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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오산 기슭
외진 산길 걷다가
산뽕나무를 만난다
가지 끝에서 오디가
까맣게 익어가고 있다
하나 따서 입에 넣었더니
새코롬하다

산뽕나무가
첫사랑을 만났던
처음 순간의 느낌을
자신이 열매 속에다
간직해둔 게
이 맛 아닐까
생각하고 나서
다시 바라보니
오디 없는
산뽕나무가
유독 쓸쓸해 보인다
내 부질없는 식탐이
죄 없는 나무의 삶에
폐허를 남겼구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폐허는
자신을 의심할 줄 모르는
무심코가
저지른 것이다

태그:#무심코, #시,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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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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