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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지난 13일부터 4월말까지 대학 20여 곳을 포함한 120개 학교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감사원 앞에서는 사학단체 관계자들이 감사원의 제대로 된 감사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기간 동안 <감사원 특별감사에 바란다>라는 제목으로, 이들 1인 시위에 참여한 사학단체 관계자들이 투고하는 글을 싣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 감사원 앞에서 1인시위하는 박정훈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
ⓒ 박정훈
안양예고는 안양지역에서 교복이 아름다워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교복 입은 아이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달리 어른들의 학교 운영은 추하기 짝이 없다.

안양예고는 불법적인 전학, 편입학 관련 기부금 수수 사건으로 2004년 12월부터 문제가 되기 시작하더니, 2005년 2월 말 교장을 비롯한 교사, 학부모 등 6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기소되어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결국 200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편입학 비리뿐만 아니라 실기 강사비를 강사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며, 이전부터 학부모들에게 불법적으로 찬조금을 할당하여 갹출한 사실, 그리고 등록금이나 특기적성교육비 외 실기실습비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서 부당하게 돈을 받은 의혹 등이 함께 불거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밝혀져서 시정된 것이 없다.

돈 준 학부모는 유죄, 돈 받은 교장은 무죄

이런 수많은 의혹들 중에서 특히 편입학을 대가로 한 검은돈 거래와 이를 둘러싼 재판은 단연 압권이다. 50명이 넘는 학부모들이 편입학과 관련하여 5억원에 가까운 검은 돈을 학교에 갖다주었다.

교장은 음악부장을 통하여 그 돈을 모은 후 학교발전기금이 아닌 개인 명의의 통장으로 따로 관리하고 있었다. 누가 보아도 이는 명백히 배임수재에 해당될 것이다. 일반 공무원이나 기업에서 취업을 미끼로 이렇게 했다면 당장 구속되고 유죄선고를 받았을 중죄이다.

그러나 법원은 돈을 갖다준 학부모는 전원 유죄로 벌금 100만원씩 선고한 데 반해, 돈을 받은 교장에게는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무죄를 선고하는 어이없는 판결을 내렸다.

편입학을 대가로 돈을 받은 것도 무죄이고, 이 돈을 학교가 아닌 개인통장으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또한 무죄라니? 우리 국민과 학생들이 이런 판결을 안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이것이 과연 교육적이고 정의로운 판결인가?

안양예고에 면죄부 준 경기도교육청

편입학 비리를 포함하여 경기도 교육청은 그동안 안양예고에 대해서 수차례 감사를 했다. 2004년 감사를 통하여 실기실습비 관련 의혹에 대한 지적은 있었지만, 편입학 관련 금품수수는 전혀 밝히지 못했다.

학교를 감사하면서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학교발전기금에 관한 것인데, 당시 경기도 교육청은 130명이 넘는 편입학생들(2002년에서 2004년 사이)의 편입학 비리를 단 한 건도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졸업식장에서까지 학부모들에게 사후 서류조작을 시도하는 집단에 대해서 아무것도 밝히지 못했다.

2005년 2월 편입학 비리가 문제가 된 이후에도, 경기도 교육청은 '특별감사'를 통하여 130명이 넘는 편입학 대상 학부모들을 모두 조사한 것이 아니라 교장이 돈 받았다고 하는 일부 학부모만 조사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 이는 경기도 교육청뿐 아니라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보아도 130여명의 편입학 대상 학부모 중, 50여명에게서만 돈을 받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며, 범죄를 저지른 교장의 말만 믿고 일부만 조사했다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가 없다.

추상같은 비리 근절 의지가 없는 경기도 교육청의 감사분위기를 느낀 학교당국은 중징계를 요구한 감사 결과를 통보받고 정직 1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그 교장은 여전히 아무 문제없이 교장직을 맡고 있다.

감사원 감사만이 진실을 밝힐 수 있다

그동안 경기도 교육청은 수차례 안양예고를 감사했으나 단 한 번도 제대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실체를 파악하기는커녕 의혹만 증폭시켰을 뿐이다. 그 의혹의 핵심을 적시함으로써 감사원 감사가 실효적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여전히 의혹투성이에 해결된 것은 없다. 감사원 감사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이것이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안양예고를 비롯한 예술계학교의 편입학을 둘러싼 검은돈 거래를 밝히지 못한다면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

돈으로 학생들의 미래를 사고팔 수 있다는 예술계학교를 둘러싼 검은 유착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이것은 우리 교육을 바로 세우는 것이고, 또한 돈 있는 사람만이 예술할 수 있다는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길이다. 이번 감사원 감사가 그 시작이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박정훈 기자는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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