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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노순택/이학선/최경준/허성호 기자

<7신대체> 22일 오후 9시50분: 이총재 강의 포기하고 '회차'

"이겼다" 저녁 9시 40분경, 이회창 총재가 차를 돌리자 학생들이 정문 100m 앞까지 쫓아나와 "황소(건국대 상징물)의 뚝심이 대쪽을 이겼다"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밤 9시 33분 이회창 총재가 강의를 포기하고 정문앞을 떠났다.

이 총재는 떠나기 직전 차문을 열고 나와 주위 측근들에게 악수를 하고 손을 들어 흔들었다. 측근들은 "이회창 이회창"을 연호했다. 그러나 그 외침은 더 큰 외침 속에 파묻혔다. 학생들은 차가 사라질때까지 "이회창 물러가라"를 반복했다.

동영상으로 보는 이총재 특강 무산 과정 - 허성호 기자


이 총재가 떠나기 직전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에서 생중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이제 어느 선에서 매듭을 지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를 지지해준 여러분 감사합니다" 강의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후 이총재는 차 밖으로 나와 건국대 관계자들과 3분 정도 얘기를 나눴다. 이총재는 자신에 대한 지지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권대변인은 "'수업이 9시 30분까지였으니까 최소한 그때까지는 기다리겠다'고 이 총재가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등 주요일간지들은 5월 23일자 초판(22일 저녁 발행)에서 이총재의 건국대 특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면 박스기사와 4면 머릿기사를 통해 이총재의 특강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그러나 이총재의 건국대 특강이 학생들의 저지로 무산됨에 따라 이들 보도는 결과적으로 '오보'가 되고 말았다.

다음은 중앙일보 23일자 초판 4면 기사 전문

"겉은 재벌해체 속은 정경유착" 비판 강도 높인 이총재

"자유민주주의 이념 흔들려... 경체정책 시장원리로"

"재벌해체해도 잘못된 발상이고 정경유착도 잘못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2일 건국대 행정대학원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또 현대사태는 현 정권의 잘못된 정책 탓인 만큼 결자해지차원에서 임기 내에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이총재는 이날 "자유민주주의라는 기본이념이 흔들리고 있다"며 현대문제, 재벌정책 등 경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쏟아냈다.
그는 "금강산 관광 등 현대의 부실을 가중시키는 대북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고,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앞으로 발생할 국민경제적 불행에 대해 경고한다"고 말했다.

현 정권의 재벌정책에 대해서도 "표리부동하다"며 "겉으로는 급진세력의 재벌해체론에 동조하지만 속으로는 재벌과의 정경유착이 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투명성과 지배구조, 재벌총수 등의 경영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대마불사를 조장하는 퇴출제도, 재벌의 금권 폐해 등을 나열하며 "법과 시장원리로 확고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정공법"이라며 "우리당의 투명하고 합리적 재벌정책이야말로 재벌들이 두려워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이 재벌을 옹호했다고 주장한 정치권의 공세는 국민의 반재벌 정서를 자극해 자신들의 재벌정책의 위선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여야정 경제토론회에서 '사실상 현대 해법은 없다'는 게 확인됐을 정도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이총재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총재는 이날 배포한 원고에서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부분을 '재검토해야 한다'로 바꿨고, '우리당의 경쟁력 있는 재벌 정책이 승리할 것'이라는 부분은 뺐다.


<6신대체> 22일 오후 9시10분:이총재, "말로 잘 설득해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밤을 새서라도 기다렸다가 강의를 하겠다"

이 총재의 한 측근은 밤 9시 10분경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 총재는 오후 6시30분에 정문앞에 도착한 이후 2시간40분째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정문앞 대치는 지난해 10월 13일의 '김영삼 전대통령 고대 정문앞 대치'처럼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를 고대 앞으로 보내 김영삼 전대통령을 '위로'했었다.

이 총재는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다. 밤 8시 30분경 학생들이 이 총재 차량쪽으로 바짝 다가와 시위를 하자 경찰이 이총재측에게 "차를 뒤로 빼드릴까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이총재측은 "우리가 왜 차를 빼느냐, 학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내버려 둬라"고 말했다.

정문 앞에는 학생, 동네주민 등 3백여명이 나와 '야당총재의 수난'을 지켜보고 있다.

