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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2.07 17:22 수정 2019.02.07 17:22
지난 4일, 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올해도 샤를마뉴 중고등학교에 정부가 보내온 예산은 지난해보다 감소했습니다. 축소된 예산은 병가나 교육/연수 등으로 빠진 교사들을 대체할 수 없게 만들고, 옵션 과목을 충분히 제시할 수 없으며, 교구나 교재의 구입도 방해하면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 학교의 모든 교사들과 교직원들은 지난 2월 1일 모여 2월 5일의 총파업과 집회에 참여할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공교육을 파괴하는 정부 정책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프랑스 전역에서 실시된 총파업을 앞두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사와 교직원들이 자신들도 공식 참여를 결의한 사실을 알려왔다. 같은 날, 학부모회에서도 "프랑스의 공교육은 지금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며 학교 교직원들과 더불어 집회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는 메일을 보내왔다.

10년 넘게 긴축예산만 꾸려온 정부. 공공 서비스는 축소 마비되어갔고, 그중에서도 교육 예산이 바싹 마른 빵처럼 말라비틀어지면서, 학교의 공기는 나날이 삭막해져 갔다. 그래서인지 교사들은 더 자주 아프고, 더 자주 예민해지며, 아픈 교사를 대체할 교사는 잘 찾아지지 않았다. 공교육을 파괴하는 정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게 싫으면 사립으로 가세요. 즉, 돈 내고 학교 다니세요!"

학교라는 것이 이 나라에 생겨난 이래 물러난 적이 없던 원칙을 마크롱을 깨려 하고 있는 것이다. 마크롱은 노란조끼들이 표출해낸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지난 1월 중순부터 전국을 돌며 지자체장들과 함께 위기에 이른 정국의 향방을 풀어갈 해법을 찾자며 소위 대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마크롱의 시간끌기용 원맨쇼일 뿐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이렇게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공교육을 파괴하는 정부에 항의하며, 노란조끼와 노조가 이룬 첫 공조 파업에 발을 내딛었다. 2019년 들어서 시민저항의 새 키워드처럼 등장하던 "공조(Convergence)"가 성공적으로 실현되던 순간이었다.

지난 연말, 마크롱의 일부 굴복을 얻어낸 후에도 노란조끼 집회는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12번까지 지속되어 왔다. 복원되지 않은 부유세, 실현되지 않은 조세정의, 쇠락해져 가는 공공 서비스, 악랄해져가는 경찰의 탄압. 멈춰야 할 어떤 이유도 노란조끼는 찾을 수 없었다. 그 사이 7천 명이 연행되었고, 190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11명이 사망했다. 그 중 한 사람은 직접적인 경찰의 폭력이 원인이었다.

불복종 릴레이
 

지난 1월 12일 프랑스 노란조끼 9차 시위. ⓒ 연합뉴스/EPA

 
총파업 당일(5일), 전국적으로 30만 명이 참여한 160개의 집회와 행진이 진행되었다. 파리 시청과 콩코드 광장 사이를 행진하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연호한 구호는 "마크롱 퇴진". 그 뒤 "부유세 원상복귀", "월 최저임금 1800유로(약230만 원)", "세금 도피 끝장내라" 등이 이어졌다.

17개 대학에서는 2019년 9월부터 비유럽권 학생들에게만 등록금을 대거 인상하겠다는 정부안을 거부한다는 공식 입장이 나왔다. 마크롱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각 대학에 통보한 것이었다. 학생들뿐 아니라, 대학총장 협의회에서도 비유럽권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 차별적 등록금 인상은 강력한 비판과 저항을 불러왔다. 

정부는 현재 국적에 관계없이 적용하던 연 170 유로(약 22만 원)의 등록금을 비유럽권 학생들에게만 2770유로(약 350만 원)로 약 16배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가증스럽게도 "프랑스 입국 환영"라는 제목을 붙였다. 마크롱 정부가 환영하는 외국학생은 오로지 '돈 많은' 학생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새삼 덧붙일 필요도 없다는 듯.

이 대학들은 정부를 향해 반교육적이자 반민주적인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우린 우리대로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외국 학생들이 인상된 등록금을 지불하지 않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일부 학생들의 상징적 항의가 아니라, 국립대학들이 공식적인 결정으로 정부에 불복종을 선언한 셈이다.

