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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7.19 07:50 수정 2019.07.19 07:50
지난 5월, 논술대회에서 입상한 한국 고교생들이 단체로 파리에 포상여행을 왔다. 그들과 만나 대화하는 자리에서 한 여고생이 이런 질문을 했다.

"왜 프랑스는 국가적 노력으로 출산율 저하를 극복하고 유럽 출산대국이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국가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떨어지고 있을까요?"

10대 소녀의 입에서 이런 질문이 터져나올 만큼, 가임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이 0.9로 떨어진 기록적 통계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암울하게 표상한다. 동시에 현실의 괴로움을 드러내는 하나의 강박적 지표로도 감지됐다.

반면 프랑스는 유럽에서 독보적 출산율을 기록해왔다. 2014년부터 약간의 하향세를 보였지만, 2017년 프랑스의 출산율은 1.88로 유럽연합 평균(1.6)을 웃돌았다. 비결을 탐문하는 연구단이 파견될 만큼 프랑스는 여전히 유럽 최고의 출산 대국이다. 그 배경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선 몇 년 전부터 목격된 프랑스 출산율 하락의 원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크롱임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허용했지만 프랑스의 출산율은 상승했다. ⓒ pixabay


이유는 또렷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긴축 재정이 마크롱 정부 들어서며 급격히 가속화됐고, 그것은 직접적인 지원금 축소와 공공부분(학교, 의료시설 등) 파괴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존엄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지난해 출산율을 알리는 언론들은 "여전히 프랑스는 유럽 출산의 챔피언"이란 타이틀을 달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산율이 크게 추락하지 않은 사실이 오히려 더 뉴스가 되는 상황이었다.

여전히 챔피언 타이틀을 넘기진 않았으나, 프랑스의 높은 출산율이 거론될 때마다 끈질기게 따라붙던 전설이 있었다. "그게 다 이민자들 덕분"이라는 거다. 이민자들이 많이 몰려와 가족수당을 타기 위해 자녀를 많이 낳는 걸 두고 국가 정책의 승리인양 포장하지 말라는 은밀한 조롱이 그 풍문 속에 담겨 있었다.

그 도시 괴담의 실체를 프랑스국립인구학연구소(INED)가 파헤쳤다. 놀랍게도 그들의 결론은 "NON(아니다)". 이민자 여성들이 프랑스에서 출생한 여성들에 비하여 높은 출산율(2.6)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그들은 전체 출산율을 겨우 0.1% 상승시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전체 인구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2%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민자 비율이 더 늘어나면 그들의 출산율 기여도가 더 높아지겠지만, 아직까진 프랑스의 높은 출산율은 사회 전체가 빚어낸 열매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2014~2017년에는 프랑스 출생 여성뿐 아니라, 이민 여성들의 출산율도 일제히 하락한 점도 그 연장선상이다. 양쪽 모두 정부의 지원과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출산율 성장 신화의 복잡한 방정식을 한마디로 뭉개버린 이민자 담론은 과학적·통계적으로 무너졌다. 그럼 이제 이걸 물어봐야 한다. 마크롱의 파괴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여성들의 출산율은 왜 여전히 유럽 챔피언인가?

여성의 선택권이 확보될 때, 더 많이 출산한다
 

2016년 유럽 국가들의 출산율 프랑스, 아일랜드, 스웨덴, 영국, 덴마크 등이 유럽의 출산 모범국임을 볼 수 있다. ⓒ INSEE


GDP 5%에 육박하는 자금을 정부가 출산과 가족 정책에 꾸준히 투입했다는 사실은 이 모든 이야기의 바탕이 된다. 자녀를 교육시키는 것이 각자도생의 격전장인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교육이 국가가 책임지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넓게 공유되어 있다. 남녀 노동자들의 일손을 공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1880년대부터 시작되었던 학령제가 1970년대에 이르러선 모든 계급의 가정이 누리는 보편적 시스템이 됐다. 이것이 키 포인트다.

1975년 낙태 합법화는 프랑스에서 여성 해방을 알리는 가장 또렷한 신호탄이기도 했다.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선택권을 쥐게 된 여성은 적극적으로 자기 생애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어갔다. 68혁명이 확산시킨 개인주의의 확대와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는 자칫 가족을 위협하는 요소로 해석될 듯했으나,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다.

여성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자신의 직업적 성공에 몰두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억압들이 서서히 수그러들자 비로소 그때, 출산을 스스로 선택하는 행복의 요소로 받아들였다. 1990년대 중반의 일이다. 그 때부터 프랑스의 출산율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대략 25년간 이어왔다.

오랜 가톨릭 국가이지만 가장 먼저 '낙태 금지'라는 금기를 벗어던지면서 출산율의 고지를 점령한 프랑스의 이야기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 대결한 바람과 태양의 이야기를 연상케 한다. 여성에게 전통적 가족의 가치의 수호자가 될 것을 요구하며, 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 다양한 걸림돌을 거두지 못한 남유럽 국가들(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이 유럽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햇볕정책의 유효성이 더욱 또렷해진다.

'혼외 출생'에 주목해야
 

낙태를 포함한 여성의 선택권을 보장할 때 출산율도 높아질 수 있다. ⓒ pixabay


우리나라에서 혼외 출생자는 전체 출생자의 1.9%(2014)을 기록했다. 출생률 자체도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이중 혼외 출생자의 비율도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혼외 출산은 비혼, 동거 등 결혼제도 밖에서의 출산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프랑스에선 혼외자녀의 비율이 58%선으로 집계된다. 체감수치는 사실 그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팍스(PACS, 시민연대계약)를 하거나, 오래 동거하는 커플들이 전통적 방식대로 결혼을 한 커플보다 훨씬 자주 목격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혼외 출생자와 혼내 출생자 사이에 대한 그 어떤 법적·사회적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혼외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소수도 아니거니와 그것이 계층적·도덕적 우열을 드러내는 어떤 도구도 되지 못한다. 올랑드 전 대통령도 비혼 상태에서 네 자녀를 낳아 길렀다. 이런 사실은 그에게 눈곱만큼의 정치적 핸디캡이 아니었다.

사회의 유연한 태도는 눈물을 머금고 원치 않는 낙태나 입양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한국의 혼외출생비율은 결혼이란 제도를 통과한 정상 가족제도에 대한 사회적 강박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또 다양한 출생의 가능성을 얼마나 빈틈없이 막아버렸는지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프랑스 대학에서 비혼인 학생 엄마들을 만나는 일도 드물지 않다. 게다가 그런 여학생들의 경우, 최대치의 장학금 수혜자가 된다. 한부모 가정에겐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가장 높은 수준의 가족 수당이 지급된다. 핸디캡이나 차별의 빌미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제도의 적극적 개입으로 비교적 평평한 땅 위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자녀의 교육 시스템에 있어선 그러하다.

아이가 기저귀와 결별한 시점(만 3세)부터 시작되는 무상 공교육 시스템 또한 프랑스의 육아 시스템을 받치는 핵심 기둥이다. 첫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순간 엄마는 비로소 자신의 커리어를 위한 본격적 궤도에 오르고 둘째를 가질 준비를 할 수 있다.

다만 4개월의 출산휴가는 대부분 모든 일하는 여성들이 누릴 수 있지만, 1년 혹은 2년의 육아 휴직을 안정적으로 누릴 수 있는 직장은 한정되어 있다. 또 공립 탁아소일지라도 유료인 점, 신생아 수만큼 공립 탁아소가 갖춰져 있지 않은 점 등은 아직 프랑스 시스템이 채워가야 할 부분이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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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글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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