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개월 전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 회원들에 의해 철거됐던 영등포 문래공원의 박정희 흉상이 최근 다시 복원됐다.

영등포구청은 3월 21일 문래공원에 흉상을 다시 복구하고 4월 중순부터 흉상 주위에 새로 펜스를 세우기 시작하여 4월 20일 완성했다. 구청측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들어간 비용은 약 970만원이다.

영등포 문래공원에 다시 등장한 박정희 흉상 ⓒ 황평우

문래공원의 박정희 흉상은 지난해 11월 15일 민족문제연구소(www.minjok.or.kr), 홍익대민주동문회 등 박정희 기념관을 반대하는 단체에 의해 철거된 후 영등포구청 지하실에 보관돼왔다.

<박정희 흉상 철거 전말> 흉상 철거, 그 후 - 황평우 이병한 기자

구청측은 흉상을 새로 복원하면서 흉상 보호를 위해 각종 특별장치를 했다. 이전과 달리 박정희 청동 흉상과 좌대 이음새를 볼트로 고정하고 이음새를 '멀티용접' 처리, 쉽게 철거할수 없도록 조치했다.

또한 구청측은 기존에 설치된 펜스 주위로 세로 6m, 높이 1.5m 보호 펜스를 새로 세웠다. 이에 따라 문래공원의 박정희 흉상은 두개의 보호 펜스가 둘러싸게 됐다.

적외선 감지기까지 등장했다. 구청측은 기존에 설치됐던 안쪽 펜스의 네 귀퉁이에 적외선 감지기를 설치하여 50여m 떨어진 공원관리사무실로 연결시켰다. 외부에서 임대한 적외선 감지기 임대료는 매달 13~14만원이다. 또한 현재 구청직원 1명이 정기적인 야간순찰을 돌고있다. 폐쇄회로를 설치하려던 계획은 구청 내부에서도 너무하다는 지적이 있어 보류됐다고한다.

이에대해 주위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유영인(30) 씨는 "국보 유물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며 "국민의 세금을 이렇게 낭비해도 좋은가"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구청측은 "한번 강제로 철거됐던 시설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등포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공공시설물을 관리해야하는 입장에서 그럼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 회원들이 복원된 박정희 흉상에 계란을 던지고 있다. ⓒ 황평우
한편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연대(공동대표 곽태영 등. 이하 국민연대)는 4월 24일 오전 10시 복원된 박정희 흉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흉상을 속히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연대는 현정권과 영등포구청에 즉각 흉상 철거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계속 추진되고 있는 박정희기념관 건립계획이 백지화 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사진기 가방에 숨겨온 계란 30개를 복원된 박정희 흉상에 던졌다. 국민연대측은 "윤봉길 의사가 홍구 공원에서 도시락 폭탄을 던진 것을 상기하며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행사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흉상을 다시 철거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 흉상 복원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계란을 맞은 박정희 흉상 ⓒ 황평우


<박정희 흉상 복원 규탄 긴급 기자회견 성명서>

지난 해 11월 5일, 민족문제연구소 등 5개 단체 회원 20여명에 의해서 철거된 박정희 육군소장 흉상이 3월 20일부터 약 한달 간에 거쳐 복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박정희기념관 반대 국민연대'는 분노를 금할 길 없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을 접하면서 뜻 있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기회에 우리의  역사도 되돌아보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로 이곳 문래공원은 박정희 육군 소장이 40년 전, 5·16 쿠데타를 일으킨 반역의 현장이다. 

국헌을 문란시킨 반역자의 우상물이 독재정권시절 불가피하게 세워졌다하더라도 작년 말, 시민들에 의해서 강제 철거된 것은 역사의 당연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영등포구청은 무리하게 박정희 흉상을 복원하면서 최신의 경호시설까지 해대는 몰염치와 무지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과거 청주의 친일파 정춘수 동상 철거에서도 보듯이, 한번 민중들에 의해서 철거된 반역의 상징물이 다시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것을 볼 때, 역사를 대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자세가 오만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쿠데타를 기념하자고 하는 정부와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난할 자격조차 없다. 

정부와 영등포구청은 복원된 흉상을 당장 철거하고, 박정희기념관 건립 계획을 완전 백지화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박정희 흉상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은 두고두고 역사의 비웃음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다.

2001년 4월 24일
박정희기념관 반대 국민연대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