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26 11:45최종 업데이트 23.04.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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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회의원 정수를 100명으로 줄여도 되는지, 원내정당이 늘어나면 정말 정치가 불안정해지는지, 비례대표를 늘려야 여성과 청년 비율도 늘어나는지, 국회의원 선거제도 주요 쟁점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비교 분석을 통해 아래와 같이 팩트체크합니다.  <편집자말>  

1편 "한국 국회의원 100명이면 충분" '대체로 거짓'
2편 "원내 정당 많으면 정치 불안정" '대체로 거짓'
3편 "비례대표 많을수록 여성·청년 의원도 많다" '대체로 사실'  

 

ⓒ 박종현

 
[검증 대상] "원내 정당 수가 많을수록 정치가 불안정하다"는 주장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지난 4월 13일 끝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단체는 의원정수 유지를 전제로 한 비례대표 확대를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의원 정수 축소와 함께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비례대표제는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기 때문에 소수 정당도 원내 진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폐지론자들은 비례대표제는 의원내각제에 더 적합하고, 대통령제에선 원내 정당 수가 늘어나면 정국이 불안정해진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녹색당은 지난 3월 23일 "원내 정당이 많으면 정당이 '난립'하게 돼 정치가 불안정해진다는 것은 군사독재시절의 정치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며, 국제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과연 원내 정당이 많을수록 정치가 불안정한지, 우리나라와 정치·경제 수준이 비슷한 OECD 국가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원내 정당 수 OECD 평균은 8.7개... 한국은 6개로 공동 28위

 

지난 2022년 2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제출된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당시 대선에는 원내 정당과 원외 정당, 무소속 후보를 포함해 14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 연합뉴스


국회의원 선거 제도는 선거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를 뽑는 다수대표제, 정당이나 후보가 득표한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비례대표제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결합한 혼합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인 2표를 행사해 지역구 의원 253명은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로 뽑고, 비례대표 47명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는 혼합제 국가입니다. 2023년 4월 현재 원내 정당은 모두 6개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회 의석의 약 95%를 양분하고 있어 사실상 양당제 국가입니다.

OECD 국가는 원내정당 수가 얼마나 될까요?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원내 정당 수가 달라질 수 있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지난 2021년 11월 펴낸 <2021 각국의 정당·정치자금제도 비교연구> 자료(OECD 국가 정당별 의석수 현황)를 기준으로 보겠습니다.

2021년 기준 OECD 국가의 평균 원내 정당 수는 8.7개이고, 한국은 6개로 공동 28위입니다(2021년 당시 한국 원내 정당은 국민의당 포함 6개였으나 2022년 4월 국민의힘과 합당했고, 2023년 4월 재보선에서 진보당이 새롭게 원내 진출함). 스페인이 17개로 가장 많고, 프랑스와 콜롬비아는 16개입니다. 10개가 넘는 나라가 13개국이고, 7~9개인 나라가 14개, 6개 이하인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입니다. 

원내 정당이 많은 나라들은 대부분 비례대표제 국가입니다. OECD 38개국 가운데 비례대표제가 24개국으로 가장 많은데, 평균 9.1개의 원내 정당을 갖고 있습니다. 다수대표제 5개국은 평균 8.4개, 혼합제 9개국은 평균 7.6개로, 다수대표제보다 적습니다. 원내 정당이 민주당과 공화당 2개로 OECD에서 가장 적은 미국도 대표적인 다수대표제 국가입니다.

일반적으로 비례대표제는 다수 정당 난립과 국정 운영의 불안정 가능성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다수대표제에 비해 비례성과 대표성 확보라는 장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다수대표제 비중이 높은 혼합제지만, 그동안 비례성 확대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2020년 4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것도 양당제 폐해를 줄이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확대할 목적이었지만, 결국 양대 정당이 '위성 정당'을 내세우는 바람에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습니다(국회입법조사처,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와 대안의 모색', 2020.9.). 

민주주의 지수 높은 국가, 원내정당 수도 더 많아

그렇다면 원내 정당 수가 많으면 정치가 불안정한 건 사실일까요? 각 나라의 정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평가 지표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입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세계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선거 절차와 다원주의 ▲정부의 기능성 ▲정치 참여 ▲정치 문화 ▲시민 자유 등 5개 분야에서 60개 항목을 조사해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10점 만점에 8.01점 이상은 '충분한 민주주의'로 분류되며, ▲6.01~8.00점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 ▲4.01~6.00점은 '민주·권위주의 혼합 체제' ▲4.00점 이하는 '권위주의 체제'로 구분됩니다. 한국은 2022년 기준 8.03점으로 '충분한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며, OECD 평균 8.09점보다 조금 낮습니다.

