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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회창 총재가 러시아를 방문중일 때 한나라당은 함께 동행한 당 출입기자 일부에게 촌지를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출입기자 A씨는 "일정(21일부터 28일) 중간 즈음에 '돌아갈 때 선물이나 사라'고 봉투를 줘 받았더니 200달러가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개별적으로 받았으며, 액수도 그리 크지 않고 해외 동행취재에서는 관행처럼 그런 일이 있어 그냥 받았다"고 말했다.

출입기자 B씨는 "나도 200달러가 든 봉투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B씨는 "그 돈은 촌지라고 볼 수 없으며 우리가 낸 돈을 중간에 되돌려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수행기자들이 개인당 항공비, 숙박비, 식비조로 330여 만원씩 한나라당에 미리 냈는데 숙박시설도 그리 좋지 않았고 숙박비도 예정보다 싸서 중간에 돌려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출입기자 C씨도 "나도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150달러에서 200달러 정도 받았다"면서 "기사 송고에 드는 통신비를 지원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권철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촌지를 준 것이 맞냐"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모스크바 현지의 기사송고 시스템이 좋지 않아 호텔방에서 기사를 송고하는데 1분에 6달러 정도로 비싼 등 현지 송고에 어려움이 많아 실무진에서 통신비에 보태 쓰라고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동행한 한나라당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통신비가 너무 많이 나온 기자들 몇 명에게 2백달러 정도씩 돈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러시아 방문 전에 동행할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경비내역 및 행정사항'에는 기자 1인당 332만6700원의 경비를 내야 하며 "통신료는 본인이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동행한 한나라당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과다통신료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몇 명에게 2백달러를 준 것 외에도 "기자들로부터 경비조로 330여만원씩 걷은 돈이 일부 남아 5명의 기자들에게 다시 돌려준 것일 뿐 촌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왜 5명에게만 줬냐'는 질문에 "그냥 옆에 있는 기자들에게 줬다"고 말했다.

동행한 출입기자 F씨는 "나는 전혀 받지 않았다"면서 "숙박비든 통신비든 개별 기자가 아닌 소속 언론사에서 한나라당에 낸 것인데 그 중 일부를 일정도 다 끝나지 않은 중간에 현금으로 기자들에게 돌려줬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남은 돈이 있다면 귀국 후 정산한 후 언론사에 줘야지 왜 중간에 개별적으로 기자들에게 현금을 주었느냐"고 되물었다.

정치부 기자들 촌지 계속 물의

이번 촌지 외에도 한나라당은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말 출입기자 일부를 대상으로 1인당 30만원씩의 촌지와 발렌타인 17년산 고급양주 2병을 돌린 바 있다.

민주당도 지난 7월 말에 여름휴가비 명목으로 대변인실에서 200명이 넘는 출입기자들 상당수에게 개인당 30∼50만원 정도의 촌지를 뿌렸다.

관련기사 - 민주당, 출입기자에 촌지 살포(2001.8.10)

촌지관행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자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문순)은 '언론인 자정선언' 행사를 갖고 현직 언론인들의 맹성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이 총재 일행이 러시아 방문중이던 지난 달 23일 언론노조는 '취재 및 보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품의 수수 등 직접이익은 물론 간접이익도 엄격히 제한해 높은 청렴성을 확립한다'는 내용의 언론인 자정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의 '청렴'항목은 취재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금품과 물품의 한도를 '1만원 미만의 달력, 필기구, 열쇠고리 등과 같은 기념품과 선물'로 규정하고 있다.

최문순 언론노조 위원장은 "국내에서 우리가 자정선언을 하고 있는 그 즈음에 정치부 기자들이 나라 밖에서 촌지를 받고 있었다니 어처구니 없다"면서 "언론계 내의 자정운동 필요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언론노조 자정선언 "사주 감옥가는 사태, 기자들 책임"(2001.11.23)

일부 러시아동행 기자의 '이회창 찬가'

한편 12월 6일 발행된 <미디어오늘>은 이총재의 방러기간 중 수행기자 일부가 "이회창 찬가를 불렀다"고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다음은 그 중 일부.

이총재 방러에 동행한 한 기자는 "지난달 25일 핀란드로 떠나기 전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서 생일을 맞은 세 명의 기자들을 위한 점심자리가 있었는데 한마디씩하라고 하자 한 기자가 10분 정도 이총재를 미화하는 '용비어천가'를 불러 충격을 받았다"며 "'일부 기자들은 우리가 남인가, 한 식구 아니냐"며 기자인지 한나라당 당원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기자가 문제로 지적한 발언 내용은 '이총재의 부인인 한인옥 여사가 경남 산청 출신인데 내가 산청에서 태어난 게 오늘처럼 영광인 적이 없었다. 이 총재의 외교능력이 평소 궁금했는데 이번에 와서보니 참 존경스럽다'는 것이다.

다른 한나라당 출입기자는 "어떤 기자는 농반진반으로 일년 후에 춘추관(청와대 출입기자실)에서 만나자고 말하는 등 도를 넘은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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