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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북한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전략 순항 미사일 등을 4회 발사해 한반도에 안보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은 투코리아 발언에 이어 북한 헌법에서 '통일' 등의 단어를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렇게 나오는 이유에 대해 한국의 총선과 미국 대선에 영향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북한 문제를 오랫동안 취재한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는 현재 상황 어떻게 진단하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1월 31일 서울 광화문 근처 커피숍에서 안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안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북한, 트럼프 집권 대비해 협상력 높이기 위해 무기 개발"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
 안정식 SBS 북한 전문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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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들어 한반도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2024년 새해로 바뀌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관계는 교전국 관계로 고착됐다고 했죠. 상당히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북한의 대남 공세도 심각한 것 같았습니다만 한 달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약간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있다고 봅니다."

- 어제(30일)도 순항 미사일을 쐈잖아요.

"올해 1월에도 미사일을 네 차례 정도 쐈죠.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서도 상당히 톤 조절을 하고 있어요. 무슨 얘기냐면, 북한이 미사일 쏘면서 계속 정세와 무관한 발사라고 얘기하고 있거든요. 물론 전략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정세와 무관하다는 주장 자체가 말은 안 되죠. 그러나 북한이 정세와 무관한 발사라고 계속 얘기를 하는 건, 지금의 발사들이 무기를 개량하기 위한 실무적인 차원의 것이지 지역 정세를 긴장시키려는 건 아니라고 얘기하는 거거든요.

사실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전략 순항미사일은 대남 무기라기보다 일본이나 주일미군, 괌 등을 타격하는 무기라고 볼 수 있어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지금 이런 것들로 긴장을 고조시켜서 바이든 정부하고 협상하겠다는 생각은 아닐 겁니다. 미국에서 올해 말 대선이 있잖아요. 북한이 희망컨데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트럼프와 협상을 하길 원할 텐데요. 트럼프 집권에 대비해서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실무적인 차원의 무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럼, 우리 총선이나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두고 하는 게 아니라고 보세요?

"북한의 대남 공세가 남한의 4월 총선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면 윤석열 정부의 보수 강경책 때문에 이런 사태가 초래됐다는 여론을 불러일으켜서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추론이죠. 그런데, 북한 변수가 남한 선거에 과연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부분에 대해 정치학 쪽에서 많은 연구가 있었습니다. 그걸 보면 북한 변수가 남한 선거에 주는 영향은 별로 없다는 쪽으로 대개 결론이 나왔어요. 북한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진보든 보수든 똑같다고 하면서 보수뿐만 아니라 진보에 대해서도 불신을 표명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북한이 이번 총선에서 특별히 야당을 위해서 뭘 할 이유도 별로 없어 보입니다."

- 미국을 염두에 두고 위기를 고조시킨 걸까요?

"올해 접어들면서 북한이 한 행동들을 보면, ▲남북이 교전국 관계다 ▲남한이 주적이라는 걸 헌법에 명시해야 된다 ▲경의선 동해선 도로에 지뢰 깔고 ▲조평통 같은 대화 기구 없애고 이런 것들인데, 이건 정말 남북 관계와 관련된 것들이거든요. 이런 것들을 한다고 해서 미국이 신경을 쓸 것 같지는 않아요. 미국은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에다 올해 말 대선까지 신경 써야 하는데, 남북 관계 단절시키는 조치들에 대해서 워싱턴이 관심 갖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 북한이 트럼프 당선을 원하는 건 맞죠?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김정은과 트럼프는 두 번이나 정상회담을 했고 트럼프가 계속 '김정은과 관계가 좋다' 식의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바이든보다 트럼프가 당선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북한이 공세를 편 게 남한 때문도 아니고 미국 때문도 아니라면 왜 그런 겁니까?

"저는 북한의 대내적인 이유가 제일 크다고 봅니다. 지금 북한 당국에 있어서 최근에 가장 큰 골칫덩어리는 북한의 소위 MZ 세대라고 하는 젊은이들이 한류에 빠진 거예요. 한국 드라마 보고 한국 옷차림하고 한국 말투 따라 하면서 당에 대한 충성심이 약화되는 게 북한 당국의 가장 큰 고민이거든요.

