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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가치는 과거의 사실을 밝혀내는 데 있지 않다. 지나가버린 사실들을 통해 오늘을 비춰보고 내일을 밝게 열어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데 있다. 이미 지나가버린 역사에 집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것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는 역사적인 사실로 끝나지 않는다. 역사 속에는 내일을 열어갈 수 있는 지혜가 숨어 있다. 내일을 열 수 있는 코드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역사는 반복된다. 모양은 달라도 그 근본은 같기 때문에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역사 중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부분을 꼽으라면, 가야와 발해다. 그 중에서도 가야사는 더욱 비밀에 싸여 있다. 특히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이 민족의 자긍심을 자극하면서 더욱 그렇다.

 

물론 가야에 대해서 잘 알 수 없었던 이유는 많다. 1500여 년 전에 사라진 나라여서 유물이 많지 않다. 패전국의 역사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백제를 보면 그 것이 분명해진다. 역사는 승전국의 입장에서 기술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야이 비밀을 파헤치는 책이 있다.

 
<철의 제국 가야>는 비밀의 왕국 가야의 실체를 파헤친 김종성의 역작이다. 그는 <오마이뉴스>에 '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 읽기'란 연재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다. 2010년 7월 19일에 (주)위즈덤하우스에서 펴냈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식견에 대해 감탄하게 된다.
 
그는 중국 사서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역사를 두루 섭렵하였으며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미래에 분석까지 명쾌하게 한다. 책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마법을 발휘한다.

 

이야기의 전개의 근거는 기본적으로 가락국기에 두고 있다. '가락국기'는 고려 시대인 1075년에서 1084년 사이에 금관주 자사가 지은 것이라 밝히고 있다. 이를 기본으로 하고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를 통해 분석하는 기법으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중국 사서인 한서를 비롯한 다양한 역사서를 근거로 하여 가야사의 비밀을 분석해낸다. 저자의 탁월한 능력으로 파헤쳐지는 가야사는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알아가는 즐거움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김수로왕이 흉노족 김일제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놀랍다. 신라의 금관 문화를 완성한 김알지 또한 마찬가지다. 고대 사회의 활발한 국제적인 교류가 이채롭다. 가야사에 김수로왕이 외래세력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고, 허왕후 또한 인도에서 찾아온 아유타국 공주라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석탈해가 가야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처음 알 수 있었다. 석탈해는 신라의 왕이 되는 사람이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일들을 저작은 문헌적 근거를 제시하면 설명한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가야가 세워지던 그 시절의 역동적인 모습들이 눈앞에 그려진다. 유라시아를 거쳐 광활한 중국 대륙을 달리는 우리 조상들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만주벌판을 건너 한반도의 남단으로 이주해오는 김수로왕 일행의 모습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500여척의 거대한 배를 이끌고 해안으로 접근하는 모습은 얼마나 웅장했을까? 그 위용에 토착세력들은 손을 들어 환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수로왕의 당당한 모습이 가야의 시작이었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지나 반도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해상 제국을 건설한 가야의 위용을 그려 볼 수 있다. 신라가 가야의 속국이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더욱 놀랍다. 신라의 왕이 속국의 분쟁을 해결하지 못하고 김수로왕에게 해결을 의뢰했다고 한다. 잔치에 낮은 지위의 신라를 보냈다고 하여 처형까지 시킬 수 있었던 가야 왕의 강력한 권력이 대단하지 않은가? 가야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가야의 멸망 또한 미스터리다. 그런데 저자는 그것 또한 또 다른 측면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후의 변화를 들고 있다. 소빙하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하였던 해상 제국도 대책 없이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거기에다 가야가 망할 때 10개국(또는 12개국)으로 분할되어 있었다는 점도 나라가 망하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저자의 분석내용을 읽어가노라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가야사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임을 알 수 있다.

 

500년 가야사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내일을 열어갈 수 있는 코드를 찾아내어 보여준다. 세계 4대 강국에 둘러싸여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우리의 현실과 상황이 너무 비슷하다. 글로벌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우지 않으면 오늘의 어려움을 타파하기란 쉽지 않다. 가야사의 부침을 통해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코드를 찾아내야 한다. 가야사에 빠지니, 시간 가는 것을 잊었다. 흥미와 재미가 넘치는 책이다.


철의 제국 가야 - 잊혀진 왕국 가야의 실체

김종성 지음,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2010)


태그:#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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