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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비키니 발언과 관련해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슴 응원 사진 대박", "코피 조심해라"는 발언은 성희롱일까요. '비키니 시위'는 표현의 자유일까요. 이에 대한 비판은 '성적 엄숙주의'일까요. <나꼼수>를 옹호하면 '마초'가 되는 걸까요. '비키니'가 불러온 섹슈얼리티(Sexuality) 논쟁에 관한 변혜정 교수 인터뷰를 2회에 걸쳐 나눠 싣습니다. [편집자말]
[기사수정 : 10일 오후 2시 49분]

"정봉주 전 의원, 삼국카페에 사과편지 보냈답니다. 당부하더군요. 'F4(<나는 꼼수다> 4인방)는 하나니 내가 사과하면 모두 사과한 거다. 사과란 잘못에 대한 것도 있지만 상대방들의 상처를 공감하는 대인의 풍모를 보이는 거다. 이게 다 나꼼수의 지주인 내가 빠진 탓이니 너그러이 봐주시라.'"

지난 8일 공지영 작가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공 작가는 지난달 28일 "나꼼수의 비키니 가슴 시위 사건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린다"는 멘션을 남겨 <나는 꼼수다>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아왔다.

정 전 의원의 '사과'를 전한 이후에도 '감옥에 계신 분에게 사과 받으셔서 그렇게 기분 좋으세요?' 등의 비난이 쏟아지자 공 작가는 "정봉주 의원의 말을 그의 요구대로 전하고도 수꼴(수구꼴통)들이 아닌 그의 추종자들에게 이렇듯 욕을 먹을 줄은 꿈도 못 꾸었다. 이런 식으로 연예인이 자살할 수도 있었겠다 절감했다"면서 "당분간 트윗을 접겠다"라고 밝혔다.

정 전 의원은 삼국카페에 보낸 편지에서 "대한민국에서 진보의 가치를 지향하면서도 양성평등적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성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어떠한 진보적 가치보다,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거의 없다"면서 "이런 부족하고 저열한 수준에 머물러있음을 반성하면서 사과하겠다. 그리고 고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나꼼수의 지주'인 정봉주 전 의원이 '대인의 풍모로' 사과를 했으니 2주 가까이 계속된 '비키니 시위' 논란은 일단락되는 걸까.

지난 8일 서강대 성평등 상담실에서 만난 변혜정 교수.
 지난 8일 서강대 성평등 상담실에서 만난 변혜정 교수.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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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강대 성평등상담실에서 만난 변혜정 교수는 오는 15일 '성욕감퇴, 비키니, 자발성, 성희롱?-(이성애) 남성 욕망의 정상화를 중심으로'라는 '유섹인' 포럼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섹인'은 '유쾌한 섹슈얼리티 인권센터'의 준말로, 기존 성폭력 및 성교육 관련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던 섹슈얼리티 이슈를 한국사회 시민들의 일상의 문제로 연결시켜 연구·교육·상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다. 서강대 성평등상담실 상담교수인 변 교수는 이 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연구소장을 지내기도 한 변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 듯했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내내 변 교수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다. 변 교수는 "대부분의 언론들이 '나꼼수' 멤버들의 발언에 대한 여성들의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일부 여성들이 불편하고 안 불편해 하고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 아니다"라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 여성들의 집단으로서의 공통성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미 많이 깨졌고, 서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성들의 목소리 하나로 묶어서 '여자들이 어쩌고' 이건 아니다"라는 것이 변 교수의 생각이다.

변 교수는 "이 문제를 성별 구도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면서 "문제는 여성들이 그들의 발언을 불편해 하고 말고가 아니고 남성들이 욕망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런 식의 발언을 '웃자고' 할 수 있는 '성찰 없음'을 문제 삼아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남자는 웃자고 농담하고 여자는 죽자고 달려들고' 식의 이분법이 아니라, 여성을 남성의 성적 욕망을 배출·배설하는 도구로 '성적 대상화'하는 사고방식, 그리고 그것이 사소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에 메스를 들이대자는 것이다.

참고로 정 전 의원의 사과와 관련해 변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반성을 하거나 잘못했다고 말한다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다음은 변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가 시혜적으로 너희들을 봐주겠다? 웃기고 있네"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접견민원인 서신.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접견민원인 서신.
ⓒ 주진우 기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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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꼼수' 멤버들의 발언, 성희롱이라고 볼 수 있나.
"한국에 성희롱을 다루는 법이 세 가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남녀고용평등법, 여성발전기본법. 그 법들의 내용으로만 봤을 때는 일단 성희롱이 아니다.