최근에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이라고 남한 영상물 같은 것을 주변에 유포하면 최대 사형까지 처하는 엄청난 법까지 만들었지만, 단속과 규제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남북한 관계를 완전히 적대적으로 만들어서, 적대국의 문화를 소비하기 어렵게 하려는 게 김정은의 의도라고 봅니다. 아예 남한 문화가 스며들 토대 자체를 없애버리려는 거죠."

- 최근 긴장이 9.19 군사합의 파기와는 관계가 없나요?

"9.19 군사합의 파기가 일부 영향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신냉전이라고 할 만한 국제정세의 영향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대립하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기본적인 패권 경쟁이 계속되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이 중국 러시아 쪽에만 붙어도 먹고 살 수 있단 말이에요. 이른바 신냉전이라고 할 만한 국제정세의 변화가 기본적으로 한반도에서의 대치 구도도 재생산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북한이 남북 관계 단절에 나서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이른바 진보 정부라고 하는 문재인 정부 때의 경험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 때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하면서 남북 관계가 굉장히 발전하는 듯 보였지만,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북한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아 간 건 별로 없어요. 유엔의 대북 제재가 강고했기 때문에 남한이 북한에 뭘 해 줄 수가 없었던 거예요. 단적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도 재개를 못했지 않습니까. 북한 입장에서 보면 진보 정부가 들어서도 별로 도움 되는 게 없다고 생각했을 수가 있고, 그럴 거라면 남북 관계를 유지하는 게 무슨 실익이 있느냐 하는 생각을 했을 수가 있죠."

- 그럼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건가요?

"문재인 정부가 잘못했다기보다 지금의 국제정세가 그렇게 돼 있는 겁니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지만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위반할 수는 없잖아요. 우리는 수출로 무역으로 국제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나라인데 말이죠.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유엔의 대북 제재는 변하기 힘든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남북 관계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 과장된 관측"

- 미국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던데 어떻게 보세요?

"저는 과장된 관측이라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주로 대내적인 이유로 남북 관계 단절 조치를 취했고 일부 긴장을 조성하는 듯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소강상태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단순히 생각을 해보더라도 김정은이 정말로 전쟁할 생각이 있으면 겉으로 전쟁한다고 떠벌리겠습니까? 겉으로 전쟁한다고 떠벌리면 우리도 철저히 대비를 할 거 아니에요. 상대가 철저히 대비를 하고 있는데 전쟁한다? 이건 앞뒤가 안 맞는 말이에요. 

그리고 김정은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뭐라고 했냐면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전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거든요. 다만, 김정은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으로 만들려는 의도는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남북 간 적대감을 높이기 위해 비무장지대나 서해 백령도 연평도 부근 등에서 국지적인 도발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연말 투 코리아 발언 했는데 어떤 의미일까요?

"북한이 남한을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불러준다고 해서 대한민국을 존중하겠다는 뜻이 분명히 아닙니다. 욕은 그대로 하고 있으니까요. 북한에 약간 수세적인 방어 개념이 있다고 보는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북한의 젊은 세대들이 계속 한국 문화에 빠져들고 있단 말이에요. 이게 장기적으로 체제에 굉장한 위험 요인이라고 북한이 보고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남북을 완전히 단절된 두 개의 나라로 만들어서 남한의 영향을 배제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입니다."

- 김주애가 2022년 이후 등장해요. 기자님은 2022년 인터뷰에서 북한이 김주애를 활용할 가능성 높다고 하셨는데 작년에 계속 등장했죠. 북한이 김주애를 어떻게 활용하는 걸까요? 일각에서는 후계자 가능성도 나오던데.

"김주애가 등장한 지 한 1년이 지났는데요. 국정원도 얼마 전에 김주애를 현 단계에서 김정은의 유력한 후계자로 보고 있다는 평가도 했죠. 지금 김주애가 등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김정은이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김주애가 정말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것이냐 이 부분은 아직 시간이라는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김주애가 2012년 말이나 2013년 초에 태어난 걸로 보기 때문에 지금 만 11살 남짓 정도 되는데, 정식으로 후계자가 되려면 적어도 앞으로 십수 년은 있어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 십수 년 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요. 이를테면 김주애가 크게 아플 수도 있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아빠, 나 이런 거 안 할 거야' 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김정은 생각에 주애보다는 주애 동생이 더 나은 것 같다고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 거거든요. 때문에, 김주애가 최종적으로 후계자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죠.

