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05 16:55최종 업데이트 23.07.0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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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021년 민선7기 기초의원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별로 흩어져 있는 지방의회 데이터를 시민들과 함께 수집하고 정제해 '전국 지방의회 의정감시 데이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 1주년을 맞아, 전체 243개 광역 및 기초의회 현역 의원의 프로필을 모은 '2023 전국 지방의원 상세이력 데이터'를 공개합니다.

'2023 전국 지방의회 감시데이터 구축 프로젝트'에서는 함께 모은 데이터를 토대로 지방의원들이 우리를 잘 대표하고 있는지, 예산 집행이나 법안 발의를 하면서 특혜를 받을 우려나 이해충돌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직접 분석해 봤습니다.[기자말]
부산광역시의회 정채숙 의원(초선, 국민의힘)은 올해 2월 27일 '부산광역시의회 의원외교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습니다(원안 가결, 본회의 통과). 해당 조례안은 부산광역시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에 관한 조례 제3조에 따라 공무국외출장 허가를 받은 시의원의 외교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비용은 한 해 약 4억 원으로, 5년간 총 20억 원의 세금이 들 것으로 추산됩니다. 
 

부산광역시의회 의원외교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부산광역시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에 관한 조례 제3조에 따라 공무국외출장 허가를 받은 시의원의 외교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 정보공개센터

 
공무국외출장에 대한 외유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현시점에서 굳이 비슷한 조례를 또 제정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듭니다. 기존 공무국외출장 관련 조례안을 개정하면 되는데 굳이 새 조례안을 만든 이유는 해당 예산과는 별개로 세금을 추가 지원받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그간 부산광역시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 논란은 언론과 시민단체를 통해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부산광역시의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가장 최근 해외 출장 보고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부산광역시의회 안성민 의장(4선, 국민의힘)을 비롯한 29명(의원 12명, 수행직원 12명, 협의회 5명)은 올해 2월 14일부터 23일까지 7박 9일간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일정 7일 중 3일이 관광지 시찰로만 이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4일 대성당 견학, 5일 궁전 견학, 7일 수도원 견학). 

 

부산광역시의회 공무국외연수 결과보고서(스페인, 포르투갈). 일정 7일 중 3일이 관광지 시찰이다. ⓒ 정보공개센터

 
또 '발굴 및 연구를 통한 우수시책 개발과 부산엑스포유치 활동'이라는 그럴듯한 출장목적을 명시하고 있지만, 막상 주요 질의응답과 시사점을 보면 해당 국가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유성 논란 끊이지 않는 이유

부산광역시의회에는 '공무국외출장에 관한 조례'가 있습니다. 해당 조례 제13조와 제14조에 따르면, 의장은 위원회 심사를 거친 출장계획서를 의회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하고, 출장보고서 또한 의회 자료실 및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심의는 대부분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고, 계획서와 보고서는 부실하거나 없는 경우가 많아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 의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내 지방자치‧의정 발전을 위한 해외우수 지방의회 방문‧교류를 위한 공무국외출장보고서>만 봐도 관련 계획서를 공개하지 않아 어떤 식으로 심사가 이뤄졌는지, 얼마나 비용을 사용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계획서가 공개된 출장 역시 결과보고서와 비교했을 때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확정되지 않은 계획으로 졸속 심사를 받는 것 자체가 심의를 무시하는 행위이며, 이것이 고스란히 성과 부실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례 제16조에 따르면, 위원회에서 의결된 출장 목적 및 계획과 달리 부당하게 집행된 경비는 환수해야 합니다. 이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의 공무국외출장 경비는 전부 환수되어야 하지만, '협의 중인 계획이라 일정이 달라졌다'는 등의 원론적인 답변으로 무마되고 있습니다.
 

부산광역시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에 관한 조례 조례 제16조에 따르면 위원회에서 의결된 출장목적 및 계획과 달리 부당하게 집행된 경비는 환수하도록 되어 있다. ⓒ 정보공개센터

 
지방의회는 행정부 소관이지만, 의회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지방자치제도의 취지에 따라 정부의 개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관광 일정으로 짜인 외유성 짙은 출장인데도 제재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논란만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감시받을 근거 없애
 

부산광역시의회 ⓒ 김보성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부산광역시의회는 기존 조례안을 개정하기는커녕 비슷한 조례안을 새로 발의해 세금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와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2월 부산광역시의회 의원들은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를 명분으로 세금 2억 3천만 원을 들여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해당 출장보고서를 살펴보면, 계획서에 명시된 대로 일정이 이행되지 않은 것은 물론 이미 경쟁국을 지지한다고 의사를 표명한 프랑스(파리)까지 방문국에 포함해 방문지 선정에 대한 기준과 전략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청외교활동 관련 조항도 문제입니다. 새 조례안에 따르면 의원외교활동은 '외국방문외교활동'과 '초청외교활동'으로 나뉘는데, 초청외교활동에 대해선 계획서 및 보고서 제출 의무 규정을 두지 않아 감시받을 근거를 없앴기 때문입니다. 세금은 받되 감시는 안 받겠다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부산참여연대는 계획서와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며 입법예고 기간에 해당 의견을 제출했으나 조례안은 이에 대한 일말의 논의도 없이 원안 그대로 빠르게 가결되었습니다. 
 

제312회 부산광역시의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회의록. 시민단체가 계획서와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조례안은 일말의 논의도 없이 원안 그대로 빠르게 가결됐다. ⓒ 정보공개센터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해당 조례가 통과된 이상 부산시의원들은 앞으로 매년 4억 원의 세금을 들여 외유성이 다분한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오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부산시의원은 물론 부산 16개 구, 군의회도 엑스포 유치 홍보를 명분으로 공무국외출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감시는 계속되어야 한다

현재 전국 지방의회 수는 광역 17개, 기초 226개로 총 243개에 달합니다. 그렇다 보니 기초의회까지 전부 다 세세히 감시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감시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어려운 경제난 속에 민생을 위해 쓰여야 할 세금이 의원들의 관광성 해외 출장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면 이는 전부 국민들의 손해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제9기 광역시의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통해 이해충돌 문제, 지방의회 카르텔 문제, 외유성 세금 낭비 문제 등을 짚어보았는데요.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우리가 낸 세금이 낭비되고 있진 않은지 계속해서 살펴보아야겠습니다. 이를 위해선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과 함께 지방의회에 대한 감시를 지속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관련기사]
- [기획①]  지방의회, 충격적인 그래프 https://omn.kr/246fm
- [기획②]  1400만 주민이 사는 도시에 1명밖에 없다니... https://omn.kr/246ei
- [기획③]  의원님, 위법만 아니면 괜찮은 겁니까? https://omn.kr/246fh
- [기획④] 시장에게만 충성하는 의회... 대전 엄마들 괜찮으세요? https://omn.kr/24kfj


제9기 9개 광역시의원 입법 데이터 확인하기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최현정 2023 전국 지방의원 감시데이터 구축 프로젝트 참여자가 썼으며 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게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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