법적으로 성희롱은 지하철에서 어떤 누군가 저한테 심한 추행을 했거나 말을 했다고 해서 성립되는 게 아니라, 행위자와 피해자간의 '관계성'이 입증이 되어야 한다. 김어준씨가 이야기한 '권력관계'. 예를 들면 직장 내 상사와 아랫사람의 문제라든가, 동료 간의 문제라든가. 그런데 그들과 우리 사이에는 권력관계뿐만이 아니라 어떠한 관계도 없다. 또한 여기에서 피해자가 누구냐가 모호한 부분이 있다. 비키니 사진 올린 사람? 자기가 스스로 올렸기 때문에 피해자 아니다.

지금의 피해자는 그 발언을 듣거나 사진을 보고 불쾌감을 느낀 제3자여야 하는데 어떤 누구는 그걸 경험하고 불편, 불쾌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어떤 누구는 '그게 뭐 어떠냐. 표현의 자유인데' 식으로 받아들인다. 때문에 지금의 법체계로는 이 사건을 성희롱으로 보기는 어렵다."

- '불특정 다수'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불편함, 불쾌감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는 건가?
"그 불특정 다수의 범주를 누가 정할 것인가. 어렵다. 한국에서는 성희롱이라고 할 때, 가슴을 만졌다거나 엉덩이를 만졌다고 하는 '육체적 성희롱', 음란한 사진을 보냈다고 하는 '시각적 성희롱'처럼 피해자와 가해자 행위가 명확할 때 법적으로 성희롱이 성립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성희롱의 구성요건이 변화할 수도 있다. 현재 법체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물론 '권력'의 의미가 복잡하지만, 김어준씨가 말하는 방식의 '우리는 어떠한 권력도 행사한 적 없고 어떠한 것도 강요한 적도 없고 유쾌한 농담이었다', 그 수준에서 저는 표면적으로는 김어준이 말한 이야기가 법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라고 본다."

- 여성 단체들은 '비키니 시위'가 아니라 나꼼수의 발언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삼국카페'는 이번 사태를 '비키니 시위 사건'이 아닌 '코피 사건'으로 불러주기를 요구했다.
"저는 '여자들이 불편, 불쾌해서 문제다' 이건 핵심이 아니라고 본다. 김어준씨가 이렇게 말했더라. '여성이 약자로서 그럴 법도 하다'. 제가 볼 때 지금의 성희롱 관련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여성을 피해자로, 약자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거다. 성희롱을 인정받으려면 내가 약자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약자가 아닌 여성도 있고, 성을 즐기는 여성도 있다. 그런 여성들의 입지가 없어지는 거다.

또한 제가 성희롱 관련법에 대해서 비판하는 지점이, 한국은 '피해자 중심주의'가 오독돼서 피해자가 잘못됐다고 하면 성희롱이라고 한다. 성희롱의 문제가 행위자들이 갖고 있는 차별에 근거한 행위방식이나 사유가 문제이기 때문에 성희롱이 되는 건데 한국은 피해자 관점에서 피해자가 불편하면 성희롱이라고 한다. 그럼 피해자가 안 불편하면 성희롱 아닌가. 저는 가해자의 행위가 어떠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해자의 심리적, 사회적, 역사적 의도성을 봐야 한다는 거다.

언론보도를 보면 계속 나꼼수가 아닌 '여성들이 어떻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불편하지 않은 여자도 있는데? 불편한 니가 문제다' 이런 식으로 반박하면서 논점을 흐린다. 그게 아니라 '우리는 '약자'라서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들이 불편해서가 아니라 '니가 생각하는 방식이 문제다. 니 머리 구조가 문제다. 니 욕망이 형성되는 방식이 문제다'라고 문제제기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 어떤 방식이 문제라고 보나.
"<한국일보> 인터뷰나 <시사인> 콘서트에서 김어준씨가 한 발언을 보면, 이 사람은 굉장히 시혜적인 차원에서 해명을 하고 있다. '그래, 약자니까. 여성들이 약자로 살아왔으니까 이해할 법하다'? 웃기고 있다. '내가 시혜적으로 너희를 봐주겠다'? 그게 아니라 (삿대질을 하면서) 니가, 니가 문제야. 니가 성찰해! 비키니 사진? 올릴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비키니 사진 마음 놓고 보내라'는 그 발언. 독수공방하니, 성욕감퇴제를 먹고 있으니, 내 성욕이 감퇴됐으니 비키니 사진을 올려서 내 성욕을 다시 키워 달라.