학생들의 저지는 총장이 나서서 설득해도 계속됐다.

▲ 창 밖이 소란하자 이 총재가 근심스런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8시30분경에는 건대 맹원재 총장, 이은재 정치대학장, 김상규 행정대학원장 등 3명이 정문 밖에 대기한 차량쪽으로 다가서자 이회창 총재가 차문을 열고 나왔다.

맹 총장 - "죄송합니다"
이 총재 - "괜찮습니다. 대학원생들에게 미안합니다. (학생들을) 말로 잘 설득해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맹 총장은 잠깐 동안 이 총재와 대화를 마친 뒤 곧바로 학교로 들어왔다. 정문 밖에는 시민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해 300여 명이 시위 현장의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이 총재의 잠깐 '외출'을 지켜본 시민들과 학생들은 "나왔다!, 나왔다!"며 한동안 술렁이기도 했다.

한편 광진구 의회 유승주 의원은 시위학생들에게 다가가서 삿대질하며 "우리가 민주화운동 할때는 이러지 않았다"며 "좌익은 물러가라"고 외치기도 했다. 또한 이총재 경호원들보다도 앞장서서 이총재 차량으로 몰려드는 '구경꾼'들을 밀어내 이들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

"폭력행위 그만둬라!" 이총재를 초청했던 일부 대학원생들이 "김정일이가 이렇게 하라고 시켰냐"며 피켓을 빼앗아 찢자 학생들이 강하게 항의했다. 마침 예비군 훈련일이라 군복을 입은 남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또 강신성일 의원(전 영화배우 신성일씨)은 반대시위 학생들을 "깡패들"이라고 했다.

"이건 뭐 대학생들이 아니다. 요즘 영화판처럼 막가파다. 나는 <친구>의 작품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그 영화는 주제가 없다. 이 학생들도 깡패지 뭐냐. 지난번 연대 강연때는 이총재가 강연 마치고 충돌이 있을까봐 뒷문으로 나왔다. 그때 신문에 도망쳤다고 썼는데 오늘은 그런 모습 안보이겠다."


<5신> 22일 오후 8시:"스크럼짜고 밀어붙이자" "이렇게 나약해서 이총재 강의를 어떻게 들어"

건대 정문에 인근한 두 장소에서는 동시에 대책회의가 열렸다. 건대 수의실 옆에서의 대학원생들 대책회의와 정문 밖 멈춰선 차량 옆에서의 한나라당 인사들의 즉석 대책회의.

▲ 학생들이 여간해서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학관계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9시까지 수업 아니냐. 9시까지 버티자."
한나라당 측 대책회의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같은 시각 대학원생들의 대책회의에서 김상규 행정대학원장은 "스크럼을 짜고 (학생들을) 밀어붙이자"고 제안했고, 이에대해 한 대학원생은 "그렇게 하면 몸싸움 일어나고 저들의 정치논리에 휘말린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 교수는 "이렇게 나약해서 어떻게 이회창 강의를 들어!"라며 고성을 질렀다.

이에 한 대학원생이 "차에 내려서 (이총재가) 걸어들어오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이 자리에 참석해 이말을 듣고 있던 한나라당측 인사가 "차에서 내려오다가 계란세례를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일축했다.

▲ 건국대 출입문 앞 도로는 연좌 학생 50여 명과 학교 관계자, 한나라당 관계자, 구경꾼들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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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정은 건대 부총학생회장(건축과 4학년)은 이 총재를 막고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회창 총재는 개혁입법에 반대하고, 국가보안법 철폐를 반대하고 대북강경정책 고수해 진전되는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건국대학교는 민족사학으로서 보수 우익세력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이회창 총재가 정문으로 당당하게 들어가도록 놔둘수 없다. 그러나 수업권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정문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안되고, 정문이 아닌 다른 곳은 허용하겠다."

▲ 이정은 건대 부총학생회장이 사다리에 올라 연설을 하던 도중 대학원 관계자들이 팔을 잡아 끌어내리면서 잠깐 동안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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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총재측은 정문으로 차를 타고 들어가는 것만을 고수하고 있다.

