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지난해 9월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무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시가행진하는 장병들에게 두손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은 군대가 아닌 자유를 북진시키는 통일정책을 선언했다. 무력 공격보다는 대북 선전전에 치중하는 정책이지만, 본질에서는 이승만의 북진통일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 평화적이거나 순리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북한을 압박해 붕괴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불안정을 고조시키는 정책이다.
요즘 김정은 정권은 통일도 필요 없다며 노골적으로 핵전쟁 위협을 가하고 있다. 그런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선전전을 전개한다면 북한을 교란하기보다는 자극하는 우를 자초하기 쉽다. 김정은 정권이 아닌 윤석열 정권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더 불안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통일정책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한반도 안정을 위협할 소지가 농후하다. 김영호 통일부장관이 지난 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와 <조선일보> 통화에서 우리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수정을 시사한 것은 안 그래도 불안한 한반도 정세를 더욱 동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날 김영호 장관은 '자유'를 반영하는 쪽으로 통일 방안을 수정하겠다고 피력했다. 윤석열 정권이 말하는 '자유'의 동의어인 '반공'을 통일정책에 더 많이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1994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발표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노태우 대통령이 5년 전 9월 11일 발표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계승한 것이다. 이 방안은 남북한이 상대방의 실체를 상호 인정하고 화해협력을 해나가면서 남북연합이라는 과도 체제를 거쳐 통일국가로 나아간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2체제·2정부의 남북연합을 형성한 뒤 통일국가로 간다는 발상은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례를 찾을 길이 없다. 그렇지만 이 방안이 한국 사회에 끼친 현실적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다.
베를린장벽 붕괴(1989.11.9) 두 달 전에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발표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방안은 탈냉전 무드로 인해 세계질서가 동요하던 상황에서 나왔다. 김영삼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1993년 3월 12일 발생한 제1차 북핵위기(북·미 핵위기)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 때 발표됐다. 한반도를 포함한 기존 세계질서가 동요하고 안정 국면이 아직 정착되지 않은 시점에서 두 통일 방안이 나왔던 것이다.
그런 정세 속에서 상호 연속성을 갖는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보수정권에서 나왔다. 이 방안들은 남북 간의 이질성을 인정하고 북한과의 대결을 지양하며 화해·협력을 도모하는 쪽으로 여론을 이끄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 보수 정권에서 나온 이 흐름은 보수세력이 종전의 반공 이념에 매몰돼 대결적 자세를 취하기보다는 화해·협력에 관심을 갖도록 촉구하는 의미가 있었다.
이 방안은 통일운동권이나 진보세력보다는 중도층이나 보수세력의 인식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극우세력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했을지라도 중도층·보수층이 화해·협력에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데는 효험이 있었다. 통일을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화해·협력론을 확산시켜 한반도를 어느 정도 안정시킨 점을 감안하면, 이 방안은 엄밀히 말해 통일정책이기보다는 평화 혹은 안정 정책이었다고 평할 수 있다.
그런 방안을 윤석열 정권이 수정하려 하고 있다. 반공 색채가 물씬한 '자유'를 반영하는 쪽으로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해·협력의 가치를 떨어트릴 수밖에 없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새로 내놓을 통일정책은 보수층에 더 많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자유'의 가치를 강조해 화해·협력을 약화시키는 새로운 정책이 나온다면, 북한에 대한 보수층의 태도는 한층 강경해지기 쉽다. 불안해질 대로 불안해진 한반도 정세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윤석열 정권이 준비한다는 통일정책은 통일을 부르기보다는 한반도 냉전을 강화하는 것이 될 공산이 크다. 동시에, 신냉전을 빌미로 한국인들의 자유와 인권을 제한하는 도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