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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7월 8일 오후 3시 49분]

브리티시콜럼비아주에 있는 사이몬 프레이저 대학 졸업식.
 브리티시콜럼비아주에 있는 사이몬 프레이저 대학 졸업식.
ⓒ 이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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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토론토에 있는 요크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이아무개씨는 학자금 대출을 4년간 총 3000달러(약 300만 원) 받았다. 매년 등록금이 4000~5000달러(400만~500만 원)선이었지만, 저소득 가정 대학생을 위한 정부의 무상보조금을 해마다 3000달러씩 지원받아서 등록금 부담이 거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저는 대학을 거의 공짜로 다녔네요. 캐나다는 한국 대학들과 비교하면 등록금이 절반 수준으로 저렴하고, 부모의 소득이 적을 경우 정부에서 무상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학비 지원 제도를 갖추고 있지요."

이씨는 캐나다 대학생들이 등록금 때문에 고통받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대학에서 학업을 지속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한 정부 지원 덕분이었다. 대학 졸업 후 취업하고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매월 80달러(약 8만 원)씩 상환하고 있는 이씨는 현재의 시간제(part time) 직장에서 받는 급여로도 갚는 데 부담이 없고, 앞으로 3년이면 상환이 끝난다. 

재학 중 이자, 정부가 부담하는 캐나다 vs. 학생이 부담하는 한국

캐나다에서는 대학 재학 기간에 대출 받은 학자금을 졸업 후 6개월이 지난 때부터 약 10년 동안 매월 일정 금액을 분할 상환하면 된다. 또한 대학에 입학할 때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아도 재학 중에는 정부가 이자를 대신 지불한다. 즉 학생일 때는 무이자(無利子)다. 대출을 받은 학생은 졸업 후 학자금을 상환하기 시작할 때부터 이자를 내면 된다.

브리티시콜럼비아주에서는 지난 6일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SFU(Simon Fraser University) 등 4개의 주요 종합대학 총장들이 학자금 대출 금리 인하를 자유당 정권에 요구했다. UBC 스티븐 투프 총장과 SFU 대학의 데이비드 퍼틴 총장 등은 프라임 금리(최우량 고객에게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보다 2.5%포인트나 높은 수준인 현 학자금 대출 금리를 낮춰달라며, 2009년 학자금 대출금의 이자를 전면 폐지한 뉴펀들랜드 주정부의 정책 사례를 제시했다.

또한 재커리 크리스핀 캐나다학생연맹 브리티시콜럼비아주 회장도 "대출금 감면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싼 등록금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학생들의 상황을 호전시키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학자금 이자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이러한 여론에 대해 교육부장관은 "대학총장들의 권고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가을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의 학자금 대출은 지급받은 시점부터 이자가 부과된다. 다만 학생의 성적과 연대보증인이 되는 부모의 소득 등을 기준으로 산정된 대출 신청 자격에 따라 이자 지불 방법이 달라진다. 일반학자금대출은 재학 기간 중에, 든든학자금대출은 취업 후에 이자 지불이 시작된다. 만약, 재단에서 평가하는 개인신용도와 성적이 80점(100점 만점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이라면 일반상환학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고, 연 4.9%(2011년 1월 적용, 고정금리)의 이자를 대출받은 다음달부터 재학기간 중에도 납부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주관하는 학자금 지원 전담 기관은 2009년 발족한 교육과학부 산하 한국장학재단으로,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이곳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학자금 대출의 종류는 두 가지다. 재학 중 이자만 납부하고 졸업 후 원리금을 함께 갚는 일반상환학자금대출과 이자와 원리금을 모두 취업 후 납부하는 든든학자금대출이다.

든든학자금대출은 졸업 후 소득이 발생하면 이자와 원금을 동시에 납부한다는 점에서 얼핏 캐나다의 제도와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원리금 상환 안내를 살펴보면 '채무자는 대출시점부터 대출원리금에 대한 상환의무를 부담합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재학 기간 동안 발생하는 이자를 정부가 대신 지불하는 캐나다와 달리 재학 중에도 이자를 부과하고 이를 취업 후 받겠다는 의미다.