왜, 소주집에 가보면 여자 비키니 사진이 붙어있다. 그 소주집의, 그 벗고 있는 여자 정도의 수준에서 지금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코피 조심하라'는 건 어떤 의미인가. '코피 터졌다'는 게 남자들이 자위를 많이 해서 정액을 많이 배출하면 코피가 터진다. 그 비키니 사진이 밤중에 자위의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은유다. 이는 앞서 나온 '비키니 사진 마음 놓고 보내라'는 발언에 이어 다시 한 번, 남성의 성적 욕망을 부연한 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럼 남자라는 존재는 이런 방식밖에 안 되나. 꼭 성욕을 이런 방식으로 상대방이 있어야만 풀고, 그게 없으면 성욕감퇴제라도 먹어야 살 수 있는 존재냐. '성매매 냅두라'고 하는 것도 이런 논리다. 남자는 분출되는 욕망이 있으니까 풀어야 한다. 저는 그런 욕망의 방식에 대해서 문제제기 해야 한다고 본다."

"'가카' 자극하려고 '육담'? 바로 그 '성찰 없음'이 문제"

작년 10월 3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 서울콘서트 장면.
 작년 10월 3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 서울콘서트 장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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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 아마 이 인터뷰가 나가면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든다'. 그게 이 정도로 의미를 부여할 만한 발언일까? <시사인> 콘서트에서 김어준씨가 '면회 내용이 모두 녹음되어 청와대에 보고되는데, 이렇게 보고된다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더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발언을 한다'고 했다는 내용이 트위터에서 RT되고 있기도 하다.
"맞다. 그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거다. 이명박(대통령)을 자극하고 도발하는 수많은 방식 중에 왜 하필 '육담'이냐. 그럼 그 육담의 내용이 과연 어떠냐. 그 '성찰 없음'이 문제다. 사람들이 농담을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일상을 말하는 거다. 별로 생각하지 않고 말하는 거다. 그런데 왜 그런 방식으로밖에 농담을 못 만들어내나.

실제로 남자들에게 있어서 여자와의 관계는 배출, 배설이다. 별로 심각하지 않다. '난 유쾌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리 심하지 않은데 왜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느냐'고?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농담 수준이 가지고 있는 남성중심성. 남성욕망의 형성을 문제 삼는 거다.

비키니 시위? 할 수 있다. 재밌을 수 있다. 여성의 몸을 활용한 시위들? 과거에 페미니스트들이 브래지어 태우면서 벗어 던지고, 수많은 시위 방식이 있다. 오케이, 좋다. 그런데 여자들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하는 것과 남자들이 '너희 한 번 올려봐'라고 하는 것. 완전히 의미가 다르다.

나꼼수 팬들은 '비키니 사진이 올라온 게 먼저'라고 반박하던데, 이후에 나꼼수 멤버들이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걸 가지고 엄숙주의라느니, 60년대 방식이라느니. 이건 너무 무식한 거다.

결국 인식론의 차이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거는 그들의 패러다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자신들의 발언이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모르니까.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든다'? 누군가에게는 이게 웃자고 하는 일밖에 안 되는 건데, 누군가에게는 죽자고 덤벼들 정도로 치열한 거다. 왜 이렇게 죽자고 달려들까에 대해서 정말 조금이라도 이 사람들이 성찰을 했더라면 이런 식의 논란은 없었을 거다."

- 여성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다. 비키니 인증샷을 올린 MBC 이보경 기자의 경우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코피 조심하라'는 발언은 해학적이고 민중적인 음담패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는데.
"한국에서 여성들의 집단으로서의 공통성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많이 깨졌다. 생물학적 여성 집단 사이에서도 이미 서로 생각이 다르고 차이가 있다. 여성을 소환하는 방식은 이미 90년대와 다르다. 요즘 대학생들한테 성희롱 관련 강의를 하면 '뭐 그렇게 대단합니까. 한 번 자주면 되지. 자주는 게 뭐 별건가' 이런 학생들도 있다. 그런 방식으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긍정이냐 부정이냐를 떠나서. 이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여성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서 '여자들이 어쩌고' 이건 아니다. 저는 이 문제를 남자와 여자 성별 구도로, '남자가 웃자고, 여자가 죽자고' 이게 아니라 나꼼수 멤버들을 포함한, 이러한 사고, 발언 방식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성적욕망을 만드는 방식의 사소함, 심각하지 않음, 그러한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이 문화가 문제라고 본다."

- <한겨레 훅>에서 이라영씨는 '여성이 스스로 여성의 몸을 도구로 삼고 그것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할 때 이는 결국 '자발적 객체화'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자발적 객체는 과연 주체적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한 '비키니 시위' 방식, 어떻게 보나.
"자기 몸을 활용한 시위 방식에 동의했다면, 그 여성의 선택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인터뷰 이어집니다.


태그:#나꼼수, #비키니, #변혜정, #유섹인, #나는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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