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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칙연산의 기본을 위해 구구단을 외워온 초등학교에서 최근 19단 외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보통신 강국으로 새롭게 떠오른 인도의 보편화된 수학교육법이라며 일부 유력 언론이 집중 소개한 뒤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런 19단 외우기가 그 도입 목적이 순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초등교육 현실에는 맞지 않는 것으로, 자칫 어린 학생들로 하여금 일찌감치 수학에 흥미를 잃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한양대 수학과 김용운 명예교수는 12일, 평화방송 라디오시사 프로 <열린 세상 오늘>과 인터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상업주의의 문제”라며 “수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일부 언론과 기관들이 무책임하게 상업적으로 이런 (19단) 일을 벌이는 것을 대단히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 교수는 “지구상에서 19단을 정식교과서로 삼은 나라는 인도밖에 없다”며 “우리 나라 수학 교과서는 십진법 중심이고, 구구단 중심으로 편성돼 있다. 따라서 19단을 외우는 것은 시간 낭비다. 이것을 필수교육으로 해서 학습 내용에 정식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수학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은 한 가지를 알고 열 가지를 써먹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라면서 “유명한 <레인맨>이란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계산 능력이 뛰어나 라스베가스 도박장의 기계를 계산해 내는 천재다. 그러나 그는 계산 외에 다른 일은 아무 것도 못한다. 다름아닌 바보 천재다”라며 계산 위주 수학 공부의 문제점을 영화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론 우리 주변에도 가끔 보면 이렇게 계산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문장제’(문장 형식의 수학 시험)를 전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다시 말해 '레인맨식 바보 천재'다. 그런 수학 교육을 해선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교육을 권장한 사람들이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수학교육에서 19단을 채택한다면 첫째 그것이 무슨 필요성이 있는가? 둘째 19단을 가르치면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라며 “현재 교육 과정상 19단 교육은 필요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별로 없어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어버린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상업주의의 문제다. 일부 언론과 일부 기관에서 19단이 좋다고 선전하고 있다. 왜냐면 가르치는 데 힘이 안든다.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아이들 실력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 것 같이 보인다. 상업적으로는 최고다”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음은 한양대 수학과 김용운 명예교수와의 인터뷰 내용 전문.

-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 구구단이 아닌 19단 외우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학교차원에서 권장하기도 한다. 이런 교육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 나라 많은 초등학생들이 처음엔 수학공부에 그리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다가 구구단을 할 때쯤이면 처음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수학공부에서 처음 걸림돌이 구구단이다. 이때 약 5%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는다. 만일 19단을 학생들에게 암기시키면 수학 공포증에 걸리거나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이보다 훨씬 많게 될 것이다.

수학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은 한 가지를 알고 열 가지를 써먹을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유명한 <레인맨>이란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계산 능력이 뛰어나 라스베가스 도박장의 기계를 계산해 내는 천재다. 그러나 그는 계산 외에 다른 일은 아무것도 못한다. 다름아닌 바보 천재다. 물론 우리 주변에도 가끔 보면 이렇게 계산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문장제’(문장 형식의 수학 시험)를 전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다시 말해 레인맨식 인물로서 바보 천재다. 그런 수학교육을 해선 안 된다.

내 주위에도 보면 19단을 금방 외우는 아이들이 있는데 한 6개월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왜냐하면 외운 것을 안 써먹으면 금방 잊어버린다. 지구상에서 19단을 정식 교과서로 삼은 나라는 인도밖에 없다. 우리 나라 수학 교과서는 십진법 중심이고, 구구단 중심으로 편성돼있다. 따라서 19단을 외우는 것은 시간 낭비다. 물론 시간 여유가 있다면 19단 아니라 99단까지도 좋지만, 이것을 필수교육으로 해서 학습 내용에 정식으로 편입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 19단 외우기는 일부 언론에서 집중 소개한 이후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수학교재 회사들이 앞다투어 교재를 내놓고 일부 교육청에서는 일선 학교에 19단 외우기를 권장하고 있다. 19단 외우기가 이처럼 유행이 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교육을 권장한 사람들이 철학이 없다는 것이다. 이 철학이란 것은 수학교육에서 19단을 채택한다면 첫째 그것이 무슨 필요성이 있는가? 둘째 19단을 가르치면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교육 과정상 19단 교육이 필요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별로 없어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가장 큰 문제는 상업주의의 문제다. 일부 언론과 일부 기관에서 19단이 좋다고 선전하고 있다. 왜냐면 가르치는 데 힘이 안 든다. 부모들도 거기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아이들 실력이 눈에 띄게 올라가는 것 같이 보인다. 돈도 적게 든다.

가르치기 쉽지, 눈에 띄지… 상업적으로는 최고다. 수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일부 언론과 기관들이 무책임하게 상업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을 대단히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 19단 외우기는 인도의 수학교육에서 빌려온 것인다. 인도가 IT 강국으로 떠오르는 데 바탕이 되었다고 하는 그들의 수학교육의 핵심이 19단 외우기라고 할 수 있는가? 인도의 수학교육에서 어떤 점을 배워야 하는가?
"인도 수학에서 배워야 할 점은 그 사람들이 수학을 일반화시켰다는 것이다. 인도의 힌두사상이나 불교사상을 보면 엄청난 수(數)가 나온다. 만 개의 가지가 있고, 각 가지에는 만 가지 열매가 있다. 또 그 만 가지 열매 속에 만 가지 줄기가 있다는 식으로 계산한다. 인도사람들이 수 계산에 강해 최초로 '0'을 발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상 나온 위대한 수학자 100명을 고르라면, 그 가운데 인도 사람은 2%밖에 안 되고 그것도 수라는 특수한 영역에서만 나온다.

그러나 동양이나 아시아권에서도 플러스, 마이너스 음양론이 있다. 세계 최초의 마이너스를 발견한 사람은 동양권에 있다. 인도에 IT 산업이 강한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인도에는 공장이 없다. 한때 우리 나라 사람들이 병아리 감정사로 해외에 많이 나갔다. 외국 사람들 눈에는 한국 사람들이 병아리를 보는 데 특수하다고 보지만, 그것은 다양한 직종이 없었던 당시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IT 산업이란 기존의 인프라 없이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인도에서 배울 점은 수학을 일반화시킨 전통이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시험공부나 속셈만 가지고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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