한국외국어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이성준(29)씨는 "재학 기간에도 부과된 이자를 학생이 부담해야 하는 현재 학자금 대출 제도는 고액 등록금에 이자까지 추가되어 학생과 학부모의 실제 부담액만 늘리는 결과"라며 "비싼 등록금과 더불어 이러한 학자금 대출 정책도 공부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을 반값 등록금 시위에 내몰고 있는 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고액 등록금을 책정해 놓고 부모와 학생의 신용도를 따져 상환 가능한 사람에게만 대출해 준 다음 '시중 은행의 대출금리보다 낮다'고 하지만, 재학 중에도 이자를 받아 챙기는 건 결국 대다수 서민층의 자녀인 대학생들을 상대로 저렴한 사채놀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선거공약에서 '글로벌 인재양성 및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한 맞춤형 국가장학제도 구축'을 내세웠다. 취임 후 국정과제사업으로 2009년에 이를 시행하며 신년 국정연설에서도 "돈 없어서 공부 못하는 사람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확고한 신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학생을 채무자로 보는 한국의 정책에서 캐나다와 한국의 학자금 지원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학생, 시민, 야당인사들이 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촛불대회'가 열리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학생, 시민, 야당인사들이 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촛불대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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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 어려우면 정부가 이자를 대신 지불하는 캐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온타리오 학생지원제도(OSAP, Ontario Student Assistance Program)가 마련되어 있다.

온타리오주 해밀턴 소재 맥매스터 대학교(McMaster University)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치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아무개(28)씨는 이 오삽(OSAP) 제도를 통해 등록금 6000달러와 생활비 대부분을 학자금 대출 받아 대학을 다녔다. 

"학자금 대출 대상에는 등록금(수업료)뿐만 아니라 기숙사비, 식대, 교통비, 책값 등 생활에 필요한 비용도 포함됩니다. OSAP 대출을 받으면 갚을 때까지 빚쟁이 기분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은 제도라고 생각해요.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학비 때문에 못하는 젊은이들이 꿈을 잃지 않도록 미래의 기회를 마련해줄 뿐 아니라, 완전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도록 도움을 주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라고 봅니다."

윤씨도 가정형편 때문에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취업을 했다. 수입이 발생하면서 매월 350달러(약 35만 원)씩 자동이체로 빠져나가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도 직장을 찾지 못했거나 시간제로 일하며 이자 지불이 어려운 사람에 대해 온타리오주 정부는 상환지원계획(RAP, Repayment Assistance Plan)을 통해 지원한다. 즉, 매달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실제로 '상환할 수 있는' 금액(Affordable amount)보다 클 경우, 이자 부분은 정부가 대신 지불한다. 6개월마다 다시 신청해야 하며 남용 방지를 위해 엄격한 심사가 따르지만, 사실을 증빙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학자금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한국에서는 취업을 한 대출자에게 4인 가족의 최저생계비인 130만 원 이상의 수입이 발생되면 상환이 시작되고, 이를 유예하기는 어렵다. 대학에 재학 중인 상태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졸업 후에도 취업하지 못하거나 수입이 최저생계비를 넘지 못할 경우 매년 조사를 통해 이자 지불을 유예한다. 이 기간의 이자는 원금에 합산된다. 즉, 상환 시점에 따라 이자 계산법이 달라지지만, 든든학자금의 경우 상환 개시 이후부터는 유예기간의 이자가 원금에 합산되어 그 부분의 이자는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사실상의 복리 형태로 계산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한국장학재단 직원 B씨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자는 원금에 합산돼 소득이 생기는 시점에 계산된다"고 말했다. 이 직원에게 "이자가 원금에 합산되면 원금이 늘어나는 것인가" 하고 묻자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직원은 "그렇게 원금에 합산된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부과되면 복리 아닌가"하는 기자의 물음에는 "꼭 복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한국장학재단 직원 A씨는 "복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별도 계산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 계산법에 대해 물었으나 이 직원은 "범위가 넓고 복잡하다"며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기사가 보도된 후, 한국장학재단 측은 "이자 계산법은 상환 시점에 따라 다르다, 상환 개시 이전까지는 단리 누적이며 상환 개시 이후부터 복리"라고 밝혀왔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이 졸업 후 도저히 변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어떻게 될까? 든든학자금대출의 원리금 상환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채무자가 65세 이상으로서 국민연금 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없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소득인 정액 이하인 경우에는 이를 면제할 수 있다"라고만 돼 있다.

이에 대해 한국장학재단에 물었다. 한국장학재단 직원 A씨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연대보증인인 부모에게 청구된다"고 답했다(그러나 이 기사가 보도된 후 한국장학재단 측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에는 연대보증인 조건이 없다"며 이전과는 다른 답변을 보내왔다). 

최저임금으로 등록금 버는 데 캐나다 4개월 vs. 한국 11개월

맥매스터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항공사 고객서비스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아무개(25)씨는 취업 1년차 초년생이다. 대학 2학년 때부터 매년 6000달러씩 총 1만8000달러(약 1800만 원)을 대출받고, 이와 별도로 3년간 정부의 무상보조금으로 총 5000달러(약 500만 원)를 받아 공부했다. 그러나 매월 100달러씩 상환하는 데 문제가 없고 생활에 부담을 느끼지도 않는다. 