과정을 축소하고, 인력을 감축하여 공공부분의 예산을 비틀어 짜는 마크롱 정부의 일관된 방향은 법조계 사람들의 무거운 엉덩이도 들썩거리게 했다. 1월 15일엔 전국의 변호사, 판사, 법원 행정직원들이 법복을 입고 정부의 사법개악에 항의하며 파업에 나섰다. 개혁안은 일부 지방법원과 특수 법원들의 폐지와 통폐합을 골자로 하고, 1만 유로(약 1277만 원) 이하의 소액 분쟁 사건은 인터넷 상으로만 접수하게 하는 등 법원행정 절차 간소화와 비용절감을 위해 시민들의 법적 권리를 축소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들은 법전을 태우고, 관을 짜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사법부를 학대하는 것은 민중을 학대하는 것"이라 외쳤다. 일부 노동법원에선 마크롱이 대통령령으로 강행한 노동법 개악을 ILO협약 위반이라며 기각시키며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잇달아 내려지기도 했다.

그 와중에 반헌법적 법안 통과
 

지난 1월 15일 노르망디 시장들과 사회적 대토론을 나누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 연합뉴스/AP


그 와중에 정부 여당은 총파업 당일인 5일 우파 공화당의 지지를 등에 업고 '폭력시위근절법'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경찰청의 판단에 따라 특정인들의 집회 참여 금지를 결정할 수 있으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6개월 이하의 징역과 7500유로의 이하의 벌금을 물리게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폭력시위를 막겠다는 명분하에, 집회와 결사의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근본적 침해한다고 법률가들은 입 모아 지적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폭력적 시위 진압으론 충분치 않았다는 듯, 시민들의 시위할 권리 자체에 위협을 가하는 시대착오적인 법안을 등장시킨 것이다. 대화로 문제를 타개하자며 연일 텔레비전에선 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수백 명의 지자체장들에 둘러싸여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내보이지만, 정작 의회에선 마크롱의 속마음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반헌법적 법안이 소리 소문 없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동시에 여당 의원 50여 명이 이런 법안에 기권했다며 마크롱의 충성층이 대거 이탈하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포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마치 마크롱으로 대표되는 기득권과 노란조끼로 대표되는 절대다수 시민들의 계급전쟁의 미세한 향방을 측정하는 심판의 보고처럼.

마지막 카드
 

지난 15일 열린 마크롱 대통령의 사회적 대토론에 반대하는 시위대. ⓒ 연합뉴스/AP

 
며칠 전, 상습적으로 지하철에서 무임승차를 하다 구속된 사람이 구치소에서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수의 프랑스 누리꾼들은 연간 1천억 유로(약 128조 원)의 세금포탈이 조세도피처를 통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나라에서 어찌 지하철 무임승차를 한 사람이 구속될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자 나라 프랑스에서 심각한 조세 불평등을 겪으며 살고 있는 다수의 프랑스인들의 공분이 터질 기회는 곳곳에 산적해 있다. 하여 노란조끼들의 화력이 소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애플사가 지난 10년 동안 내지 않고 체납한 세금 5억유로(약 64조 원)를 프랑스 정부에 지급하겠노라 약속하면서, 가문 땅에 한줄기 가는 빗줄기가 떨어졌을 뿐. 그런데 왜 애플 프랑스 사장은 여태껏 감옥에 가지 않았던 것인가?

부자들을 대변하며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프랑스의 대통령에 맞서 시민들과 노조, 공무원, 정부 기관, 법원들까지 나서서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부의 일탈에 저항하는 중이다. 마치 레벨이 올라가면서 계속 새로운 무기들이 등장하는 게임처럼, 시시각각 새로운 전략과 전술들이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제시된다.

마크롱은 마지막 카드로 국민투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가 있을 5월 26일,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토록 하여, 부유세와 시민발의 국민투표 도입 등, 그간 노란조끼들이 제안해온 요구들을 단판 승부로 결정 짓겠다는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

1969년 4월 27일, 68혁명 다음해에 실시되었던 국민투표에서 드골은 자신의 안이 부결되자 바로 다음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정확히 50년 뒤, 노란조끼의 봉기는 마크롱의 국민투표와 그로 인한 마크롱의 퇴각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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