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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비키니 발언과 관련해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슴 응원 사진 대박", "코피 조심해라"는 발언은 성희롱일까요. '비키니 시위'는 표현의 자유일까요. 이에 대한 비판은 '성적 엄숙주의'일까요. <나꼼수>를 옹호하면 '마초'가 되는 걸까요. '비키니'가 불러온 섹슈얼리티(Sexuality) 논쟁에 관한 변혜정 교수 인터뷰를 2회에 걸쳐 나눠 싣습니다. [편집자말]
말 마(馬) 풀 초(草). 변혜정 서강대 성평등상담실 상담교수는 '마초'의 의미를 "초원을 달리는 말의 자유분방함"으로 정의했다.

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변 교수는 "다듬어지지 않은 그대로, 자기 멋대로의 야생성, 나꼼수가 그렇다"면서 "나꼼수가 해학과 육담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지만 이 해학이라는 것 속에 어떤 집단의 누군가를 비하하는 것을 담고 있다면, 그래서 문제가 되고 있다면 진보라는 이름에서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또한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하면 안 되냐'는 식으로 '욕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짐승이 된다"면서 "'욕정은 본능'이라는 말로 남성의 모든 행위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성적 농담과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이를 성적으로 개방된 것, 진보적인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변 교수와의 일문일답.   

"MB만 권력이 있는 게 아니다... 나꼼수는 '언론권력'"

변혜정 서강대 성평등상담실 상담교수.
 변혜정 서강대 성평등상담실 상담교수.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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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꼼수'의 발언을 이명박 대통령, 김문수 경기도 지사, 강용석 국회의원의 발언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나꼼수' 멤버들이 그들처럼 권력을 가졌나'라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B급 방송에 공중파 수준의 도덕성을 들이대지 말라'는 주장도 있다.
"MB나 김문수(지사)하고는 다른 지점에 있다. 그들의 권력과 나꼼수의 권력은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나꼼수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이 어찌됐든 굉장한 파급력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다. 푸코의 개념으로 권력을 본다면, 권력이라는 게 꼭 MB만 있나. 시민사회도 어떤 의미에서 담론을 만들어가는 힘이 있으면 권력이 생긴다. 학생들이 교수평가를 할 때는 학생이 권력이 되기도 한다. 근대적 의미의 권력도 권력이지만 권력이라는 게 다양한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거다.

MB처럼 제도화된 권력은 아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나꼼수가 가지고 있는 언론 권력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것이 갖고 있는 파급력은 적지 않다. 따라서 나꼼수는 영향력 있는 권력집단으로서 그들이 했던 언동에 대해서 사과, 해명 아니라 적어도 성찰은 해야 한다." 

- 이번 사건을 두고 '진보진영 내의 마초이즘(남성우월주의)'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는 마초라는 게 말 마에 풀 초, 말의 자유분방함이라고 본다. 초원을 달리는 말이 고삐를 매고 있으면 얼마나 답답한가. 그런데 풀에 풀어놓으면 자기 멋대로 한다. 야생적이라는 의미다. 다듬어지지 않은 그대로. 그게 마초다. 그게 나꼼수다.

나꼼수가 왜 그러한 '비키니 사진 대박', '코피조심' 등의 발언이 MB를 자극한다고 생각했을까. MB도 마초거든(웃음). 여기에서 '욕정에는 좌우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이 욕정에 문제제기를 하는 거다. '욕정은 자연스러운 거 아니냐'라고 하는데 이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뭐가 되나. 욕정대로 행동하면 짐승 아닌가. 우리는 그 마초성, 짐승성을 문제 삼는 거다. '생물학적 완성도에 감탄하면 안 되나'라는 김어준씨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여성단체들도 대놓고 간담회 같은 것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를 혹 조중동이 활용하거나 혹 진보성을 훼손할까봐 그러는 것은 이해한다. 나꼼수가 해학과 육담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 의미 있다. 그런데 소위 이 해학이라는 것 속에 어떤 집단의 누군가를 비하하는 것을 담고 있다면, 그래서 문제가 되고 있다면 진보라는 이름에서 성찰해야 하지 않을까.

