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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취재 : 김병기 황방열 손병관 임경환 김시연 김종철 박수원 기자
- 사진 : 권우성 이종호 기자
- 동영상 : 김정훈 기자
- 편집 : 성낙선 김경년 김미선 기자



<6신 대체:19일 오후 7시 30분>광화문일대, "1인 시위든 뭐든 모두 막아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공식 방문한 19일 서울 종로와 세종로, 광화문 일대에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되면서 통행하는 시민들과 잦은 말다툼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경찰은 퇴근 시간 시내 주요 지역에 배치되던 교통경찰도 대부분 미 대통령 경호업무에 차출, 퇴근길 교통 정체 현상을 가중시켰다.

서울 광화문 일대는 수천여 명의 정사복 경찰력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고 오전부터 예정돼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평화적인 집회와 기자회견도 원천 봉쇄되거나 물리적으로 저지당했다.

▲"저는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것이 많지만, 전쟁이 나쁘다는 것은 어린이인 저도 압니다. 미국은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지 마세요" 평화선언문을 읽고 있는 문준수 어린이(8) ⓒ 오마이뉴스 임경환
우선 오전 10시께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려던 환경운동연합 서주원 사무처장과 일행 3명은 미 대사관 앞을 지나가다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지닌 피켓까지 빼앗아 부수었고 대사관 앞길 통행을 가로막았다.

환경운동연합 김연지 간사는 "부숴진 피켓을 다시 만들어 부시 사진을 붙이려는 순간 경찰이 물리적으로 사진을 떼어 갔다"면서 "피켓에 붙어 있는 사진을 떼어가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11시 미 대사관옆 한국통신 건물 앞에서 예정된 '민주노동당 소속 여성, 어린이 반전평화선언' 기자회견 역시 경찰 제지에 따라 파행으로 진행됐다.

경찰에 밀려 구석에서 약식으로 이뤄진 이날 기자회견에는 문준수 어린이를 비롯한 4명과 여성 15여 명이 평화선언문과 부시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이들이 미 대사관에 전달하려던 노란 카네이션은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또 12시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오종렬 상임의장의 미 대사관 앞 1인 시위 역시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광화문 일대, 정사복 경찰 수천여명 삼엄한 경비

ⓒ 오마이뉴스 김종철
19일 오후 5시께 서울 세종로 일대는 정, 사복 경찰 수천여 명이 모든 도로 주변과 지하차도 등에 대한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특히 세종로 이순신 동상 주변 화단에도 경찰 수십여 명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됐으며 세종로 1차선은 경찰 기동대 버스를 주차시켜 놓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우선 세종로와 광화문, 종로로 이어지는 지하철 5호선과 지하출입구 등 주변에는 정복 경찰력 수백여 명이 배치돼 있고 교보, 동화빌딩 등 대형 건물 주변과 도로와 공중전화 부스 등에 사복 경찰관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경찰력들은 다른 지역이나 지방 등지에서 지원나온 경우가 많았으며 사복 경찰의 경우 윗옷에 조그맣고 동그란 '파란색' 스티커를 붙여 놓고 지원나온 경찰임을 나타냈다.

일부 경찰, 시민과 마찰..취재기자에 예민한 반응

세종로와 광화문 일대의 삼엄한 경계 과정에서 일부 시민과 경찰과 통행을 놓고 마찰을 빚기도 했으며 <오마이뉴스> 취재기자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후 5시 30분께 세종로 미 대사관으로 통하는 지하 통로는 전경 수십여 명에 의해 완전 봉쇄됐다. 따라서 이를 통해 건너편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일부 경찰과 말싸움을 벌였으며 지하철 5호선 지하차도로 돌아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정길 씨(34. 자영업)는 "이마빌딩에서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건너가려고 했는데 건너가지 못했다"면서 "사전에 시민들에게 전혀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하통로를 막고도 양해를 구하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을 취재하던 <오마이뉴스> 취재기자에게도 사진 촬영을 물리적으로 막고 취재를 방해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세종로 일대 도로주변 이외 세종문화회관 등 각 건물 2, 3층에도 비디오 카메라를 가진 사복 경찰관들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한 현장 채증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종로경찰서 정보과 소속 한 경찰은 "다른 지역에서도 지원나온 병력이 꽤나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나라 수도 한가운데에 이같이 많은 경찰력이 배치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5신:오후 6시> 종교·종파 뛰어넘은 "No Bush! No War!"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각 종교 관계자들이 집회에 참석한 모습. ⓒ 오마이뉴스 황방열


