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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AM의 이창민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6개월 동안 닭 가슴살과 고구마만 먹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2.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초반 초콜릿 복근을 노출하는 신이 있어서 하루에 달걀 한 판과 닭 가슴살 1kg을 먹었다"고 털어놨다.

결론. 아이돌 가수들, 니들이 고생이 많다.

빼어난 외모와 멋들어진 몸매를 갖추지 않아도 실력으로 인정받는 연예인이 과거에 비해 늘어난 오늘이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돌의 세계는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여자 아이돌 가수가 조금이라도 살이 찔라치면 누리꾼들은 재빠르게 캡처해 인터넷에 올린다. 그리고는 과거 사진과 비교하면서 '자기 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누리꾼들은 S라인, V라인에 이어 꿀벅지, 말벅지, 초콜릿 복근과 같은 몸매에 대한 숱한 신조어를 만들어내면서 그 기준에 맞춰 아이돌 가수들을 점수 매긴다. 매스 미디어는 착실하게 그것들을 퍼다 날랐다. 여자 아이돌들이 바나나와 토스트, 드레싱 없는 샐러드로 하루를 버티고 남자 아이돌들이 퍽퍽한 닭 가슴살과 고구마만 먹으면서 하루 몇 시간을 헬스클럽에서 보내는 게 괜한 짓이 아니다.

수많은 대중들의 카메라 폰에 둘러싸인 채 매일을 살아가고, 그들에게 흠 잡히지 않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와 몸만들기에 여념 없는 아이돌 가수들. 그 과정에서 그들이 느끼는 괴로움과 스트레스의 강도는 어느 정도일까. 기사를 읽는 독자들에게 이를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나는 전문가의 조언이나 경험자의 체험을 옮겨 적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그 과정을 일주일 동안 체험해 보기로 했다.

그래 결정했어, 덴마크 다이어트

아이돌의 다이어트 식단과 운동방법을 찾던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덴마크 다이어트'였다. 카라의 니콜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해서 유명해진 덴마크 다이어트. 새 노래로 활동할 때마다 점점 말라가는 그녀의 모습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기에 덴마크 다이어트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끼에 삶은 달걀 2~3개를 섭취해야 하는 덴마크 다이어트의 식단을 본 순간, 이 프로그램이 전형적인 고단백질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라는 것을 깨달았다. 단기간에 살을 빼기에는 좋으나 몸을 유지하는 에너지원으로 쓰일 탄수화물의 섭취가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점은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최상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몸을 유지하는 에너지원으로 쓰일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단백질이 대신 에너지원으로 쓰이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근육을 생산하는 주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엉뚱하게 쓰여 운동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여러 다이어트 서적에 쓰인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해 덴마크 다이어트의 식단을 조금 손 봐, 웨이트 트레이닝에 적합한 식단을 만들었다.

단백질 주요 공급원으로는 닭 가슴살과 달걀, 쇠고기 살코기를, 탄수화물 주요 공급원으로는 잡곡밥과 고구마, 감자를 섭취했다. 그리고 바나나를 비롯한 각종 과일과 토마토, 당근 등의 채소를 곁들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물! 물은 하루 8잔 이상 마셨다(사실 이게 가장 곤욕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물을 마셔야 했으므로).

따로 헬스클럽에 다니지 않아서 모든 운동은 집에 있는 운동 기구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유산소 운동은 실내 자전거를 활용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은 플랫 벤치와 중량 조절이 가능한 덤벨 한 쌍으로 해결했다. 운동 프로그램은 <Body for LIFE>, <Design your body>, <ABS 프로그램>, <남자들의 몸만들기> 등의 전문서적을 참고했다.

