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시 옥산동의 한 신축 상가 공사현장. 베트남 출신 형제 노동자 A(30), B(23)씨가 지난 9일 이곳 8층에서 일하다 콘크리트 타설 중이던 위층(9층) 바닥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로 사망했다.
김성욱
- 형제가 현장에서 함께 일하다 사망했다.
"소식을 듣고 한동안 멍했다. 못 믿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죽는다는 얘긴 들었지만 베트남에 계시는 형제의 부모님은 너무 놀라 쓰러지셨다. 부모님들이 한국에 오시긴 힘든 상황이다."
- 형제로부터 평소 일이 어렵다거나 힘들다는 말을 들었나.
"돈 버느라 바쁘게 일하던 젊은이들이었다. 자주 얼굴 볼 새는 없었다. 옛날에 한 번은 A가 다른 현장에서 몇달 동안 힘들게 노가다 했는데 임금을 하나도 못 받았다고 하소연했던 적이 있다. 불법 체류자니까 아무 말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임금을 체불한 거다. 자기들 필요할 땐 쓰고 싶을 만큼 다 써놓고 이렇게 버린다.
중간에 조금씩 돈 떼가는 거 정도야 다반사라고 했다. 얘기 듣는 내가 다 화가 났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베트남에서 왔다고 하면 일단 무시하지 않나. '후진국'이라고. 이래 놓고 우리는 선진국? 한국이 더 후진국 같다."
- 시공사인 기성건설은 사고에 대해 뭐라고 설명했나.
"회사가 사고에 대해 우리 가족들에게 직접적으로 설명한 적은 없었다. 아직까지 가족들에게 사과도 안 했다. 그저 '장례 비용은 다 처리해주겠다'는 얘기만 했다. 그 외엔 아무 말도 없다가, 아까(10일) 안성시장님이 장례식장에 방문하셨을 때에야 우리도 옆에 앉혀놓고 처음으로 사고에 대해 설명을 하더라.
회사 사람들 말로는,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데 뭔가가 잘 안 맞아서 틀어져 갖고 사고가 났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콘크리트가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혹시나 태풍이 온다고 하니까, 그 전에 빨리빨리 공사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닌지... 오만 생각이 다 든다."
- 바라는 게 있다면.
"일단 제대로 조사가 됐으면 좋겠고. 지금 애 엄마(A씨 부인)가 정신적으로 충격을 너무 크게 받았다. 치료라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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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붕괴 사고가 발생해 2명이 매몰된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의 한 신축 공사장 모습. 이날 사고는 9층 규모의 건물에서 9층 바닥면이 8층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일어났다. 매몰된 2명은 베트남 국적 남성으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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