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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깡통 메우나 싶었는데, 오후 폭락으로 구멍이 더 넓게 뚫렸네."
"아침만 해도 상한가라 좋아했는데, 오후에 하한가라니!"
"이렇게 변동성이 심한 날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임해야 되겠습니다."

29일 코스피지수가 극심한 변동을 거친 뒤 968.97포인트로 장을 마감하자, 각종 재테크 사이트와 주식·펀드 관련 카페에서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다",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어제보다 7% 올라 사이드카가 발동되더니, 장중 한 때 전날 대비 7% 폭락하기도 했다. 또 장 막판엔 다시 반등을 시도했다. 이날 장중 등락폭은 무려 157.98포인트였다. 쉽게 말해 코스피지수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탄 셈이다.

이날 코스피지수의 폭락은 은행 부실에 대한 염려와 함께 IMF 구제 금융 요청 루머에 따른 것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이 27일 IMF 자금 지원 요청과 관련, "IMF 안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게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하루 동안의 주가 오르내림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주가 전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코스피지수도 이를 확연히 보여준다. 지난주 초(20일) 2.28% 오른 코스피지수는 이후 4일간 250포인트 넘게 빠지며 폭락했다.

하지만 이번 주 코스피지수는 27, 28일 이틀 연속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29일 엄청난 변동폭 속에서 상승을 이어가지 못하고 하락했다. 이런 탓에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도 "앞으로 주가 전망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늘 아침에 생긴 희망, 오후에 완전히 깨져"

한승수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해 이정환 이사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환 이사장, 한 총리, 황건호 증권업협회장.
 한승수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해 이정환 이사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환 이사장, 한 총리, 황건호 증권업협회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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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증권사 등의 일선 창구엔 "불안하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고객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변액보험, 펀드 등을 판매하는 한 외국계 생명보험사 영업 직원은 "펀드 환매 여부를 묻는 고객들의 전화에 확실한 대답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세 하락장이라고 판단되면 납입 중지를 권유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생각되면 추가 매수 기회라고 고객들에게 말한다"면서 "지금과 같이 상황에서 하락장인지 상승장인지 판단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미국 뉴욕 다우 지수가 11% 폭등해 9000포인트를 회복한 덕분에 폭등세로 출발했다. 또한 최근까지 주식을 내다 판 외국인까지 주식 매수에 나서며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어제보다 7%가 오른 1078.33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증권사 S 부지점장은 "미국 다우 존스가 매우 크게 오르고, 외국인들도 11일 만에 '사자'에 나서며, 오늘 아침 고객들은 곧 20일선(최근 20일간의 평균선)인 1200포인트를 넘길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는데, 오후에 완전히 깨졌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C&그룹의 워크아웃설, 키코 손실 기업에 대한 은행의 손실 보존설 등이 시장에 퍼지면서, 은행에 대한 염려로 은행주들이 큰 폭으로 떨어지며 코스피지수 폭락을 이끌었다. 이어 IMF 구제금융 요청설까지 퍼져 낙폭이 커지게 됐다.

27일 신제윤 관리관의 "어떤 물건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안 받는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이 뒤늦게 시장에 영향을 준 것. 지금껏 "IMF 자금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오락가락한 정부 당국자의 발언에 코스피지수가 오후 한때 어제보다 7% 폭락한 920.3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날 역시 장 막판 1000억원이 넘는 연기금이 투입돼 하락폭이 줄어들어 어제보다 3.02%(30.19포인트) 떨어진 968.97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S 부지점장은 "이런 적은 처음이다,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주가 전망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우리 주가만 요동치고 있다. 조그마한 루머에도 주가가 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정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 문제가 크다. 정말 큰 호재가 없는 한, 경제팀 교체 등의 국면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바닥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전문가들 "주가 전망 의미 없어... 정부의 정확한 정책 조율 필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정부의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안이 통과된 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실을 찾아 서병수 위원장 등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정부의 은행 대외채무 지급보증안이 통과된 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실을 찾아 서병수 위원장 등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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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앞으로의 주가 전망은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기업이 향후 얼마나 이익을 낼 것이냐를 통해 주가를 예측하는데, 기업의 부도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고, 시장의 심리가 패닉인 상태에서 주가 전망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시장이 안 좋은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았다. 성 연구위원은 "위기 해소를 위해 무역 수지 흑자 등으로 외화 유동성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정부는 경상수지가 흑자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믿기 어렵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투자전략팀 부장은 "IMF 때는 주가가 1년 만에 치고 올라갔지만, 이번 위기는 그때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어떻게 해소될지 알 수가 없다"며 "하루 변동폭이 15%가 되는 상황에서 주가 전망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싸 보이는 주식이 있는 건 사실이다, PBR(주가순자산비율·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1 미만이면 주가가 장부상 청산가치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수준으로 보면 1배 미만인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앞으로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기 때문에, 투자 결정은 투자자들이 직접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아주 사소한 루머에도 증시가 급격하게 움직인 건 향후 주가에 대한 불안한 심리 때문"이라며 "심리 여건이 좋아지려면, 외국의 위기가 해소돼야 하고, 국내에선 정책 당국자들이 서로 딴 소리 하지 말고, 톱니바퀴처럼 정책 조율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원화와 달러를 서로 교환하는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이같은 결정이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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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코스피지수, #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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