제가 생각하는 진보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통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생각하는 진보는 결국 누구의 이야기를 누구의 관점에서 듣느냐다. 들으려고 하는 마음, 소통, 성찰, 그게 진보다. 그런데 지금의 진보진영이 갖고 있는 소통방식을 봤을 때, 무조건 좌쪽에 있다고 진보인가. 아니다."  

- 진보진영의 '성적 엄숙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성적 엄숙주의, 지양해야 한다. 성적농담을 하는 게 성희롱은 아니다. 농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농담의 내용이 어떤 맥락인가다. 우리가 성적농담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아니다. 성적 대상화와 성적 농담은 분명히 다르다. 그런데 성적 대상화를 성적으로 개방된 것, 마치 진보라고 생각한다."

"'여자가 아프다잖아, 사과 좀 해줘'? 됐거든"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201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배웅을 받으며 자진출두하고 있다.
 'BBK 의혹'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2011년 12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배웅을 받으며 자진출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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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들은 '욕망은 자연스러운 것, 본능적인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이게 구체적으로 왜 문제가 되는 건지 설명해 달라. 
"이게 본능의 문제가 돼서 '성폭력의 본능성, 성매매의 본능성' 등 남성이 행한 수많은 행위가 본능이라는 걸로 자연화되면 어떤 것도 문제제기 할 수 없다. 여성, 남성이 상호 성적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여자만 남자의 성적대상이 되고, 남자는 성적 주체가 되는 거다. 한쪽이 대상일 때 우리는 '대상화'라는 말을 쓴다. 그럴 때 여성은 남성의 배출구일 뿐이다.

물론 그런 식으로 '성적대상화' 되어도 상관없다는 여성들도 물론 있다. 지금의 문제는 여성의 차이가 아닌, 성적대상화의 본질을 가지고 이야기하자는 거다. 그 자연성이 가져오는 이펙트(영향)를 이야기해보자. 그런 자연성을 존중한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만약 MB가 그러한 발언을 했다면, 별로 기대가 없기 때문에 관심 없다. 그런데 나꼼수의 문제는 어떤 의미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가졌다고 믿었는데 뒤통수를 친 거다. '역시 남자구나'."

- '10·26 부정선거 등 중요한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데 지금 비키니가 중요하나'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여성의 문제는 늘 사소한 것으로 생각된다. 남성 욕망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이건 언제나 사소할 수밖에 없다. 남자들에게 성은 일상이다. 어릴 때부터 고추 크기, 오줌 멀리 가는 길이 재고. 자위가 부끄러운 게 아니다. 마초가 자연이다. 그런데 그들의 일상을 문제 삼으니까, '왜 저렇게 시끄러워. 예민하니까 시끄러워. 꼴페미니까 시끄러워. 촌스럽게 왜 이래. 저 이야기는 안 듣고 싶어' 이러는 거다. '꼴페미', '안페미' 이런 이야기로 넘어가선 안 된다. 그들이 농담이라고 이야기하는 그 지점 자체를 문제제기해야 한다."

- 나꼼수에게 '사과 요구'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여자가 아프다잖아, 사과 좀 해줘' 저는 이런 방식도 불편하다. 떡 하나 주는 거야, 뭐야. 애기들 앵앵 거릴 때 과자 주면 입 다문다. 여자를 애기 취급한다. 약자한테 뭐 하나 던져주는 방식, 그게 화가 난다. 앵앵거리는데 젖 주면 가만히 있냐고. 여자들은 냅둬라. 대신 너희들에 대해 성찰하라는 거다."


태그:#나꼼수, #비키니, #변혜정, #마초이즘, #나는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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