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앞둔 케이블TV '내우외환'

SK텔레콤-CJ 빅딜 충격 속 윤두현 협회장도 중도하차

등록 2015.12.11 16:33수정 2015.12.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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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삼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협의회장이 11일 낮 서울 종로 한식집 진진바라에서 열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송년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시연


케이블TV 업계에 요즘 바람 잘 날이 없다. SK텔레콤이 'SO 1위'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한 데 이어, 위기 상황에서 버팀목이 돼야 할 윤두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아래 케이블TV협회) 회장마저 지난 7일 사퇴했기 때문이다. 

결국 11일 서울 종로 한정식집 진진바라에서 열린 올해 케이블TV 송년회에는 '주인(협회장)' 없이 치러야 했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출신이어서 지난 3월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을 빚었던 윤두현 전 회장도 결국 내년 총선 출마라는 정치적 이유로 중도하차하면서 케이블TV업계에 큰 생채기만 남겼다.

윤두현 케이블TV협회장, 총선 출마 위해 중도하차

YTN 보도국장 출신인 윤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임명됐다 지난 2월 물러난 뒤 케이블TV협회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취임 8개월 만인 지난달 초 대구 지역 총선 출마 계획이 알려졌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달 1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충격에 빠진 케이블TV 업계로서는 엎친 데 겹친 격이었다.(관련기사: SK CJ "KT 독주 끝났다" 미디어업계 지각 변동)

케이블TV협회는 이날부터 협회장 공모에 들어가 올해 안에 신임 회장을 뽑을 계획이지만, 당장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협의회' 분리라는 숙제도 남아있다. 지금까지 CJ헬로비전을 비롯한 티브로드, 씨앤엠, CMB, HCN 등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케이블TV협회를 주도하면서 다른 한 축인 PP들은 분리 독립을 추진해왔다. 애초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에서 PP협의회 분리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일단 차기 회장 선임 이후로 결정을 미룬 상태다.

100여 개 PP들 가운데 90% 이상이 독립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 홈쇼핑채널 확대로 PP들의 힘은 커진 반면, 유료방송 플랫폼이 케이블TV뿐 아니라 IPTV, 위성방송 등으로 다양해진 것도 '한 지붕 두 가족' 해체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SO들 내부 응집력에도 금이 간 상태다. 지금까지 SO들은 모바일 결합 판매를 주도하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에 맞서 결합 상품 동등 할인율 적용 등 정부 규제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늘 선두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CJ헬로비전을 SK텔레콤이 인수하고, 정부를 상대해야 할 윤 회장마저 사퇴해 힘이 빠진 상황이다.(관련기사: 탕수육 시키면 짜장면 공짜? 맛은 보장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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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케이블TV방송사(SO) 대표들이 지난 7월 9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방송통신 결합상품 동등 할인 등 결합 판매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윤두현 당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회장. ⓒ KCTA


케이블TV "변화를 기회로"-"영역 구분 사라진 방송통신 빅뱅"

이날 방송통신 기자 70여 명을 불러 진행한 송년회엔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를 비롯해 김재필 티브로드 대표 등 주요 SO 대표와 PP 대표들이 참석했다. 다만 김진석 대표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일찌감치 자리를 떴고, CJ헬로비전 때문에 매각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씨앤앰도 전용주 신임 대표 대신 고진웅 부사장만 참석했다.

이날 협회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윤두현 회장 중도하차로 힘겨움도 있지만 올해 안으로 새 회장을 뽑을 예정이고 최종삼 SO협의회장과 하동근 PP협의회장이 관할해 사실상 업무 공백은 없다"면서 "지금은 혼란이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삼 SO협의회장도 "케이블TV가 지난 20년 역사 일궈왔는데 그냥 일궈진 게 아니다"라면서 "케이블TV 산업 자체가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잘 되지 않겠나"라면서 언론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날 송년회 제목도 '변화를 기회로, able Cable(능력있는 케이블)'이었다.

하지만 케이블TV 출범 당시부터 이 분야를 취재해온 권영철 CBS 선임기자는 이날 답사에서 "이젠 지상파, 케이블, IPTV, 위성방송 구분이 없는 세상이 됐고 방송과 통신도 영역을 달리하지 않고 한 몸통으로 가거나 변화할 것"이라면서 "케이블TV업계 수장이 1년도 안 돼 나가는 것도 그런 걸 예측한 게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케이블TV #CJ헬로비전 #윤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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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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