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교수신문>은 지난 19일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교수신문 필진,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학회장, 전국대학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216명 가운데 43%가 '방기곡경'(旁岐曲逕)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았다고 보도했다.

 

'방기곡경'은 일을 정당하고 순탄하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것을 비유하는 조선 중기 유학자 율곡 이이가 <동호문답>에서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소인배는 "제왕의 귀를 막아 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고 <교수신문>은 전했다.

 

'방기곡경'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는"정치권과 정부에서 세종시법 수정과 4대강 사업, 미디어법의 처리 등을 비롯한 여러 정치적 갈등을 안고 있는 문제를 국민의 동의와 같은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처리해온 행태를 적절하게 비유한다"면서 "한국의 정치가 올바르고 큰 길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소망까지 반영한 사자성어"라고 이유를 밝혔다.

 

방기곡경이라는 어려운 사자성어가 아니더라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명박 정부는 대화와 타협, 민주적인 절차는 깡그리 무시하고 밀어붙였다. 미디어 악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더니 결국 헌법재판소로부터 절차는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가 한나라당은 헌재가 미디어법 자체는 위법이라고 하지 않았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우기고 있다. 헌재 결정까지 무시하면서 이 대통령은 입만 열면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

 

지난 정부때 여야가 합의하여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세종시 법안까지 나라와 역사를 위한 백년대계를 위해 양심상 도저히 원안대로 추진할 수 없어 수정을 해야하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세종시 수정에 대해 여론을 수렴한다고 정운찬 국무총리는 취임 후 4번이나 충청도를 방문했다. 그런데 여론 수렴 대상이 이상하다. 지난 20일 대전에서 열린 아침간담회에서는 원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을 초청 대상자에서 빼버렸다. 정 총리가 세종시 수정 여론을 듣기 위해 충청도에 갔다면 원안을 찬성하는 사람들 말을 들어야지 수정을 찬성하는 사람들 말을 듣는다면 이는 여론 수렴이 아니라, 수정 홍보에 불과하다.

 

권태신 국무조정실장은 고위공직자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까지 했다. 권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6일 정부대전청사에서 4급 이상 공무원 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중앙부처 이전 백지화를 전제로 세종시로 오는 것"이라며 "세종시 원안을 고집하면 광주나 대구 등 다른 지역에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우리나라에서는 떼법과 BJR법, 이른바 '배째라'법이 제일 먼저"라고 했다. 이런 말이 고위공직자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인가.

 

원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법을 지키는 사람이고, 수정안을 밀어붙이는 사람이 오히려 '배째라 법'이 제일 먼저인 사람들이다. 수정안이 나라와 역사를 위한 백년대계라고 생각하면 정말 시간을 갖고, 충청도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양심상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자 이미 진행 중인 국가사업을 반대 여론에는 귀를 닫고 밀어붙이고 있다. 바로 이것이 배째라 법이다. 국민들이 들어 눕는 것만 배째라가 아니라 국민 여론도 듣지 않고 밀어붙이는 정부도 배째라이다.

 

4대강은 어떤가. 2011년 상반기에 끝내겠다고 하는 예산이 22조원이다. 엄청난 국가 예산이 들어가면서 복지 예산은 줄어들고, 4대강이 완공되면 환경파괴와 문화유산 훼손되기 때문에 야당과 협상하자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예산안은 국회가 할 일이라고 말한다. 묻고 싶다. 그 예산안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가, 예산안을 낸 곳은 정부임을 정말 모르는가. 정부가 낸 예산안이 4대강 예산안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면 대통령이 나서서 여야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지 좋지 않는 모습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귀를 닫은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벽창호가 따로 없다. 명령만 있지, 소통과 타협이 없다. 그러니 독단이요, 무력만 없을 뿐 독재다. 민주주의는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고 했다. 시민들 신뢰를 얻기 위해 귀를 열고, 들어라. 그럼 세종시, 4대강은 쉽게 해결된다.


태그:#사자성어, #방기곡경, #4대강, #국민여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