"No Bush! No War!"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 반대 목소리는 종교와 종파를 뛰어넘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구현실천협의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으로 구성된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이하 협의회)가 19일 낮 2시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한반도 평화실현과 전쟁반대를 위한 범종교인 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에 참석한 각 종단의 성직자와 신도 2백여명은 "민족화해 방해하고 전쟁공멸 위협하는 부시방한 반대한다!" "MD강요 무기강매 중단하라" "전쟁확대 중단하고 대북강경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한국여자 수도회의 양골롬바 수녀와 원불교의 양영인 교무가 차례로 전쟁반대를 기원하는 기도문을 낭독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수녀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오마이뉴스 황방열
문대골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 사회위원장)도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와 만나서 분명하게 '우리 일에 간섭하지 말라,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해야 한다"며 "미국의 노엄 촘스키가 말한 것처럼 한국은 미국에게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은 '한반도 평화실현과 전쟁반대를 위한 종교인 선언문-부시 미대통령의 사과와 평화를 향한 정책전환을 촉구한다'를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지금까지 부시 미 행정부가 보여준 일련의 한반도 정책은 그것이 테러 이후의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온당한 처사라고 할 수 없다"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사비를 지출하고 가장 많은 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자신의 힘을 절제하지 못하고 전쟁도 불사한다는 식의 폭력적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려 한다면 누가 미국을 강압적 패권국가라고 비난하지 않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선언문은 또 "그 동안 한반도에서 미국이 저지른 모든 과오와 잘못에 대해 정중하고 진지한 사과를 한국민에게 전해야 한다"며 "마땅히 부시 대통령은 사과의 진정한 표시로 한반도의 정책을 평화를 지향하는 정책으로 바꾸고 이를 구체적인 말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국내 정치권을 향해서도 "외세의 힘을 빌려 당리당략적 이해를 추구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는 엄청난 국민의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계사에서 종교인 대회가 열린 같은 시각 중구 대한성공회 성당에서도 KNCC(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원 200여명도 `부시 대북강경책 규탄 기독인 대회'를 열었다.

▲양쪽 집회 참석자들이 종로3가 탑골공원 앞에서 모여 정리집회를 갖고 있다. ⓒ 오마이뉴스 황방열

이들도 부시대통령에게 한반도 전쟁책동을 즉각 중단하고, 북미공동선언에 따라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양쪽의 집회 참석자들은 각각 거리행진을 벌인 뒤 종로3가 탑골공원에 모여 정리집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불교인권위원회 진관스님은 '미국대통령 부시는 역사의 죄인'이라는 시를 낭독했다. 이 시는 부시와 미국을 비판하면서 '부시야 한강에 뿌린 독극물이나 마시고 가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4신 대체:오후 5시 20분> 부시, 성남 기지에 도착한 뒤 헬기로 이동

▲ 19일 성남 공군기지에 도착한 부시 미대통령 부부
부시 대통령 일행은 오후 4시45분 '공군 1호기(에어포스 원)'를 타고 성남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부시 대통령 부처는 도착 10분만에 미군이 제공한 헬기로 숙소로 이동했다. 이어 수행원과 외신기자들이 버스로 공군기지 정문을 빠져나갔다.

경찰에게 둘러싸인 시위대는 수행원 차량들을 향해 "부시 반대" "양키 고 홈"을 외쳤고, 일부 시위대는 차량 앞에 나서 제지하려다가 경찰에 끌려 연행됐다.

5시10분 공군 기지 내에서 상황 종료를 알리는 방송을 하자 기지 경비를 하고 있는 군경도 일부는 철수하고 경계 태세를 늦췄다. 시위대는 부시 일행이 공항을 떠남에 따라 인도에서 정리집회를 가졌다.