원내 정당 수가 많을수록 정치가 불안정한 게 사실이라면, 원내 정당이 많은 나라는 민주주의 지수도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OECD에서 '충분한 민주주의'로 분류되는 21개국의 평균 원내정당 수는 9.19개로, OECD 평균(8.7개)은 물론 '결함 있는 민주주의'(15개국 평균 8.13개)와 '혼합체제'(2개국 평균 7개) 국가보다 많습니다. OECD에선 오히려 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나라일수록 원내 정당 수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김찬휘 녹색당 대표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원내 정당 수가 많으면 정치가 불안정하다는 건 양당제로 이익 보는 정당에서 나오는 주장"이라면서 "네덜란드는 원내 정당이 17개이고 덴마크는 12+4개인 반면, 튀르키예는 오히려 진입 장벽이 높아 원내 정당은 3개 정도지만 정치가 혼란스럽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네덜란드는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득표율을 규정한 '봉쇄 조항'이 없어 원내 정당 수가 많지만 민주주의 지수가 9.0점으로 OECD 최상위권입니다. 반면, 튀르키예는 최소 10%의 득표율을 얻어야 의석 확보가 가능해 원내 정당 수가 적지만 민주주의 지수는 4.35점으로 OECD 최하위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는 원내 정당 수가 많으면 다수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기 어려워 정국이 불안정해진다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과거 이탈리아나 일부 남미 국가의 사례일 뿐이고, 정치·경제가 비교적 안정된 선진국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검증 결과] "원내 정당 많을수록 정치 불안정" 주장은 '대체로 거짓'

일반적으로 원내 정당 수가 많으면 정치가 불안정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와 정치·경제 수준이 비슷한 OECD 회원국 비교 결과 상관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민주주의 지수가 높은 '충분한 민주주의' 국가들의 원내 정당 수가 '결함 있는 민주주의'나 '혼합 체제' 국가보다 더 많았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원내 정당 수가 많다고 정치가 불안정해진다는 주장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합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팩트체크 기획] - 특별면 바로가기
1편 "한국 국회의원 100명이면 충분" '대체로 거짓'
3편 "비례대표 많을수록 여성·청년 의원도 많다" '대체로 사실'


[특별면 제작팀] 오마이팩트(데이터·구성) 김시연 강석찬 인터랙티브 디자인 이종호 기획 장유정 그래픽 디자인 박종현 개발 양영섭

"원내 정당 수 많을수록 정치가 불안정하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 주장일
    2023.04.19
  • 출처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녹색당 선거법 개정안 설명자료 등출처링크
  • 근거자료
    녹색당, 선거법 개정안 발표 기자회견 및 설명자료(2023.3.23.)자료링크 김종갑,허석재,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논의와 대안의 모색', 국회 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2020.9.1).)자료링크 OECD 국가의 선거제도(표1-6), OECD 국가의 지역구 비례대표의원 비율(표3-2) :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2022년도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표' 재인용(2022.12.)자료링크 국제의회연맹(IPU), PARLINE DATABASE (선거연수원 자료 검색일 2022.4.28.)자료링크 국제선거제도재단(IFES). ‘Election Guide.’ (선거연수원 자료 검색일 2022.4.28)자료링크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ODIHR(민주기구및인권사무국) Elections Activities.(선거연수원 검색일 2022.5.4.)자료링크 네이버 블로그 '패권과 사표율', '2021년 전세계 국회의원 선거제도' 엑셀 파일(2022.6.18)자료링크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2021 각국의 정당·정치자금제도 비교연구' 499쪽 부록. OECD 국가 정당별 의석수 현황(2021.11.)자료링크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2022년 민주주의 지수'자료링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보도자료, ‘국회 전원위원회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토론 실시’, 제405회 국회(임시회) 제4차 전원위원회 주요 내용(2023.4.13.)자료링크 국회의장 보도자료, 전원위원회 결산 및 논의결과 분석(2023.4.19.)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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