이 총재와 함께 있는 한나라당측 인사는 건대출신 의원인 권기술, 김학송, 김낙기, 강신성일 의원과 권철현 대변인, 양희부 언론특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를 따라 여러차례 지방에 동행취재했던 한 기자는 "보통 다른 대학에서도 이총재를 막았지만 2-3시간 정도 지나면 학생들과 타협해 이총재가 무사히 수업을 마칠 수 있었다"면서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강의실 앞에서 막았는 데 오늘처럼 정문 앞에서 차량을 막은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4신> 22일 오후 7시 40분:대학원생들, 핸드마이크 들고 "우리는 수업을 받고싶다"

당초 이총재의 수업을 받을 예정이었던 행정·부동산 대학원 원생 50여명이 정문 안쪽 시위현장에 나와있다. 대학원생들은 핸드마이크를 들고 "우리는 수업을 받고 싶다"고 한차례 외치다가 별다른 호응이 없자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그 앞쪽으로 시위 학생 50여명이 노란비옷을 입고 빗물이 흥건한 바닥에 누워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회창은 돌아가라" "이회창을 반대한다".

학생들이 든 플래카드에는 "민족자주 막아서는 이회창 감히 어딜 들어와"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시위대 주변으로 지나가던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이 모여들었고, 한나라당측 인사들 20여명도 이총재가 탄 승용차 주변으로 빈틈없이 둘러섰다.

▲ 다이너스티 차량 안에서 기다리던 이총재의 표정이 굳어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정문 바깥쪽에는 학생들의 저지로 멈춰선 두 대의 차가 서있다. 검은색 무쏘와 그 뒤로 검은 색 다이너스티. 다이너스티 안에 이총재가 타고 있다. 그 주위에 경호원 4명이 서있다.

학원생들과 학생들 사이에는 오늘 예비군 훈련을 받고 돌아 오다가 이 모습을 보고 시위대열에 참가한 예비군복을 입은 학생 6명의 모습도 보인다.

<3신> 22일 오후 7시20분:총장 정문 앞에 나와 학생들 설득

ⓒ 오마이뉴스 노순택
맹원재 총장이 7시 14분에 정문 앞으로 나와 학생들을 설득하고 있다. 주최측인 행정대학원 원우회 학생들은 연좌시위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교문 안쪽으로부터 밖으로 밀어내는 방안을 강구중이나 연좌시위 학생들은 "절대 이총재는 들어올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7시 25분 현재 이 총재는 약 1시간째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행정대학원은 특수대학원으로 자칫 일반대학생과 특수대학원생들간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2신> 22일 오후 7시:30분째 차 안에서 기다리는 이 총재

▲ 사진기자들이 차 안의 이총재를 촬영하려 하자 경호원들이 차 주위를 둘러싼 채 막아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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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현재 이총재는 30분째 차 안에서 머물고 있다. 이 총재는 오후 6시30분 경에 구정문에 도착했다. 구정문 앞에서 학생들이 100여명이 연좌시위를 하고 있고 이 총재는 다이너스티 차(30라 26xx) 안에 있다. 차 안에는 운전사와 비서 등이 함께 타고 있다. 현장에는 옷을 적실 정도로 촉촉히 비가 내리고 있다. 학생들은 "반통일 반민주 반민족 이회창 총재 민족건대 입장을 반대한다"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있다.


<1신>5월22일 오후 6시30분:이 총재 건국대 기념 강의 가능할까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반통일, 반교육, 반민주 인사다. 이런 사람이 '반외세, 민족주의'를 건학이념으로 하는 우리학교에서 개교기념 초청강연을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건국대 개교5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행정대학원의 초청으로 22일 저녁 7시 30분에 강의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건대학생 100여명이 오후 5시경부터 정문과 후문을 막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학생들은 "보수우익인사 이회창을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정문과 후문을 막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3일 고려대에서 강연을 하려다 학생들의 저지로 강의를 포기한 적이 있다.

▲ 저녁 7시 30분으로 예정된 이회창 총재의 특강을 막기 위해 건국대학생들은 오후 5시부터 비옷을 입은 채 출입문을 막아섰다. 학생 뒤로 보이는 건물이 이총재가 강의할 장소였던 건국대 새천년관이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첨부파일
news_40495_1[1].wmv

덧붙이는 글 | 이번 취재에 직접 참여하고, 취재지원을 해 준 이학선 기자는 마이건국닷컴(www.mykonkuk.com)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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