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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이란 괴상한 이야기, 괴이한 이야기라는 뜻이다. 괴담은 무섭다.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두려움을 자극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흔히 공포영화를 보며 느끼는 두려움은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이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즉 바로 코앞의 미래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귀신이나 괴물이 갑자기 튀어나올 때, 또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무심코 얼굴을 돌렸을 때 누군가의 눈빛이 느껴지는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낀다. 카메라맨은 공포심을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카메라의 앵글을 좁혀 앵글 밖 세상의 모습을 불확실한 의심 덩어리로 남겨둔다.

광우병 괴담론이 나타난 지 5년, 한미FTA 괴담이 다시 등장했다. 얼핏 그 개념조차 모호했던 FTA, ISD 같은 영어 약자를 둘러싸고 해석상의 논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등장한 조건명제들에 대해 괴담이라는 마녀의 옷을 입혀 처벌함으로써 일찌감치 FTA 반대론을 불법화 하겠다는 검찰의 발상이 괴담론의 중심이다.

"이대로 미국과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가 된다", "ISD 조항은 제 2의 을사늑약이다", "FTA 이후에는 병원비가 폭등하고 서민은 약을 살 수조차 없다", "FTA가 체결되면 빗물도 받아먹을 수 없다" 등등 이런 우려가 모두 괴담으로 규정되었다.

한미 FTA의 독소조항에 대해 야당 관계자와 학자, 소설가 등 7명이 모여 토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 한미FTA 좌담 중 한 장면 한미 FTA의 독소조항에 대해 야당 관계자와 학자, 소설가 등 7명이 모여 토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 variousproblem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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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모두 사실이라면 분명 무섭고 생각만 해도 섬찟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괴담이다. 그런데, 검찰은 이런 괴담으로 떨고 있는 시민들을 안심시키기보다는 그런 괴담을 유포한 자들을 색출하여 처벌하겠다고 한다.

괴담이 괴담으로 끝나려면 그 괴담에 담긴 내용이 얼마나 허무맹랑하며 사실과 다른지 알게 하면 된다. 어린 아이가 어른이 되면 귀신이 그리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어두운 밤에도 혼자 다닐 수 있고, 괴물이란 한낱 인간의 두려움과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걸 알기에 괴물이 나타날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린 아이가 귀신이 나올 걸 무서워한다고 하여 귀신 얘기를 처음 꺼낸 동화책 작가와 이를 유포한 출판사나 서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사법처리를 한다면? 아이의 무서움이 사라질까?

검찰은 FTA괴담 유포자들을 구속수사의 원칙으로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 MBC의 FTA괴담 구속수사 관련 보도장면 검찰은 FTA괴담 유포자들을 구속수사의 원칙으로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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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괴담을 만든 당사자는 정작 미국과 FTA를 협상한 통상교섭 당국자들이다. 그들은 마치 공포영화를 찍는 카메라맨처럼 바로 뒤에서 나타날 공포의 대상을 애써 앵글에 노출시키지 않으며 FTA란 무조건 좋은 것, 걱정할 게 없는 안전한 것이라고 선전하기에만 급급했다. 그래서 앵글 밖의 상황을 모르는 관객들은 긴장의 강도를 조금씩 높여왔고, 결국 협약의 내용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이 조약이 불러올 상황을 거울 저 너머에서 어렴풋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느낀 것이다.

괴담은 대부분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존재해왔다. 그것은 그 시대 불안한 민심의 반영이다. 그런데 간혹, 인간의 무지가 만들어낸 괴담 중에는 괴담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들도 있다. 갈릴레오는 '지동설'을 주장하였다가 종교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죽을 때까지 괴담의 유포자로 낙인이 찍혔지만, '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

괴담은 무지에서 벗어날 때 더 이상 괴담이 아니다. 한미FTA 역시 그 내용을 제대로 알아야만 그것과 관련된 괴담이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정부는 오히려 FTA의 내용을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괴담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태그:#FTA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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