 경계했다.

태그:#지미카터, #방북, #오바마 행정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