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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약하면,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운동 기원 및 전파(1980~1990년대), 지역사회 및 환경운동과의 연대(1990년대 중반), 국제적 확산(2000~2010년대), 국제기구와 주요 국가 및 지방의 정책 의제화(2010년대 중반~최근)를 거치면서 주류화되고 있다. 사진은 유럽의 한 석탄발전소.
요약하면,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운동 기원 및 전파(1980~1990년대), 지역사회 및 환경운동과의 연대(1990년대 중반), 국제적 확산(2000~2010년대), 국제기구와 주요 국가 및 지방의 정책 의제화(2010년대 중반~최근)를 거치면서 주류화되고 있다. 사진은 유럽의 한 석탄발전소. ⓒ unsplash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노동운동에 기원을 두고 출현했지만, 정치경제적 관점 등에서 이론적, 실천적 주제로 자리 잡았다.

최근 들어 지속가능성 전환 연구나 전환 이론에서, 특히 전환 과정의 정의와 권력을 둘러싼 쟁점에 초점을 두는 접근(justice in transitions)에서 정의로운 전환 개념이 적극 수용되고 있다. 그리고 북미와 유럽 등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사회운동 차원에서 활성화된 대안적 담론이 점차 정치 의제화되고, 특정 분야의 개별 정책, 민관 거버넌스, 종합계획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 개념은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Paris Agreement) 전문에 실리면서 국제적, 지역적, 국가적, 지방적으로 주류 담론과 정책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8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제24차 기후총회에서 연대와 정의로운 전환 실레지아 선언(Solidarity and JustTransition Silesia Declaration) 역시 이런 흐름에서 발표되었다.

요약하면,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운동 기원 및 전파(1980~1990년대), 지역사회 및 환경운동과의 연대(1990년대 중반), 국제적 확산(2000~2010년대), 국제기구와 주요 국가 및 지방의 정책 의제화(2010년대 중반~최근)를 거치면서 주류화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정의(Climate Justice) 개념과 이론적, 실천적 기반을 공유하면서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고 이해되는데, 정의 관점은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를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핵심 원칙이 된다. 일반적으로 정의로운 전환은 '화석 기반 경제에서 탈탄소 사회로의 공정한 전환'이나 '전환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집단 및 지역에 대한 보상과 지원'의 의미로 통용된다.

이런 배경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필요충분조건, 즉 전환이 정의를 충족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첫째, 모두를 위한 전환이 되어야만 정의롭다. 둘째, 사회전환을 통해 1.5도 목표를 신속히 달성해야 한다. 셋째, 실물 경제와 금융 시스템의 탈탄소화가 필요하다. 넷째, 감축목표 달성과 정의로운 전환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뒤처지고 방치되는 사람 없는 녹색경제

국제노총(ITUC)이 조직한 정의로운 전환 센터(Just Transition Centre) 등이 제안하는 정책 권고사항은 이런 조건을 실현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담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의 사회적 대화 추진, 정의로운 전환 기금 조성, 취약 노동자의 노동 전환 지원, 취약 지역과 부문의 일자리 창출 위한 저탄소 인프라 투자, 기업의 탈탄소 정의로운 전환 계획 수립이 대표적이다.

2019년, 약 50개 국가가 지지를 표명했던 자발적 이니셔티브(Climate Action for Jobs Initiative, 스페인 정부와 ILO, ITUC, 유엔 기구 공동)는 기후행동의 고용과 사회적․경제적 영향 평가, 기술 및 숙련도 향상, 노동자와 취약 그룹에 대한 사회적 보호, 개도국의 기술 및 정보 이전과 책임 투자, 기업 환경 조성 및 중소기업 지원, 포용적 사회적 대화와 사회적 합의 등을 국가 계획에 수립할 것을 요청했다.

이런 이니셔티브에 기업들(Ørsted, Enel, Autodesk, Safaricom, Unilever 등) 역시 동참하고 있다(The Business Pledge for Just Trnasitoin). 그리고 2019년 제25차 칠레-스페인 기후총회 결과, 고용과 산업 측면에서의 대응조치의 부정적 영향 최소화·긍정적 영향 극대화와 전환 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및 프로그램 연구·개발(6개년 작업계획)에 착수했다.

관련 포럼의 작업 프로그램은 경제 다변화 및 변환, 노동력의 정의로운 전환과 괜찮은 일자리 창출, 대응조치 이행영향에 대한 평가 및 분석, 대응조치 이행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와 방법론의 개발 촉진 등을 포함한다.

2020년에 확정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은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Just Transition Mechanism)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의 그린뉴딜 계획과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도 '공정 전환'을 추진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그린딜 실행과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취약 부문과 지역과 계층을 대상으로 정의로운 전환 기금(Just Transition Fund) 등의 맞춤형 재정 수단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뒤처지고 방치되는 지역과 계층 없이 모두가 편익을 향유하는 정의로운 녹색경제를 추진하고자 한다.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및 플랫폼에 참여하려면 지역 정의로운 전환 계획(Territorial Just Transition Plan) 작성 및 제출이 필수적이다. 화석연료 관련 활동의 단계적 폐쇄 혹은 탄소 집약적 공정과 제품의 탈탄소화에 의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과제를 포함하고(지역 발전, 재훈련, 환경복원 등), 2030년까지 전환 과정의 방향과 목표, 내용, 거버넌스, 로드맵을 수록해야 한다.