그렇다면, 김정은이 왜 이렇게 일찍부터 김주애를 부각시켰느냐 하는 부분인데요. 김정은이 자신의 건강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김정은이 지금 키 170cm에 몸무게 140kg 정도로 우리 정보당국이 보고 있는데요. 그 정도면 고혈압, 당뇨 이런 것은 갖고 있을 확률이 높고요. 거기다가 술 마시죠, 담배 피우죠. 건강이 아주 좋을 리가 없습니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내가 이러다가 혹시 갑자기 통치할 수 없는 상태가 됐을 때 나 이후에는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본인의 유고 상태에 대비한 가닥을 잡아놔야 되지 않겠느냐는 점에서 김주애를 일찍 부각시키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 일각에서는 김여정이 후계자 될 거란 얘기도 있었잖아요.

"김정은 집권 이후 초반 한 10년 동안은 김정은한테 유고 사태가 생기면 김여정이 대신하지 않겠느냐고 많이 봤었죠. 김여정이 실질적인 북한 정권 2인자 역할을 했고 남매 정권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김주애가 등장하면서 김여정이 뒤로 밀려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지난해 김주애가 부각되는 과정을 보면 김여정이 상대적으로 퇴조하는 모습들이 보이는데, 이제는 김주애와 김여정의 서열 관계는 완전히 정리가 끝났다고 봅니다. 김정은의 후계자는 여동생이 아니라 자녀라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어린 주애가 부상하는 과정에서 엄마인 리설주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충분히 해볼 수가 있습니다.

다만 만약에 김주애가 성인이 되기 전에 김정은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해서 통치를 못하게 되는 경우, 상황이 좀 복잡해질 수가 있습니다. 김주애가 어린 아이인 상태에서는 통치할 수가 없잖아요. 그러면 엄마인 리설주가 소위 '수렴청정'에 나설 수가 있는데, 그 경우에 김여정이 가만히 그걸 보고 있겠느냐는 거죠."

- 북한은 유교 영향 많이 받잖아요. 그렇다면 보통 아들 세습을 하는데 왜 김정은 위원장은 아들이 아닌 딸에게 물려주려 하는 걸까요?

"국정원이 처음에는 주애 위에 오빠가 있다고 봤었죠. 그래서 왜 첫째인 아들이 아니고 둘째인 딸 주애를 부각시키느냐 의문이 있었던 건데, 지난해에 북한이 워낙 김주애를 부각시키는 것을 보고 판단을 바꿨습니다. 김정은에게 첫째 아들이 없을 수도 있고 주애가 첫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가부장적 사회인데 여자로의 권력세습이 가능하냐 이런 의문 제기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저는 그 부분이 예전의 시각이라고 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의 가계는 남자냐 여자냐의 차원을 넘어서는 개념입니다. 북한과 같은 시스템은 김정은이 정하면 되는 겁니다. 김정은이 주애를 후계자로 정한다고 해서 반대할 사람 있습니까. 중요한 것은 아들이냐 딸이냐가 아니라 김주애가 성인이 됐을 때 국가를 이끌어갈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겠죠."

- 올초 개성공단 지원재단을 해체했잖아요. 그럼, 개성공단은 완전히 끝난 걸까요?

"정부의 설명은 재단이 해체되더라도 필요한 업무는 다른 쪽에 이관해서 하고 운영비 줄이는 차원에서 재단을 해산한 거란 취지로 설명하고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면 사실 개성공단이 재개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가 사실상 북한과의 모든 사업을 막아놨기 때문에 대북 제재가 존속하는 한 개성공단을 재개시키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 같지도 않고요.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 그러면 올해 한반도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지금 1월 상황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북한은 남북 관계 단절 선언을 했고, 대미 관계에서도 차기 트럼프 정부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상이든 대결이든 극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도 우크라이나, 중동 두 개의 전쟁에다 연말 대선에 집중하느라 북한에 신경을 쓸 여력이 별로 없을 것이고, 윤석열 정부도 북한과의 관계에 큰 관심은 없어 보입니다. 올해는 각자 상황관리에 집중하면서 큰 충돌로 번져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태그:#안정식, #북한, #한류,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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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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