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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
 MBC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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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토요일 저녁 예능 프로그램의 제왕, MBC <무한도전>이 흔들리고 있다. 내용 면에서는 여전히 참신한 재미와 웃음, 그리고 감동을 이끌어내고 있는 <무한도전>. 그러나 시청률 면에서는 같은 MBC의 <세바퀴>에게 일찌감치 1위 자리를 내줘 2위로 밀려 나더니, 최근에는 경쟁 프로인 SBS <스타킹>에게도 2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처지다.

TNS미디어코리아 기준, 지난 2일 <무한도전>의 전국 시청률은 17.7%로 17.6%인 <스타킹>에 비해 겨우 0.1% 앞섰을 뿐이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스타킹>의 승리. <스타킹>은 17.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16.5%의 <무한도전>을 1.1% 차이로 따돌리고 토요일 예능 2위에 올랐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스타킹>은 <무한도전>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동안 SBS에서는 토요일 저녁 6시 30분 예능 편성시간표에서 <무한도전>을 이기기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여 왔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무한도전>의 승리로 끝났다. 이경규, 김용만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개그맨들이 투입되었다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지된 <라인업>은 그 대표적인 예다.

결국 견디다 못한 SBS에선 <라인업> 폐지 이후 기존 5시 30분에 방영되던 <스타킹>을 1시간 늦춘 6시 30분으로 편성을 옮겼으나 그럼에도 <무한도전>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무한도전>이 꾸준히 15~18%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동안 <스타킹>은 10% 초반대 시청률을 올리며 KBS의 <스펀지>와 함께 토요일 저녁 예능 '1강 2중' 시대를 여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던 상황이 최근 들어 급변했다. 지난 2009년 한 해 참신한 아이디어와 재미, 정권 풍자의 시사성 등으로 시청자와 언론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던 <무한도전>은 시청률이 오르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반면, 표절 시비와 그로 인한 제작진의 일반인 출연자 회유 논란으로 제작진이 교체되는 악재까지 겪었던 <스타킹>은 오히려 시청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다.

<무한도전>이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역시 <무한도전>!'이란 찬사를 들으면서도 시청률이 오르기는커녕 조금씩 떨어지거나 오르기를 반복하며 제자리걸음을 이유는 무엇일까?

젊어진 탓에 중장년층 시청자 잃어버린 <무한도전>

새로운 진행방식을 선보인 '궁 밀리어네어 편'.
 새로운 진행방식을 선보인 '궁 밀리어네어 편'.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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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프로그램 자체가 젊어진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무한도전>은 젊은 프로그램이다. 철저하게 10~30대 눈높이와 개그코드에 맞춘 <무한도전>은 기존에도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예능은 아니었으며, 따라서 중장년층이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더욱 젊어진, 아니, 어려진 느낌마저 든다.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 문화의 차용을 들 수 있다. 작금의 인터넷 문화,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것은 주로 10대 청소년과 20대 초반의 어린 세대다. 이들은 '디시인사이드'나 '웃긴대학' 등지의 대규모 커뮤니티 사이트에 상주하며 숱한 '짤방(짤림 방지의 줄임말로 게시물에 포함된 사진을 일컫는 용어)'과 '플짤(플래쉬 짤방의 줄임말로 러닝타임이 짧은 플래쉬 동영상 파일을 일컫는 용어)'을 만들어낸다.

이들이 만드는 짤방이나 플짤은 중독성 있는 웃음을 유발하는 그 장점 때문에 재미가 있다 싶으면 수많은 누리꾼들에 의해 삽시간에 인터넷 전역으로 퍼져 나간다. 또한 단순히 원본의 확대에만 머무르지 않고 재주 많은 누리꾼들의 손을 거치며 2차, 3차 버전으로 점차 레벨업하여 더욱 강력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일정 기간 인터넷의 대세로 자리 잡는다.

최근 <무한도전>이 프로그램 내 웃음 소스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인터넷 짤방과 플짤이다. 짤방과 플짤에서 차용한 소스를 자막과 컴퓨터 그래픽(CG), 배경음을 통해 <무한도전>내 적당한 상황에 버무려 넣음으로서,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아! 저 장면은…'하며 재미를 주는 방식이 최근 <무한도전>에선 자주 쓰인다.