'부시방한 규탄 기자회견문'을 낭독한 문정현 신부는 "대북 적대정책과 제2의 한국전쟁을 획책하는 부시의 방한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온 국민과 함께 부시의 전쟁책동 MD강요, 무기 강매를 저지 파탄내고 민족의 평화통일을 이룩하고야 말 것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 부시 미 대통령을 태운 미공군 1호기의 도착이 가까워진 가운데 피켓을 든 한 시민단체 회원이 공군기지 정문으로 달려가자 경찰들이 몰려들어 연행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편 헬기를 타고 성남 기지를 빠져 나온 부시 대통령 부처는 용산미군기지 헬기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 부처는 이어 대통령 전용 자가용을 타고 용산 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를 지나 메인포스트 5번 출입구를 통과했다. 안전한 용산기지를 관통해 서울 도심에 들어선 부시 일행은 숙소로 알려진 신라호텔이 아닌 미 대사관저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8군의 한 관계자는 "미 대통령이 방미했을 때 보통 대사관저에 숙소를 정해왔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방한 첫날인 19일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20일에는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을 갖는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과 경의선 도라산역을 동반 방문할 예정이며 DMZ(비무장지대)내 미군부대도 방문한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오전 오산 미공군기지를 방문한 뒤 다음 방문국인 중국으로 출발한다.


<3신: 오후 4시30분> 전학협 대학생, 남대문 점거 시도

▲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남대문 안까지 진입했다 붙잡힌 학생이 입구 밖으로 끌려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부시방한 반대', '무기도입 저지', '평화군축 실현' 등을 주장하는 대학생들이 부시 대통령 방한일에 맞춰 남대문 점거를 시도했으나 경찰의 초기 진압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NO! War NO! F-15" 학생들이 남대문 위에 걸려고 준비했던 플래카드. ⓒ 오마이뉴스 김시연
19일 오후 4시30분경. 남대문시장 입구 지하보도에 대기하고 있던 전국학생회협의회(이하 전학협) 소속 대학생 10여 명이 도로를 횡단해 남대문 입구까지 접근했으나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들과 몸싸움 끝에 모두 붙잡히고 말았다.

학생들 중 일부는 경찰의 저지를 뚫고 철문을 뛰어넘어 남대문 내부까지 진입을 시도했으나 곧 뒤따라 들어온 경찰들에게 붙잡혀 12명 모두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됐다. 이들은 남대문에 걸기 위해 'NO WAR! NO F15!'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와 백여 장의 유인물까지 준비했으나 현장에서 경찰에게 모두 빼앗겼다.

이들은 유인물에서 "부시 대통령의 방한 목적은 한국 정부에 미국 보잉사의 F-15 전투기를 강매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부시의 방한이 한국 정부의 무기도입으로 이어지는 것에 반대하며 주한미군 철수 등 평화군축을 통해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대문 점거를 시도하던 대학생들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전원 연행됐다. ⓒ오마이뉴스 김시연


<2신:오후 3시50분> 성남 공군 기지 앞 '부시 방한 반대' 시위

참여연대, "부시는 한반도 위협 말라"

참여연대는 19일 '더 이상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민족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만한 극언도 서슴지 않는 부시 대통령의 패권주의적 태도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부시 대통령은 방한을 앞두고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며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정부의 실제 행보는 긴장을 유발하는 발언과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이런 초강경 정책은 남북간 대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긴장을 조성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또 "한국정부도 미국에 끌려다니며 굴욕외교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면서 "국민들을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미국의 무기 강매와 미사일방어체제 편입 요구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미 시위'는 19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기착지인 성남의 공군 서울기지 앞에서도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3시40분 현재 성남에 위치한 공군 서울기지(k-16) 앞에서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50여 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뒤엉켜 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부시방한 반대 제 단체 연석회의' 주최로 진행된 이번 집회에서 시위대 중 일부가 정문으로 진입하려다가 경찰에게 연행되어 버스 안에 감금된 상태다.

▲ 공군 서울기지 정문에서 부시 미대통령 방한 반대시위를 벌이려는 시민사회단체 회원 1백여명을 경찰이 에워싸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기학 자통협 정책위원장은 "이 집회는 사전에 신고된 것이어서 시위 공간이 확보돼야 하는데 경찰이 시위대를 무리하게 인도로 밀어내고 있어서 우리들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시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정문 앞에는 미 백악관 선발대와 주한 미 대사관 직원으로 보이는 미국인 2명이 출입차량의 비표 착용 여부를 엄격히 확인하고 있다.

