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땅 양산촌 나정 우물가
보랏빛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는
신라를 건국하여 60여 년간 태평하게
왕국을 다스리다가 죽어서
담암사 북쪽 사릉에 묻혔다
그로부터 2000년이 흘러간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세웠던 왕국이
아직도 번창하는지 알고 싶었던
박혁거세는 다시 한 번 알로 태어나
몸소 세상을 둘러보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한 토종닭의 몸을 빌려
가까스로 유정란으로 태어났다
그때가 어느 땐고 허니
전국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하던 때였다
알 속에서 사람으로 태어날 순간만을 기다리던
박혁거세는 영문도 알지 못한 채
어디론가 끌려가서
그만 살처분당하고 말았다
당시 대량 살처분을 결행했던
당국은 현장 인부는
혹 알고 있을까
자신들이 무심코 하나의 왕국을 살처분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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