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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순택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가 명멸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 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 우마차로, 소로, 임도, 등산로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생사가 명멸하는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 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 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처럼 외롭고 새롭다. - 김훈

눈앞으로 달려왔다 사라지는 수많은 자전거들을 바라보며, 때론 그것들을 필름에 담으며 잠깐씩 김훈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의 현기증 나는 문학적 수사가 아니더라도, 그의 애마 '풍륜(風輪)' 아니더라도 세상의 모든 자전거는 바퀴를 저어가는 주인의 몸덩어리에 길을 열어주고, 다시 흘러나갈 터.

책을 팔아 자전거값 월부를 갚으려 했던 김훈에게 작은 도움을 준 적이 있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한 권 산 것일 뿐이므로 정말 작은 도움이지만, '몰래 한 선행'에 마음이 흐뭇했지요. 그가 월부를 다 갚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문제의 '자전거 여행'을 또박또박 읽고 난 뒤 긴 여행을 다녀왔다가 다시 끄집어내어 재차 읽었을 따름입니다.

그가 받든 말든 관심없이 이 사진들은 어쩌면 김훈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쯤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정도 띄워줬으니 그의 책 머리에 실린 네 쪽의 글을 쪼개어 빌린다 한들 잡아잡숫지는 않을 듯 싶네요.)

'자전거가 있는 풍경'을 나누려고 합니다.

이곳은 중국입니다.
베이징시 외곽의 차오양취 짱타이루 지우셴치아오 부근을 지나가다 어느 허름한 구멍가게 앞에서 낯익은 벽광고(?)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세상에 '됀장, 꼬치장, 됀장'이라니…. 얼마나 반가운 말입니까. 이 콰이(1원) 짜리 아이스크림이나 빨아먹을 요량으로 냉큼 가게문을 열었습니다.

2평 남짓한 구멍가게를 지키고 있는 조선족 이명환씨…. 노모와 19살 아들을 하얼삔에 남겨둔 채 4년전 아내와 베이징으로 건너왔다는군요. 한때 돈을 벌 요량으로 한국에 건너왔다가 브로커에게 속아 몸뚱이만 간신히 중국으로 되돌아온 시린 기억을 안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아내는 파출부로 일나가고 하루종일 이씨 혼자 구멍가게를 지킵니다.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동네도 아닌데, 번듯한 벽광고 덕분인지 '됀장, 꼬치장'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군요. 사진엔 안보이지만 그 좁은 가게 구석에 솟아오른 작은 구들장 위에 부부가 몸을 누이면, 살 뗄 틈이 없습니다. 금슬이 좋을 수밖에 없도록 강요된 '시스템'입니다. 가로로 쓰인 간판은 '소매부', 중국어로는 '샤오마이부'라고 읽으며 작은 잡화상점이란 뜻이고, 세로로 쓰인 간판은 '嘉維商店(가유상점,지아웨이샹디엔)', 늘 행복한 가게라는 뜻입니다.

그 가게 앞에 '됀장, 꼬치장'을 실어 날랐을법한 자전거 2대가 다정하게 겹쳐 서 있네요.

*이 사진을 모니터 바탕화면으로 사용하는 방법

** 별로 어렵지 않아요. 사진위에서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신 후 '배경무늬로 지정'(또는 '배경으로지정')을 선택하시면 곧바로 사용가능합니다.

*** 주의사항 : 이 사진달력은 바탕화면을 꽉 채우는 '풀스케일'용이 아닙니다. 달력을 깨끗하게 사용하시려면 화면 왼쪽 아래의 '시작' 메뉴에서 '설정' - '제어판' - '디스플레이'로 들어간 뒤 배경 무늬의 '표시형식'을 '가운데'로 맞추시기 바랍니다. '바둑판식 배열'이나 '늘이기'는 좋지 않습니다. 또, '화면배색'의 바탕화면 색깔을 검정색으로 설정하면 보다 깔끔하죠.

덧붙이는 글 | 꼬박꼬박 원고료를 모아 세살박이 딸아이에게 자전거를 사줄 생각이라는 말에 한 친구가 핀잔을 하더군요. "한국에서 자전거는 너무 위험해!!" 
하기야 자동차 등살에 제 몸하나 건사하며 걷기도 힘든 세상이죠.
참으로 어른들이 생각 고쳐먹고 해야 할 일들이 많은 우리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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