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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 야사카신사
 심야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 야사카신사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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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어지자 사람들의 발걸음은 낮보다 한층 더 무거워졌다. 바쁜 하루를 끝내고 잠시 숨을 고를 곳을 찾아 이곳저곳 찾아 헤매는 사람도 있고 땀에 절어있는 셔츠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이도 있었다. 그 모든 풍경이 '심야식당'을 떠올리게 했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여는 심야식당. 누군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심야식당 주인공은 식당을 연다. 심야식당에 방문한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식당에 있는 재료에 한해 무엇이든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준다는 심야식당이 이곳 교토 어귀에 있을 것만 같은 밤이다. 우리의 여행 이야기도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서서히 저물어가는 하루처럼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심야식당 같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식당을 찾고 있었다.

 아침과 사뭇 다른 밤거리, 야사카신사
 아침과 사뭇 다른 밤거리, 야사카신사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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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를 질질 끄는 소리가 온 동네방네 울려 퍼지고 숙소가 적혀 있는 지도를 한쪽 손에 든 채 지나쳤던 강가. 다소 음침한 분위기에 그다지 활성화되지 않은 듯한 거리를 지났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기온 거리 맞은편에 있는 상가들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고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강이다. 청수사에서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바라본 모습은 아침과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불빛들이 건물 사이로 새어 나오고 강가는 고요히 그 빛을 받아들인다.

강 주변에 서로 얼굴을 맞대고 서 있는 건물들은 서로의 분위기를 고취시켜준다. 밤의 야사카신사는 조그마한 한강과 같다. 사람들은 밤만 되면 물을 찾아서, 이곳으로 흘러들어온다. 그 물은 강, 바다가 될 수 있고 알코올이 될 수도 있다. 어찌 되었건 물은 고된 하루를 달래주는 것이 정화수와 같나 보다.  

 우리의 심야식당을 찾아서
 우리의 심야식당을 찾아서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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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사전 정보 없이 찾아든 곳이다. 테라스가 있는 곳에 가면 강을 바라보며 술 한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나름 술맛도 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 했다. 사람들이 가득 찬 토요일 밤이었고, 그럴만한 돈도 고갈된 지 오래다. 가게 앞에 놓인 메뉴판은 우리의 현금 사정을 잘 말해주었다. 들어가서 가격 보고 "헉" 하고 나오는 것보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렇다고 어마어마하게 비싼 곳은 아니다. 좌측은 강을 볼 수 있는 식당이고 우측은 강을 볼 수 없는 식당이다.

우리는 어느 곳에 가든 맛을 보장받지 못하니 차라리 사람들이 많이 서 있는 곳에 있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건 우리 여행 중에 최대의 실수 중에 하나이다. 우리 앞에 대략 4커플 정도가 가게 밖에 줄지어 서 있었다. 이 정도쯤이야, 했지만 우리는 정확히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맥주 한 잔으로 여행의 마무리
 맥주 한 잔으로 여행의 마무리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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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국물과 갖가지 해산물, 이름도 가물가물하다. 사실 내 입맛에 맞지 않았고 나는 먹는 즉시 이름을 잊어버렸다. 일렬로 앉아 서로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이야기를 건넨다. 여행 이야기와 여행에까지 끌고 온 고민거리들도 함께 피어올랐다.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피어오른 이야기들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변은 소란스럽다. 국물은 그다지 맛이 없었지만, 맥주 한 잔은 기가 막혔다. 또다시 내 얼굴은 붉게 변했다.

한국말을 잘하는 빡빡머리 종업원은 "무엇을 그렇게 재밌게 이야기하고 있어요?"라며 피식 웃었고 우리는 "그냥.."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우리가 건넨 말 중에 지금 당장 말해야 하는 중요한 말은 없었다.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었지만, 우리의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었다. 여행이 주는 매력이다. 옆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란스럽게 퍼져가는 이야기들은 한데 어우러져 도쿄의 밤에 운치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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