문제는, 이러한 설정으로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무한도전>에서 짤방과 플짤을 통해 만들어지는 재미는 그것이 기존 것들을 패러디했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이다. 따라서, 패러디의 대상인 원본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것이 패러디라는 걸 알지 못하기 때문에, 웃을 수가 없다. 어디가 재미있는 것인지 소위 '웃음 포인트'를 찾기조차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문화와는 아예 동떨어진 중장년층은 <무한도전>에서 잠깐잠깐 지나가는 그 무수한 패러디의 향연을 보고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 무슨 재미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당연히 그들 입장에선 <무한도전>은 개그코드가 아예 다른 예능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 지나치게 젊어진 탓에, 어지간한 20~30대의 비교적 젊은 시청자들도 개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불가피한 체질 개선, <무한도전>의 득과 실

엄청난 속도감을 자랑한 '꼬리잡기 편'.
 엄청난 속도감을 자랑한 '꼬리잡기 편'.
ⓒ MBC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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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프로그램이 빨라진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무한도전>의 속도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여름과 가을에 방영된 '여드름 브레이크 편'과 '꼬리잡기 편' 같은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 이런 에피소드들의 경우 5분, 10분 사이에 수많은 상황이 펼쳐지고 그 속에 반전이 난무하기 때문에, 집중하지 못하면 프로그램을 따라잡지 못하고 어느새 놓쳐버리게 된다.

<무한도전>의 빨라진 속도감에 더해 시청자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에피소드의 진행방식에 있어서도 끊임없이 변주를 주기 때문이다. 가령 2008년 방영되었던 '경주 보물찾기 편'과 2009년 방영되었던 '궁 밀리어네어 편'은 경주와 서울시내 고궁이라는 사적지를 돌아다니며 퀴즈를 푼다는 구성 자체는 동일하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진행방식은 판이하게 달랐다.

'경주 보물찾기 편'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촬영된 촬영분을 시간 순서에 따라 그대로 풀어 보여줬다면, '궁 밀리어네어 편'은 멤버들이 고궁을 돌아다니며 미션을 해결했던 장면과 일주일 뒤 방송국 세트장에서 그 부분(고궁을 돌아다니며 미션을 해결했던 부분)에 대한 문제를 푸는 장면을 따로 촬영하여 교차 편집해 방송했다. 과거 촬영분과 그보다 더 지난 과거의 촬영분을 얽어서 방송에 내보낸 것.

이렇듯 같은 내용과 구성의 에피소드를 가지고도 재작년과 작년 방송분이 다르고, 또 작년과 올해 방송분이 다른 게 <무한도전>의 특징이다. <무한도전>은 이전보다 빨라졌지만, 그 속은 여전히 꽉 차 있다. 속도감에 기대어 그 안을 부실하게 채우거나 텅 비우는 얕은 수를 쓰지 않는다. 속도 꽉꽉, 그러면서도 굉장히 빠르게, 이런 것들을 통해 <무한도전>은 점차 체질을 바꿔나가고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무한도전>의 이런 장점들이, 인터넷 문화와 블록버스터급 속도감, 멤버들 간의 치밀한 머리싸움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는 다가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후발주자들의 난립에 의해, 도태되지 않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 체질을 꾸준히 개선해나가야 했던 <무한도전>은, 결과적으로 그러한 노력 때문에 시청자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말았다.

방영 5년차를 맞는 <무한도전>. 어느덧 장수 예능의 길로 들어선 그들에게 2010년은 각별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나날이 좁아지고 있는 시청자폭을 늘리기 위해 다시 새로운 변화를 줄 것인가. 아니면 단단하게 형성되어 꾸준한 시청률을 내주고 있는 마니아층만을 끌고 나갈 것인가. 올 한 해 <무한도전>을 흥미롭게 시청하는 데 있어 이 '변화'의 조짐을 눈여겨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듯하다.


태그:#무한도전, #스타킹, #유재석, #박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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