성남 기지 주변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도로 양편으로 3명씩 한 조로 이루어진 경찰이 거리 곳곳에 도열하는 등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시위 진압 지휘부는 서울시경과 경기도경, 청와대, 국정원 소속 직원들이 한데 엉켜 있어 각 부처에 따라 진압에 대한 강온책이 엇갈리는 등 현장 지휘에 일부 혼선을 빚고 있다.


<1신:오후 1시> 돈봉투 배급 vs 분뇨봉투 투척

▲누가 왔나 출석확인한 뒤(맨 사진 위) 돈을 세서 나눠주는 집회 뒷풀이 풍경. 대한민국참전경찰전우회 등은 참석자들에게 집회가 끝난 뒤 돈을 지급했다. 집회가 끝난 뒤 돈을 나눠주는 풍경은 여기저기서 벌어졌다. 참석자들은 이 광경을 취재하는 기자를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취재를 방해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용산 미군기지 앞의 '친미 집회'에 참가했던 일부 인사들에게 또 다시 돈봉투가 뿌려졌다. <오마이뉴스>의 카메라에 포착된 '친미 집회'에서의 돈봉투만도 지난 1월4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집회 참가자들이 '점심값'을 받고 내세운 구호는 "Welcome to Korea, President of USA"

비슷한 시각 한 시민은 미 대사관을 향해 기습적으로 분뇨가 든 봉투를 투척했다. 하지만 그는 불과 1분여만에 경찰에게 몰매를 맞고 연행됐다. 그가 목소리 높여 외친 구호는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방류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라."

2월 19일,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방한하는 날의 두 풍경이다. 봉투에 담긴 내용물이 다르듯 이들의 주장도 상반됐다.

부시 방한을 1달여 앞두고부터 시작된 '반미 시위'는 하루 전인 18일 한총련 학생들이 '미 상공회의소'를 기습 점거 농성을 하면서 극에 달했고, 방문 당일인 19일에도 서울시내 곳곳에서 기습시위와 집회 등이 이어지고 있다.

"점심값 받았어?" - 부시환영집회, 전과 후 / 김정훈 기자


재향군인회 등 1000여명, 용산 기지 앞에서 '친미 집회'

Welcome to Korea, President of USA.
We need us forces, You stay here.
We admire your devotion to peace.


재향군인회, 6·25참전 경우회, 자유시민연대, 민주참여네티즌연대 회원 1000여 명은 19일 오전 11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고 최근의 반미 움직임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재향군인회 등이 용산 기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참전경우회 모자를 쓴 고령의 회원들과 재향군인회 회원들이 집회의 주요 참석자들이었다. 이들은 10시 30분 전쟁기념관 정문 왼쪽에서 진행된 사전집회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김정일 친위세력은 김정일 품으로 가버려라" "정부는 반미구호 외치는 친북단체 엄단하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찬성 한국기독교 교회 청년협의회 회장은 '북한 독재정권 비호하는 친북세력 추방하자' '반미 친북세력 온 국민이 규탄한다'는 구호가 양면에 적힌 판을 샌드위치맨처럼 메고 집회에 참석, "부시의 정당한 발언을 비판하는 국회의원까지 있다"며 "현 정부는 김정일 답방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라고 주장했다.

자유시민연대 유기남 대표는 "대한민국의 안전을 가장 지켜주는 동맹국 미국 대통령이 오는 날"이라며 "미국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환영하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집회 참석자들의 목소리는 전쟁기념관 정문 앞으로 이동하면서 더욱 높아졌다. 도로변에는 부시의 방한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재향군인회 회원들은 전쟁기념관 앞 인도와 차도를 따라 행진했다.

▲집회에서 연설하려던 지만원 박사는 경우회 인솔자에게 제지돼 연설을 계속할 수 없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개인자격으로 참가했다는 군사평론가 지만원 씨는 "미국의 라이스 보좌관의 얘기대로 한미 군사 동맹이 평화를 준 것"이라며 "미국이 유고의 밀로세비치를 응징한 것처럼 밀로세비치보다 더한 김정일에 대한 국제적인 응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 의지와는 무관하게 전쟁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성토하는 것이 전쟁을 막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집회 참석자들은 이들의 주장이 친미로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민주참여네티즌연대 신혜식 대표는 "집회 참석자들의 입장이 조금씩 다른 점은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부시가 우리 현실을 바로 봐주길 원한다"고 밝혔다.