"온타리오주 최저임금은 시간당 10.25달러(약 1만300원)입니다. 만약 대학생들이 학기 중에 열심히 공부하고 여름방학(5~8월) 중 3개월만 일해도 대출원금 상당액을 상환할 수 있어요."

온타리오주 최저임금으로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일을 한다면 3개월 동안 약 5000달러 정도의 소득이 가능하고, 특히 재학 기간 중에는 이자가 없기 때문에 원금을 갚는다면 졸업 후 이자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이와 달리, 한국 대학생들은 학기 중에도 비싼 등록금을 조달하기 위해 혹은 학자금 대출 이자를 벌기 위해 법정 최저임금인 시간당 4320원조차 받지 못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업을 뒷전으로 미뤄야 한다. 이 차이는 단순하게 계산해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캐나다에서 가장 등록금이 비싼 온타리오주(연 6307달러)에서 최저임금(시간당 10.25달러)을 받고 주 평균 40시간 전일제(full time job)로 일할 경우, 등록금 전액 마련에 걸리는 기간은 4개월이 채 안 되는 3.8개월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2011년 대학 등록금 평균액인 769만 원(<추적 60분> 보도)을 벌기 위해 최저임금(시간당 4320원)으로 일할 경우 11개월이 걸린다. 물론 전액 저축한다는 가정에서다. 즉, 1년 휴학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캐나다의 주별 등록금 현황.
 캐나다의 주별 등록금 현황.
ⓒ 캐나다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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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알바생 위에 나는 등록금"... 허리 휘는 한국 젊은이들

인천의 L대학 경영학과 2005학번인 박정순씨는 아르바이트로 고액 등록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입대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 입학할 당시 273만7000원(기타등록금 포함)이던 등록금이 2학년이던 2006년에는 290만 원대로 올랐고, 3학년인 2007년에는 30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IMF 위기 때 명퇴한 부모님이 운영하는 문구점 수입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그는 학기 내내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었다.

그러나 매년 치솟는 고액 등록금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한 차례 학자금 대출을 받아 3학년을 마친 다음 군에 입대했다. 박씨는 제대한 이후에도 남은 한 학년의 등록금 마련을 위해 시급이 높은 야간 아르바이트만 집중적으로 찾아다녀야 했다. 

"빌딩 야간 경비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는 이삿짐센터에서 일했죠. 거기에다 방학 때는 집을 짓는 공사장은 물론 노동 강도가 세더라도 돈이 되는 일을 골라서 죽도록 했지만 '뛰는 알바생 위에 나는 등록금'을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뛰는 알바생' 박씨는 결국 '나는 등록금'에 밀려 복학을 한 해 미루고 임금 수준이 높은 캐나다에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했다. 그 후 박씨는 캐나다 북부의 한 호텔에서 하우스키퍼를 하고 체리농장에서도 일해 남은 1년치 등록금을 마련한 다음 올해 3월 어렵게 복학했다. 


부모 직업에 따라 무이자 대상 선별하는 한국

얼마 전 방영된 <추적 60분> '청춘이 아프다'에는 한국에서 공무원과 교직원 자녀의 학자금 대출은 무이자인 반면,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녀들은 이자를 부담한다는 내용이 나왔다.

그러나 캐나다에서는 부모의 직업에 따라 이자 부담 유무와 이율이 달라지는 법이 없다. 부모의 직업 유무는 물론 직업군을 묻는 일도 없다. 다만 전년도 소득금액에 대한 질문만 한다. 신청학생의 부모가 지난해 소득이 많은 경우 올해 등록금을 마련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대출금액이 다소 축소될 수 있다. 반면 소득이 적었을 경우에는 대출금액이 커지며 정부의 무상보조금도 많아진다. 

캐나다에서는 대학생을 위한 학자금 대출 외에, 교육적금에 가입하면 정부에서 20%까지 무상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또 다른 학자금 지원 제도가 있다. 만 18세까지 매년 2500달러(약 250만 원)까지 교육적금을 이용해 저축하는 학생에게는 매년 500달러(약 50만 원)까지 정부에서 그 계좌로 입금해 주는 방식이다. 아이당 최대 7200달러(약 720만 원)까지 정부에서 무상 지원해 준다.

고교 졸업자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에 정부의 교육적금 장려 정책이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고교 졸업자가 대학에 진학한다고 볼 수 있는데도 고액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전적으로 국민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납세자인 국민 대부분이 부담을 느끼는 고액의 대학등록금과 교육에 대한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지원책이 없다는 것은 세금 분배의 우선순위 결정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무시된 예라고 볼 수 있다.


태그:#등록금, #학자금 대출,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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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그리고 춘천을 오가며 서식하고 있습니다. 호기심과 열정을 뿜어내는 에너지 넘치는 삶의 이야기로 읽는 이들 모두가 더 가까워지고 모두가 행복한 이야기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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