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문건설업체 대표가 <오마이뉴스>를 만나 최근 GS건설의 '순살 아파트' 파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성욱
30년 경력으로 직원 15명 규모의 철근콘크리트 업체를 운영하는 A(64)씨는 "원청에서 나온 현장관리자, 전문건설업체 소속 현장관리자, 감리원까지 적어도 세 단계가 콘크리트 타설 전 철근이 제대로 배근 됐는지를 점검한다"라며 "어느 한 단계라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GS건설 사고처럼 전단보강근(철근)이 빠져 무너지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결국 모든 당사자들이 그저 '빨리 싸게' 건물 올리고 후닥닥 돈만 타가던 곳이었다는 얘기"라며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는 건 원청 책임"이라고 했다. A씨는 "아파트 현장의 경우 대형 건설사들이 10개 정도의 전문건설업체들을 모아놓고 경쟁을 시킨다"면서 "하도급 계약은 '철근 1톤당 도급비 45만 원' 식으로 이뤄지는데, 저가입찰로 낙찰률이 50% 아래로 떨어지는 건 부지기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건설업체 입장에선 그래도 일단 울며 겨자 먹기로 수주를 받아놓은 다음, 나중에 노무 인력을 줄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했다.
45년 동안 업계에 종사한 전직 철근콘크리트 업체 대표 B(71)씨 역시 "원청에서부터 '원가 줄이고 업자 죽이려' 달려드는 현장에서 안전관리를 기대하는 건 현실과 한참 괴리가 있다"라고 잘라 말했다.
B씨는 "철근 자재는 전부 원도급사가 지급하기 때문에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체는 철근을 아낄 필요성 자체가 없다"라며 "GS건설 같은 큰 기업이 철근 몇푼 아껴서 뭐하겠냐고 하던데, 비단 한곳의 철근 자재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현장에서 노무공량 등 모든 공정 비용을 아끼려 들었다면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라고 봤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철근 가격은 톤당 100만 원, 철근공 일당은 25만 원 선이다.
또다른 전문건설업체 이사 C(70)씨는 "건설 현장은 워낙 복잡해 도면만 수만 장에 달한다"라며 "실제 현장에선 많아야 2~3명 되는 인원이 그 넓은 면적의 안전 점검을 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도급비가 빠듯한 곳일수록 제대로 검측도 안 하고 정신 없이 굴러가고, 서로 사정을 아니 잘못이 발견돼도 덮어놓고 가기 때문에 사고가 터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죽하면 철콘 전문 업체 수명이 10년을 넘기기가 힘들겠나"라면서 "기성금 못 받아 회사 돈, 개인 돈까지 끌어 노무자들 체불임금 주다가 신용불량자된 사장들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있는 시스템만 잘 지켜도... 처벌 강화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