닭가슴살은 씹기도 곤욕, 근육은 비명을 질러댔다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참고한 관련서적들.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참고한 관련서적들.
ⓒ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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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시행 첫날 아침이 밝았다. 닭 가슴살 두 조각을 양파, 당근과 같이 구워 잡곡밥 2/3공기와 같이 먹었다. 소금 간을 전혀 하지 않은 닭 가슴살을 먹으려니, 가뜩이나 퍽퍽한 데다 아무 맛도 없어 씹어 삼키기가 곤욕이었다. 점심에도 마찬가지로 닭 가슴살을 구워 바나나, 우유와 같이 먹었다. 저녁에는 노른자를 뺀 삶은 달걀 2개와 고구마, 양상추를 먹었다. 드레싱 없이 먹는 양상추는 정말 아무 맛도 없었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나눠 유산소 운동은 아침에 일어나서 공복에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은 상대적으로 근육이 풀리는 오후에 했다. 가슴부터, 어깨, 등, 이두근, 삼두근, 대퇴사두근, 슬와근, 종아리, 복부, 허리까지 10개 부위에 대한 운동을 절반으로 나눠 하루에 5개 부위씩 1부위 당 2가지 방법으로 운동하는 프로그램을 짰다. 초급자용 프로그램이었음에도 오랜만에 하는 운동이라 근육이 비명을 질러댔다.

첫날을 무사히 넘기고 이튿날 아침,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억!" 하는 비명을 지르며 도로 누울 수밖에 없었다. 온몸이 흠씬 두드려 맞은 것처럼 쑤시고 아파왔기 때문이다. 팔굽혀펴기 50개와 덤벨 벤치 프레스의 위력은 대단했다. 겨드랑이 쪽 가슴의 근육통이 너무 심해 팔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려 들면 지체 없이 쿡쿡 쑤셔왔다. 결국 이 날 하루는 매사에 조심조심, 느릿느릿하게 행동해야 했다.

일주일 동안 질리게 먹은 닭 가슴살.
 일주일 동안 질리게 먹은 닭 가슴살.
ⓒ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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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는 먹는 데에서 고비가 찾아왔다. 더 이상 닭 가슴살이 씹히지가 않았던 것. 그 칼칼하고 목에 탁 걸린 듯한 느낌에 입 안에 있던 닭 가슴살을 뱉어내고 싶을 정도였다. 보다 못한 가족들이 저염 간장에 재어 놨다 먹으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냈지만 무염식을 포기하긴 싫었다. 책에 나온 대로 닭 가슴살을 갈아 셰이크를 해먹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원래 짜게 먹던 습관을 갖고 있던 나로서는 염분을 섭취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이 단기간에 초콜릿 복근을 만들기 위해 회를 먹을 때에도 초고추장이나 간장을 찍어 먹는 대신 물에 말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그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었는데, 내가 지금 그것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니…. <1박2일>에서 은지원이 자주 하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러다 정신병 걸릴 것 같아!"

하루 1시간 30분의 웨이트 트레이닝과 1시간의 유산소 운동도 버겁기는 마찬가지였다. 근육통은 시간이 지나도 나을 생각을 안 했다. 처음 사흘 동안은 침대에서 뒤척이는 것조차 어려울 지경이었으니, 숙면을 취하기도 어려웠다. 중병 앓는 환자처럼 입만 열면 "아으으…" 하는 앓는 소리를 내고 다녔던지라 가족들의 핀잔이 대단했다.

지금 필요한 건 소금, 내게 소금을 달라

닭 가슴살, 양파, 당근, 고추를 넣고 만든 닭 가슴살 채소 볶음.
 닭 가슴살, 양파, 당근, 고추를 넣고 만든 닭 가슴살 채소 볶음.
ⓒ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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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째부터는 초콜릿을 앞에 둔 노홍철처럼 변해갔다. 초콜릿 복근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을 끊은 노홍철이 그 초콜릿을 앞에 두고도 냄새만 맡아야 했던 그 처절한 광경을 내가 재현하고 있었다.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있으면 근처에 다가가 음식에 코를 대곤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그것만으로도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가족들은 질색했다.

