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핵안보를 주제로 전 세계 53개국 정상(급)이 참여한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지난 27일 '서울 코뮈니케(정상선언문)'를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폐막했다.

이번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도출된 코뮈니케의 골자는 핵물질을 감축하는데 참가국이 공동으로 인식하고,  내년 말까지 자발적으로 핵물질 감축계획을 제출키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번 회의를 통해 추가 감축되는 핵물질의 구체적인 양은 제시되지 못했다. 또한 참가국들이 내년 말까지 제출키로 했다는 고농축 우라늄 감축 계획도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벌서부터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그나마 눈에 띄는 성과라면 '개정된 핵물질방호협약이 2014년까지 발효되도록 한다'는 조항이 코뮈니케에 삽입된 것이다. 하지만 이 협약도 2005년 채택 후 7년이 지나도록 비준에 필요한 97개국 이상의 동의에 턱없이 모자란 55개국만 비준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우리 속담이다. 한 마디로 이번 핵안보정상회의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현존하는 본질적 위협(현존하는 핵무기)의 변죽만 울린 말잔치에 불과했다.

지구의 평화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약 3만 기의 핵무기들에 대해선 침묵하면서 핵물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감축노력을 통해 평화를 유지해나간다고 하는 코뮈니케는 강대국들의 기만적 선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비핵국가들과 비교한 핵슈퍼파워 국가들의 군사전략적 우위의 틀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속내마저 엿보인다. 이러한 허울뿐이고 기만적인 선언으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의 핵위협에 노출된 대한민국 안보상황은 조금도 변화된 것이 없다.

현재 전 세계에는 핵무기 약 13만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인 약 1600톤의 고농축우라늄과 약 500톤의 플루토늄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2010년 워싱턴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약 2만 개 분량의 핵물질을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중 핵무기 3000개 분량의 핵물질이 실제 감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 일부 동유럽 국가들이 핵물질 감축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과연 어떤 의미있는 핵물질 감축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후진타오 중국국가 주석이 '핵안보의 중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개발도상국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제한해선 안 된다'고 한 주장에서도 이같은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는다. 결국 기존에 존재하는 약 3만 기의 핵무기 존재 외에도 핵무기 12만7천 개를 더 만들 수 있는 핵물질양이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이 지난 해 G20 정상회의에 이어 이번에 핵 안보 정상회의까지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홍보하는 것도 좋지만, 이번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세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핵무기위협과 관련해 과연 실질적으로 얼마나 개선이 이뤄졌는지 냉철하게 살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과제다. 특히, 북핵위협하에 놓은 우리로선 더욱 절실한 과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는 핵무기로부터 세계평화를 지킨다는 명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철저하게 기존의 핵 보유국들의 기득권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회의였다는 혹평까지 내놓고 있다. 이번 코뮤니케에 의하면 선진국들도 핵물질 감축에 참가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핵 이용 후진국가들이나 비 핵국가들의 산업적 핵물질 이용에 재갈을 물리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정상회의 기간 중 '핵무기 재료로 전용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대신 저농축 우라늄을 연구용 원자로에 사용하기 위한 공동연구가 한국과 미국, 프랑스 세 국가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 미국과 프랑스는 고농축 기술을 이미 오래전에 확보한 나라들이다. 한국이 여기에 왜 끼어들었는지 의아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이 다 갖고 있는 고농축 기술 확보를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원전 수출도 중요하지만 산업적으로 의료적으로 뿐만 아니라 자주국방을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고농축 기술이 필요한 날이 올 수 있다. 북한이 그들의 농축기술을 이용해 가까운 시일내에 핵 잠수함을 확보할 경우 한반도 해역의 안보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때도 우리는 여전히 미국의 핵 항모에만 의존할 것인가.

잘 알려져있다시피 한국은 지금 한미 원자력 협정과 군사적 이유 등으로 초보 수준의 농축기술 자체 보유도 규제받고 있는 상황이다 . 원전을 21기나 갖고 있으면서도 그 원료는 물론 기본적인 농축비용까지도 전부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부조리한 현실이다. 이로 인해 연간 약 9천억 원의 비용이 들고 있다. 이 비용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핵안보 정상회의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이러한 현실이 가까운 장래에 개선되긴 더욱 어렵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필자는 졸저 <모자씌우기>를 통해서 지난 2천년 한국의 일군의 과학자들이 90%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 추출 실험에 3회 연속 성공했다는 것을 최초로 공개한 바 있다. 나는 언론 인터뷰 등 공개된 자리에서도, 한국의 산업과 의료발전에 필요한 원자력 주권의 중요성과 주변국의 핵위협에 대응한 자주적 대처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코뮈니케에 담긴 실망스런 내용들을 보면서 더욱 더 안타깝고 주권모독적인 느낌마저 들기도 했다.

이번 핵안보 정상회의를 앞두고 불거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위한 한미 정상간의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알려진대로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평양 정도까지 밖에 날아가지 못하는 300km 탄도 미사일 사거리를 갖고 있다. 그 이상되는 사거리는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라는 것이다. 말만 요란했던 이번 핵안보정상회의 폐막을 지켜보면서 군사적 독립은 더욱 요원하다는 느낌이 든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