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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마지막 날 밤 야경
 오사카에서 마지막 날 밤 야경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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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가자

사방은 어느새 어둠으로 잠식해버렸다. 바람이 낮보다 거칠어졌다. 우리는 자연스레 몸을 밀착시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쌍둥이 빌딩으로 보이는 건물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보이지 않았다. 헵 파이브(hep five)에서 빠져나와 구글 맵에 의존해 비슷해 보이는 곳을 몇 번이고 돌았다. 밤이 되니 알고 있던 길도 가물가물 희미해졌다. 길 감각이 좋은 나래도 조금은 헤맸다.

헵 파이브에 관람차도 탔으니, 그냥 우메다 빌딩을 포기하는 것은 어떠냐는 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래도 꾹 참았다. 오사카에서 7번째로 높다는 스카이 빌딩을 꼭 가보고 싶었다. 한 도시에 놀러 와서 제일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 보는 일은 꽤 낭만적인 일이다. 내가 그 일을 놓칠 리 만무하다. 우리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은 조금은 시끌벌적한 중국인 3명.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멀리서 보아도 관광객이 틀림없었고 언 듯 봐도 우메다 빌딩에 갈 것만 같았다. 운에 맡겨보자는 식으로 그녀들을 따라갔다.

■ 우메다 쌍둥이 빌딩 위치: 지하철 우메다 역(梅田駅) 5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쌍둥일 빌딩, 공중정원 전망대
 쌍둥일 빌딩, 공중정원 전망대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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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빌딩, 공중정원 전망대

우리의 감은 딱 맞아떨어졌다. 많은 빌딩들을 지나고 몇 번의 신호를 건넌 후 긴 해저동굴이 나온다. 동굴을 지나자 규모부터 남다른 쌍둥이 빌딩이 눈앞에 펼쳐진다. 고개를 젖혀 보니 딱 봐도 주변에서 견줄 수 없을 만큼 높은 높이였다. 40층 높이의 빌딩은 두 개의 빌딩을 연결해 놓은 전망대가 특이하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사라졌다 나타났다 바삐 움직인다. 제대로 왔구나, 안도와 함께 사람들 무리 속에 스며들었다.

동쪽 타워 3층에서 티켓을 구매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탑승했지만, 매우 고요했다. 고요한 공기를 뚫고 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언니, 우리나라 빌딩이 더 높지? 여기는 40층인데, 그럼 63빌딩은 몇 층이야?" 엘리베이터 안에 반 이상이 웃음을 터트렸다. 반 이상이 한국 사람인 듯했다. 오히려 얼굴이 빨개진 것은 동생이 아니라 그 질문을 받은 언니였다.

전망대에서 배치한 의자에 앉아서 바라본 전망
 전망대에서 배치한 의자에 앉아서 바라본 전망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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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밤, 그 도시 내려다보기

엘리베이터를 내리고 전망대까지 올라타는 엘스컬레이터가 매우 특이하다. 마치 하늘에 붕 떠있는 기분이 들어 다리가 아찔하다. 전망대에 도착하자 오사카 시내가 별이 되어 반짝반짝 빛이 났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밤을 밝혀주는 것은 열심히 야근하는 직장인이구나. 주변의 사무실 건물들은 제법 늦은 시간임에도 아직도 퇴근은 멀었나 보다.

헵 파이브보다 한층 더 높은 곳에 있다. 정확히 따지자면, 관람차에서 본 풍경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헵 파이브에 있는 관람차는 인파 속에서 조금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느낌이라면, 우메다스카이 빌딩은 인파 속에서 한 발짝 떨어져 도시를 바라본 느낌이다.

우리는 투명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오사카 풍경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유리창 앞자리에서 몇 십분을 서성였다. 하지만 한 번 앉으면, 도통 일어날 생각이 없는 사람들 덕분에 자리를 차지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행자가 바라본 오사카의 야경
 여행자가 바라본 오사카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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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바라다보는 일

가끔 이렇게 높은 곳을 올라가야 복잡했던 마음이 풀어지는 것을 느끼곤 하다. 사람도 그 큰 빌딩들도 조그마한 장난감처럼 보인다. 차들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다들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말이 없다. 다만, 흘러가고 흘러들어온다. 이곳에서 보이는 것은 단지 그뿐이다. 어둠이 잠식해 버린 시각에도 여전히 야근 중이 사무실에서 새어 나오는 빛들과 집으로 향하는지 아님 친구를 만나러 가는지 행선지를 모를 분주한 차들의 움직임. 그리고 유리창의 반사되어 보이는 하루 끝을 마주한 우리들. 화려해 보이지만 또 어찌 보면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한 도시를 바라보는 일도 그런 것 같다.


태그:#오사카, #오사카여행, #오사카야경, #공중정원,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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