▲부시방한환영!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집회가 끝날 무렵 참전경우회의 한 간부가 "참석자 명단을 작성해 경우회 ○○○에게 제출하고 타가시기 바랍니다"라는 방송을 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점심값'이 든 봉투를 받아들고 집회 장소를 떠났다.

사진기자들이 이 광경을 찍는 과정에서 참전경우회측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고,참전경우회측의 한 인사는 기자들에게 '빨갱이'라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경우회 서울지부의 한 관계자는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석한 경우회 회원들은 300명이고, 이들에게 점심을 먹일 수가 없어서 현금 1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에 분뇨 봉투 투척한 한 시민

ⓒ 오마이뉴스 권우성
19일 오후 12시 45분경 광화문 미대사관 앞. 한 시민이 택시에서 서둘러 내렸다. 그는 곧장 미 대사관의 담장쪽으로 달려가 투명한 비닐 봉투를 던졌다. 비닐 봉지에 담긴 분뇨는 대사관 벽에 부딪쳐 사방으로 뿌려졌다.

이어 그는 유인물을 뿌리면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부시대통령은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방류에 대해 공식사과하라."

분뇨를 던진 사람은 유니텔 동호회 연합회장인 이성우(33) 씨.

이 씨의 '기습공격'에 놀란 경찰들은 이 씨에게 달려들어 진압했다. 이 씨는 저항했지만 사방에서 달려온 경찰에 의해 불과 1분만에 경찰에 연행됐다.

이 씨는 유인물을 통해 주한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방류한 행위에 대한 부시의 공식 사과와 맥팔랜드를 한국 측에 인도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이 씨가 뿌린 성명서 전문이다.

(오른쪽 연속사진 설명) 12시 40분경 삼엄한경비를 피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미 대사관 정문에 내린 이성우(33) 씨가 분뇨를 담은 비닐봉지를 대사관으로 던지고 있다. 이 씨는 분뇨와 유인물을 투척한 즉시 경찰에 연행되었다. 투척에서 연행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분.

덧붙이는 글 |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방류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귀하

지난 2월 4일에 보낸 편지에서 한강 독극물 방류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주범 앨버트 맥팔랜드를 한국 재판장에 세우라고 한 정중한 권고를 무시한 것을 매우 불행하게 생각한다. 할 수 없이 예고한 대로 오늘 2월 19일 정오를 기해 1차 응징을 하며, 다시 한 번 공식 사과를 할 것과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을 요구한다. 
또한 2월 26일 오전 10시까지 재발 방지 약속을 포함한 공식 사과와 함께 주범 앨버트 맥팔랜드를 한국 측에 인도하지 않을 경우 2차 응징에 나설 것임을 밝혀둔다. 

▲ 19일 오후 성남 공군기지앞에서 부시 방한을 규탄하는 시민단체 회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1. 한강에 독극물을 상습적으로 방류한 주범 앨버트 맥팔랜드를 즉시 재판장에 세워 한국 법의 심판을 받게 하라!

2천 5백만 수도권 시민의 취수원인 한강에 수천 명을 살상할 수 있는 독극물 228리터를 방류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도 지난 1월 28일에 또 다시 재판을 거부하며 대한민국의 사법주권을 철저히 무시하는 주한미군의 파렴치하고 오만한 태도에 온 국민들과 함께 분노한다. 

2. 부시 미 정부는 테러와 다름없는 한강 독극물 방류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

귀하는 9·11 테러를 주도했다는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 주거나 그를 돕는 나라도 테러국가로 규정하고 응징하겠다고 했다. 취수원인 한강에 수천 명의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독극물을 상습 방류한 것도 엄연한 테러이다. 그 테러를 자행한 주한미군과 그 범죄자를 비호하고 있는 미국 정부에게 우리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가? 미국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귀하는 어떻게 하겠는가?

귀하는 1월 30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인민들을 굶기면서도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을 비축하고 있다"는 이유로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선언했다. 귀하의 선언대로 인민들의 굶주림을 해결하지 않고 무기를 비축하는 지도자와 그 정부가 악의 축이라면, 세계 평화를 핑계로 주둔국가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학살을 일삼는 집단과 그 우두머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더 이상 한미 양국의 우호에 깊은 금이 가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강력한 우방"을 "가장 강력한 적"으로 만드는 안타까운 일이 없도록 귀하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02년 2월 19일
유니텔동호회 연합회장  이 성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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