5일째가 되면서 신경이 한껏 날카로워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일에 집중이 되질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과장을 조금 보태 닭 가슴살은 쳐다보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릴 정도였고, 삶은 달걀, 노릇하게 구운 쇠고기 살코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염분과 마찬가지로 당분의 섭취도 최소화하기 위해 과일도 마음껏 먹지 못했다. 한 번에 바나나 1개, 사과 반 개 정도가 고작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한 건 한식에서 서구식으로의 식단 체제 변화였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아 온 내가 김치에 젓갈, 된장찌개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닭 가슴살과 쇠고기 구이, 거기에 곁들이는 채소와 과일, 이건 순 서양인의 입맛에 맞춘 식단이 아닌가.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서양인들 역시 소금기 전혀 없는 저 음식들을 먹으라고 하면 차라리 된장찌개를 달라고 할 게다.

처음엔 양념이 잘 된 돼지갈비가 먹고 싶었다. 꼬들꼬들하게 면발이 잘 익은 얼큰한 라면 한 그릇이 먹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로 좁혀졌다. 소금! 소금이 먹고 싶었다. 소금이 들어간 음식. 결국 6일 째 되던 날,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닭 가슴살 채소 볶음에 소금을 뿌리고 말았다. 그땐 이미 내 정신이 아니었다. 맛이 어땠냐고? 그릇 바닥까지 핥을 정도였다.

많은 물을 마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순수한 물보다는 커피, 녹차, 이온음료, 주스, 탄산음료 따위를 입에 달고 살던 내게 아무 맛도 없는 맹물을 하루에 10잔 가까이 벌컥벌컥 들이키는 일은 정말 곤욕이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들이키는 물 한 잔은 적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카라의 엉덩이춤, 마냥 환호하지 않으련다

카라의 엉덩이춤, 마냥 환호하지 않으련다
 카라의 엉덩이춤, 마냥 환호하지 않으련다
ⓒ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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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가장 긴 일주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간이 더디게 흐른 한 주였다. 일주일 동안 염분을 제한 식단으로 음식을 해먹고 매일 1시간 30분의 웨이트 트레이닝과 1시간의 유산소 운동을 했다. 초콜릿 복근의 '초'자도 생기지 않았지만 체중계의 숫자가 일주일 전보다 숫자가 3kg이나 떨어지고, 얼굴의 살이 내렸다는 소리를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으니 '영 효과가 없진 않구나' 싶어 한편으론 뿌듯했다.

그러나 이런 혹독하고 과격한 다이어트를 거의 연중무휴로 해나가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을 떠올리니 '역시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싶다. 한겨울에도 무대 위에서 짧은 핫팬츠에 민소매 탱크톱을 입어 몸매의 굴곡을 다 드러내야 하고 방송에선 언제라도 윗도리를 들어 복근을 보여줘야 하는 그들에게 다이어트와 몸만들기란 건강이 아닌 인기와 생존이 걸린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늘 굶주려있다.

카라의 니콜은 얼마 전 한 토크쇼에 출연해서 "가수 활동을 그만두면 하루 세 끼에 공기밥 한 그릇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 그룹의 강지영은 다이어트 후 요요현상이 왔었다고도 했다. 대체 누가 그녀들을 이렇게 가혹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일까. 어쩌면 니콜의 날씬한 허리와 매력적인 엉덩이춤에 한없이 열광했던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일주일의 체험이 변화시킨 건 줄어든 내 뱃살만이 아니었다. 나는 음악 방송을 보며 더 이상 아이돌 가수들의 날씬한 허리와 초콜릿 복근에 예전처럼 마냥 환호할 수 없게 됐다. 대신, "쯧쯧, 저 몸 만들려고 얼마나 고생했을 거야?" 하며 장탄식(?)을 토해내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태그:#초콜릿 복근, #다이어트, #몸만들기, #아이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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