이는 국가별 에너지·기후계획과의 정합성이 필요하고, 유럽연합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정책(DG REFORM)과 연계된다. 이 메커니즘은 단순 재정 지원 및 융자 계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전환 플랫폼(Just Transition Platform)를 통해 프로그램 지원 및 관리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 기구는 기존 석탄지역 전환 플랫폼(Platform for Coal Regions in Transition)의 확대 개편을 통해 운영된다.

실제 유럽연합 및 회원국들은 2015년부터 정의로운 전환 프로그램 논의를 시작하고 제도화 과정을 거쳤다. 일부 사회단체와 유럽의회는 정의로운 전환 기금 조성을 제안했고, 그리스 등 일부 국가와 유럽 지방정부 정의로운 전환 포럼(Pan-European Forum of Just Transiton Mayors)이 가세했다.

유럽의 탈석탄위원회 현황과 과제

이런 흐름에서 2017년에 석탄지역 전환 플랫폼이 가동되면서 체코, 독일, 그리스, 폴란드, 루마이나, 슬로바키아, 스페인 등에서 전환실험이 예비적으로 실행됐다. 2018년, 스페인 정부와 노조, 기업의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 협약 역시 이런 흐름 속에 탄생했으며, 스코틀랜드에서는 노동조합과 환경단체이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Scottish Just Transition Commission)가 상시 운영되고 있다.
 
 유럽 탈석탄 국가 로드맵 요약(자료: Europe Beyond Coal, Overview: National coal phase-out announcements in Europe, Status January 2021)
유럽 탈석탄 국가 로드맵 요약(자료: Europe Beyond Coal, Overview: National coal phase-out announcements in Europe, Status January 2021) ⓒ National coal phase-out


특히 독일의 탈석탄위원회(Coal Exit Commission, 2018년 출범)는 2038년 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쇄 및 정의로운 전환 방안을 제출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 과정과 그 전략 과제가 주목받고 있다.

석탄발전 최대 수명을 25년으로 맞춰 2038년에 폐쇄를 완료하되, 향후 3년마다 진행할 평가 작업을 통해 2035년으로 폐쇄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결정하고, 기후변화법(Climate Change Law, 2019년)에 이어 탈석탄법(Coal Exit Act, 2020년)과 구조지원법(Structural Aid Act, 2020년)으로 뒷받침됐다.

석탄발전의 단계적 폐쇄, 광산지역의 전환 지원, 전력시스템 현대화, 부정적 영향 완화, 모니터링과 조정 수단 등을 제시한 독일의 탈석탄위원회의 합의가 대중에게 크게 환영받았지만, 위원회의 작업에 대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비판도 제기됐다.

예컨대, 이해관계 대변 불충분, 다양한 실행 옵션 제시 부재, 파리협정과의 정합성 부족, 장기계획 마련에 필요한 자료 제공 부족, 탄소 가격제의 효과성 문제, 발전회사 보상 문제, 공급 안정성 위험 논란, 산업 경쟁력 위험 문제, 연방예산의 부담 수준 등.

유럽의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 제도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쟁점이 형성됐다. 무엇보다 석탄 광산과 발전 비중이 높은 나라의 경우 탄소중립 로드맵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고, 핵발전을 고수하는 나라 또한 지원 방안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국 화석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생산, 가공, 유통, 저장, 연소)와 핵발전(폐쇄와 건설)를 지원 제외 대상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통과됐다. 다른 한편, 역사적으로 구조조정이 정의롭지 못한 전환(unjust transitions)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바람직한 '기후변화 구조조정'을 구상하기 위해 유관 선행 사례들을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독일의 루르 지역(석탄 광산과 철강 산업)과 네덜란드 림부르흐 지역(석탄 광산)은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되지만, 영국 뉴캐슬 지역(철강 산업)은 부분적으로 성공한 경우에 속한다. 이에 반해 영국 웨일스의 밸리스 지역(석탄 광산)과 미국 애팔래치아 지역(석탄 광산), 호주의 석탄발전소 폐쇄 사례 등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지금 시점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최근 해외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유사 개념들과의 관계 설정을 통해 보다 풍부한 내용을 담은 개념적 확장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다양한 입장으로 진화 및 분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영향 받는 노동과 지역사회에 초점을 맞추는 협의의 관점에서 보다 넓은 의미의 사회-생태적 시스템 전환을 강조하는 경향도 발견된다.

물론 근본적 전환과 개량적 전환이라는 경로의 차이도 존재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정의에 대한 개념 규정과 전환의 비전과 범위에 따라 다양한 이해와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각각의 관점과 초점에 따라 특정한 의미로 수용되거나 활용되고 있으며, 시민사회, 공공기관, 민간기업들 사이에서도 그런 점이 확인된다.

정의로운 전환이 영향 평가, 계획 수립, 기금 조성, 지원·투자 프로그램, 거버넌스 및 플랫폼 운영 등의 정책과 제도로 수렴되고 있는 시점에서 간과하지 말야할 점이 있다. 전환 과정에서 부정적 영향 받는 집단과 지역에 단기 지원(소득 지원, 고용 알선)에 초점을 두는 수동적 정책 혹은 회고적 접근보다 중장기 기반 조성 통해 지역, 산업, 노동 전환 추진 및 편익 최대화에 목적을 두는 능동적 정책 혹은 전망적 접근이 중요하다는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 관리(Just Transition Management)을 통해 지역과 국가 자체가 대안적 모델로 탈바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입니다.


#탈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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